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왼쪽)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나트륨(소듐)을 활용한 소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AFP연합·블룸버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왼쪽)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나트륨(소듐)을 활용한 소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AFP연합·블룸버그

“(소형 모듈 원자력 발전소는)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기존 판도를 바꿀 혁신)’가 될 것이다.”

6월 2일(이하 현지시각)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마크 고든 미국 와이오밍 주지사가 주재한 화상회의에서 소형 모듈 원자력 발전소(SMR)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차세대 원전인 SMR을 개발해온 게이츠 창업자는 자신이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들여 미국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 규모의 원전을 짓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 세계 각국이 앞다퉈 선언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SMR이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지속해온 한국에서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진출이 합의되면서 SMR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탈원전 정책 기조는 유지하지만, SMR 기술 개발은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게이츠와 버핏이 손잡기로 한 소형 원자로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로 SMR의 일종이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제 펌프, 가압기 등 주요 장비를 일체형으로 하나의 원자로 안에 들어가게 한다. 공장에서 만든 모듈을 운송하는 것으로 원전 건설 현장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다. 전기 출력이 300㎿ 이하로 발전 용량이 기존 원전의 30~40% 수준이라 건설 비용이 적다.

SMR은 또 쉼 없이 가동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개별 모듈의 가동을 선택할 수 있어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다.

시스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매립하거나 냉각 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대 사고 발생 시 노출되는 방사능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자연 냉각으로 안정화도 빠르다. 이 때문에 SMR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65~85기가와트(·1는 원전 1기 설비 용량) 규모의 SMR 건설이 추진될 것이라며 연간 150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400~1000여 기의 SMR이 가동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누스케일 파워의 소형 모듈 원전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 두산중공업
미국 누스케일 파워의 소형 모듈 원전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 두산중공업

SMR 개발 위한 각국 경쟁 가열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70여 종의 SMR을 개발 중이다. 아직 표준 모델이 없어 각국이 기술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584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핵심 기술로 꼽았다.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현지 원전 전문 회사인 ‘누스케일 파워’는 작년 9월 자사 SMR 모델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를 마쳤다. 첫 SMR 인증이다. 누스케일 파워는 아이다호주에 발전 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의 원전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도 2019년부터 선박에 SMR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부유(浮游)식 원전인 ‘아카데믹 로모소노프’를 운용하고 있다. 70㎿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이 원전은 송전선로 설치와 대형 발전소 건설이 어려운 극동지역 추코트카 자치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보완책으로 SMR을 내세웠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SMR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가 지난 5월 누스케일 파워에 4000만달러(약 448억원)를 출자해 미국 아이다호주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는데도 현재 6% 내외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캐나다 정부 역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SMR 개발 및 건설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SMR 액션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올 3월 300㎿급 소형 원전 건설 사업에 3773만달러(약 420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의 항공기·선박 엔진·원자력 전문 방위사업업체인 ‘롤스로이스’가 포함된 SMR 컨소시엄과 합작해 2억파운드(약 3200억원)를 투자해 각각 440㎿ 규모의 전기를 공급하는 최대 16기의 SMR 건설 구상을 5월 15일 공개했다.


plus point

SMR 기대감에 수혜주 부각
탈원전 벼랑끝 두산重, 한때 주가 80% 급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았던 두산중공업은 최근 SMR의 부상에 힘입어 주가 부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함께 원전 공급망을 구성해 해외 원전 시장에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하면서, 원전 핵심 기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이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5월 21일부터 6월 4일까지 1만3900원에서 2만5100만원으로 80.58% 올랐다. 증권 시장에서는 급격한 주가 상승에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라는 별칭까지 등장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만 해도 탈원전과 해외 수주 급감으로 직원 1000여 명이 명예퇴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주가는 2017년 2월 13일 2만4096원을 고점으로 하락하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충격을 받은 작년 3월 23일에는 10분의 1 이하인 2269원으로 추락한 바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실적보다는 해외 원전 수출 기대감 등 가능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미국 정부가 최근 원전 관련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SMR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업계 평가가 잇따르면서, 국내 SMR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세계에서 SMR 제조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임과 동시에 SMR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의 SMR 제조 기업 누스케일 파워와 국내에선 유일하게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누스케일 파워와 SMR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4400만달러(약 493억원)를 투자했다. 전 세계가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 시제품 제작에 돌입한 SMR 개발사는 누스케일 파워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한 누스케일 파워의 SMR 핵심 기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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