편의점 GS25의 자체 브랜드(PB) 원두커피 ‘카페25(왼쪽)’와 서울시 역삼동에 있는 GS25 DX 랩(LAB)점의 ‘카페25’ 셀프 존. 김은영 기자
편의점 GS25의 자체 브랜드(PB) 원두커피 ‘카페25(왼쪽)’와 서울시 역삼동에 있는 GS25 DX 랩(LAB)점의 ‘카페25’ 셀프 존. 사진 김은영 기자

서울시 역삼동에 있는 편의점 GS25 DX 랩(LAB)점에 들어서자 커피 향이 물씬 풍겼다. 이곳은 GS리테일이 지난 6월 신기술을 접목해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으로, 점포 일부를 할애해 즉석 원두커피 자체 브랜드(PB) ‘카페25’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오리지널, 프리미엄, 디카페인 등의 맛을 내는 커피머신 4대를 설치하고, 원하는 도안을 라테아트로 구현하는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매장 한 편엔 커피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베이커리 판매대도 구성했다.

GS25가 원두커피에 공을 들인 이유는 커피가 편의점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이 편의점은 지난해에만 연간 1억9000만 잔의 커피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커피 매출은 전년 대비 20~30%가량 신장했다.


가성비 좇는 소비자들, 편의점에 커피 사러 간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편의점에 담배 사러 오는 시대는 갔다. 이제 커피 사러 오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2015년부터 원두커피 ‘카페25’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당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산 유라 커피머신을 점포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커피도 유명 산지의 원두와 스페셜티 원두를 블렌딩했다. 1만4000여 개 점포에 커피머신을 들인 걸 고려하면, 투자금만 1800억원 이상 든 셈이다.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판매 가격은 1000~2000원대로 맞췄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격적인 행보였으나, 원두커피는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는 인기 상품이 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에서도 커피전문점과 견줄 만한 수준”이라고 편의점 커피의 인기 이유를 짚었다.

GS리테일이 최근 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 소속 바리스타들에게 의뢰해 편의점 4개 사(GS리테일,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와 커피전문점 4개 사(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커피)의 커피를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GS25는 7.67점(12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순위는 5위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4개 사가 판매한 원두커피 양은 5만 잔에 달했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약 1200원)를 팔았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이상을 원두커피로 벌어들인 셈이다. 편의점 커피의 인기 요인은 커피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1000원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서다. 여기에 고가의 커피머신과 원두를 적용해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CU가 2015년부터 선보이는 ‘겟(GET)커피’도 컵 얼음에 이어 전체 상품 판매량 2위에 오른 베스트셀러다. 작년에만 1억6800만 잔을 팔았고, 올해 들어서도 20%대의 매출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은 열대우림동맹의 인정받은 친환경 원두를 인기 이유로 꼽았다. 달콤한 향의 콜롬비아산 원두와 산미를 지닌 탄자니아산 원두를 7 대 3의 황금 비율로 블렌딩한 후 로스팅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 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은 2015년 1월부터 점포에서 즉석 원두커피 ‘세븐카페’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편의점들이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드립 원두커피를 선보인다. 일본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600만원 상당의 전자동 드립 추출 기기로 커피를 종이 필터에 한 잔씩 내려 깔끔한 맛을 더했다. 100% 아라비카 원두에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받은 생두를 사용해 프리미엄 가치를 높였다. 지난해 1만 개 점포에서 8500만 잔을 팔았고, 올해도 전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도 즉석 원두커피 ‘이프레쏘’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편의점은 여러 원두를 혼합한 블렌딩 커피를 쓰는 타 편의점과 달리, 단일 원산지의 원두를 사용한 싱글 오리진 커피로 깔끔함을 더했다. 이프레쏘는 지난해 4500여 개 점포에서 5000만 잔이 팔렸다. 매년 매출이 40%씩 증가하고 있다.


1000만원대 머신, 스벅보다 맛있네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이 중 3분의 2가량이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원두 및 물류비 인상 등을 이유로 커피전문점들이 커피 가격을 올리면서 저가 커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편의점의 커피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커피도 가격이 올랐다. CU는 지난 4월 ‘겟커피’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핫 아메리카노 미디엄 사이즈는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랐다. ‘이프레쏘’도 핫 아메리카노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5월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 커피의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아이스 커피의 경우 레귤러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라지는 1800원에서 2000원으로, 그란데는 2000원에서 23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5000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편의점 커피는 가격이 합리적인 편에 속한다. 

편의점들은 커피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CU는 겟커피의 브랜드 콘셉트와 품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현재 대당 300만원대의 중국 칼렘 커피머신을 쓰고 있으나, 1000만원 중반대의 이탈리아 라심발리(La cimbali)의 전자동 커피머신을 전국 점포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110년 역사를 지닌 커피머신 브랜드로, 전 세계 상업용 커피머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되는 기기는 열 교환 방식의 신형 보일러 기술이 적용돼 50잔 이상 연속으로 커피를 추출해도 온도와 압력에 변화가 없어 품질의 맛과 풍미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원두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콜롬비아, 브라질, 니카라과산을 50 대 25 대 25로 배합한 친환경 원두로 바꿨다. 또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의 인텐소 다크 로스팅 원두로 만든 신규 메뉴 ‘일리 아메리카노’도 출시한다. 겟커피 로고도 소문자 이미지로 변경했다.

이탈리아 세코의 커피머신을 사용해 PB 커피 ‘이프레쏘’를 선보이는 이마트24도 작년부터 기기를 기존(700만원)보다 두 배가량 비싼 1400만원대 ‘그랑 이데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원두커피는 가맹본부가 기기를 지원하고 점주가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점주들에게도 호응이 높은 상품군”이라며 “테이크아웃으로 판매되는 특성상 커피의 맛과 품질이 구매를 좌우하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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