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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민사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간에 주장·반론·입증 등 공방이 오고 간다는 점에서 보는 묘미가 있다. 그렇다면 행정 사건은 어떨까. 

행정청을 상대로 소를 거는 행정 사건의 경우, 원고가 행정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면 피고 측에서는 현행 법령이 정하고 있는 요건에 따라서 이뤄졌는지만 따지면 된다는 점에서 자칫 민사 사건에 비해 재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말 그대로 법의 취지에 맞게 행정청이 처분했고 그것이 적법하다는 재판부의 공감을 얻어내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행정 사건의 판단 결과에 따라 특정 기관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법적으로 의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기관이 공공법인이나 공공청사에 해당해 국민의 삶에 직결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서울대학교병원(이하 서울대병원)이 증축한 암센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행정소송 사건도 수도권정비법 시행령의 취지를 얼마나 충실하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서울대병원은 2015년 11월 종로구청장으로부터 암센터 증축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3월 증축을 완공했다. 문제는 완공 후 감사원이 ‘서울특별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했는데, 2017년 3월 서울시 측에 “서울대병원 암센터 증축 공사와 관련해 과밀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시정 요구를 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서울시는 2017년 5월 서울대병원 측에 총 7014만3500원의 과밀부담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서울대병원 측(법무법인 율촌 대리)은 “서울대병원이 공공법인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암센터도 공공청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과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과밀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공공청사일까 아닐까

수도권정비계획법 12조(과밀부담금의 부과·징수)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지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서 인구집중유발시설 중 업무용 건축물, 판매용 건축물, 공공청사,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과밀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본래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 제정됐다. 과밀부담금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구 집중 유발 시설, 특히 공공법인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은 암센터가 인구집중유발시설도 아닐뿐더러 공공청사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같은 법 제2조 제3호와 시행령 제3조 제3호 나목을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공공법인을 ‘개별 법률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으로 주무부 장관의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된 법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 측은 설립 당시 정관에 대해 문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암센터가 공공청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암센터는 의료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일 뿐 문서 등을 처리하는 행정업무 공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즉, 암센터를 공공법인 사무소에 해당하는 공공청사라고 보는 것은 해당 법령을 부당하게 유추·확정 해석 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서울시 측을 대리한 정석윤(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법의 설립 취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학교 병원설치법이라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당연히 공공법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병원 측에서 주장하는 ‘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립 자체에 대한 허가가 아니라, 정관에 대한 인가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정 변호사는 “(설립은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것이고) 등기를 위해 정관에 대한 인가를 문교부 장관이 한 것이라 당연히 공공법인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정석윤 법무법인 원 파트너 변호사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35기,현 서울시·보건복지부·교육부 법률고문,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감사, 전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법률 고문법무법인 원
정석윤 법무법인 원 파트너 변호사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35기,현 서울시·보건복지부·교육부 법률고문,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감사, 전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법률 고문 사진 법무법인 원

“공공법인, 과밀화 억제 솔선수범해야”

특히 암센터를 공공청사로 봐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병원 측은 암센터는 사무소가 아니라고 했지만, 정 변호사는 사무소라는 것이 결국 공공법인의 주된 목적 사업이 이뤄지는 장소로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센터도 당연히 공공법인인 서울대병원의 사무소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정 변호사는 “법상 명칭만 사무소지, 법의 실질이 ‘주된 목적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이면 된다는 취지였다”면서 “결국 이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과밀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 취지와도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공공 영역에 있는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공법인이 보다 더 솔선수범해서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라는 취지에서 제정됐다는 것이다. 만약 공공청사를 병원 측의 주장처럼 좁혀서 해석하면 본래의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정 변호사는 “실제 ‘사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사무소를 한정해서 보면 암센터에서 의료 행위와 사무 행위를 구별하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센터에서 의료 행위도 이뤄지지만 사무적인 일도 많다. 딱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사실 서울대병원 측에선 억울할 만한 부분도 있다. 서울 시내 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수도권정비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만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처럼 보일 수 있다. 이제 서울대병원은 대법원 판단으로 향후 암센터같이 별도의 건물을 증축할 경우 그때마다 과밀부담금을 서울시에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입장에서는 실제 억울할 수도 있다. 암센터가 사실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며 “하지만 이러한 사정들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축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고 부담금을 내는 문제라는 점에서 공공법인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승소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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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윤기원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2009년 설립됐으며 2015년 제주 사무소를 개소했다. 소송과 기업 법무 분야에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신뢰를 구축해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공동체’라는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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