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도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중국 상하이 도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본부장 ‘아시아 투자의 미래’ 저자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본부장 ‘아시아 투자의 미래’ 저자

태양광 산업의 전망이 밝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글로벌 공조가 본격화된 덕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태양광 산업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태양광 모듈 가격은 무려 90% 하락했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은 미국, 인도, 중국, 유럽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탄 발전보다 저렴해졌다. 여전히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높은 토지 비용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는 데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지만, 이 국가들에서도 수년 안에 태양광 발전이 석탄 발전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제품의 원가가 10년 사이에 90% 하락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성취다.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고 다른 제조업 부문에서 이 정도의 원가 하락을 달성한 산업이 있을까?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비행기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제조품 가격은 내리기는커녕 스멀스멀 올라가기만 한다. 무엇보다 태양광의 주요 경쟁 대상인 화력 발전 비용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태양광 산업에서 관찰되는 놀라운 현상이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태양광 제조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시작해 웨이퍼(원판), 셀, 모듈까지 부문별로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70~90%에 이른다. 중국이 제조업을 전반적으로 잘하는 것은 맞지만, 태양광 산업처럼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도대체 태양광 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첫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 덕분이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단가는 화력 발전 단가보다 세 배 이상 비쌌기 때문에 시장주의 관점에서는 어느 기업도 태양광 분야에 뛰어들 유인이 없었다. 그래서 보조금 지급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어느 나라나 클린 에너지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긴 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 규모가 남달랐다. 10년간 무려 150조원가량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물론 보조금은 부작용이 많다. 어떤 중국 기업에는 눈먼 돈이고 공짜 돈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업에는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위한 마중물이기도 했다.

둘째, 중국의 저렴한 전기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동부 지역은 다른 산업 국가들과 비교해 전기료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쓰촨성이나 서북부 지역은 달랐다. 전력 자원이 풍부한 이들 지역의 전기료는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들과 비교해 50~70%가량 저렴했다. 태양광 웨이퍼 제조 과정에서는 전력 비용이 30%를 차지할 만큼 전기료가 중요한 변수다. 중국 서부 지역에 태양광 생산 설비를 지으면 위치만으로도 원가를 1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도 글로벌 태양광 제조 생태계가 중국의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유다.


웨이퍼·퍼크셀 양산, 치열한 中 기업들의 기술 혁신 경쟁

앞의 두 가지 이유는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태양광 산업에서 우위에 서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태양광 모듈의 원가가 왜 90%나 떨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는 중국 태양광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 덕분이었다.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특히 단위당 보조금이 점점 내려가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원가 우위에 서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이것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기술 혁신 추구로 이어졌던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태양광 웨이퍼 양산 혁신이었다. 태양광 웨이퍼를 만들려면 폴리실리콘 조각을 녹여서 만든 잉곳을 얇게 절단해야 한다. 과거에는 절단 과정에서 낭비가 많았다. 이를 새로운 기술 도입을 통해 해결했다. 기존 방식(모르타르 커팅)에서는 잉곳당 48개의 웨이퍼를 만드는 데 그쳤다면 새로운 기술(다이아몬드 커팅)로는 62개나 만들 수 있었다. 같은 원재료를 쓰고 30%나 더 많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기껏 커팅 기술을 두고 혁신이라고 하다니’라며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남들보다 앞서 개발하고 숙달한 기업이 바로 태양광 글로벌 1위 기업, 롱지 뉴에너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회사는 웨이퍼 커팅 및 모노 타입 웨이퍼 양산 혁신을 주도하면서 태양광 업체 중 처음으로 연 순이익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시가총액은 4월 말 기준 50조원을 넘어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 분야에서 글로벌 일등 기업이 되면 그 결과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 사례는, 퍼크(PERC)셀이 2015년부터 중국 기업들에 의해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기술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태양광 셀 뒷면에 적절한 물질을 혼합한 막을 덧붙이면 투과되던 빛이 다시 태양광 셀 내부로 반사되기 때문에 광 변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의 잠재력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으나 비용과 수율 문제로 대량 생산하는 데에는 실패해 왔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로 중국 기업들의 주도하에 저렴하고 효율적인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PERC셀 방식이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됐다. 참고로 대표적인 PERC셀 생산 기업으로는 통웨이 등을 꼽을 수 있다.

PERC셀에 기반한 광 변환율은 23%까지 올라왔다. 10년 전 판매된 태양광 셀의 변환율은 18% 수준이었다. 고작 5%포인트 개선에 불과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단일 면적에서 전력 생산이 40%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대단한 혁신이다.

세 번째, 태양광 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유리 부문에서도 혁신이 있었다. 2018년 태양광 양면 유리가 도입되면서 히트를 쳤다. 태양광 셀의 반대 면에도 유리를 부착해 태양광 흡수량을 늘리면서 광 전환 효율을 단면 유리 제품보다 5~20% 높일 수 있었다. 양면 태양광 유리의 양산을 이끈 기업은 글로벌 태양광용 유리를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싱이솔라, 플랫글라스다.

이외에도 다양한 양산 기술 혁신이 쏟아져 나왔다. 폴리실리콘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도입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EPA 필름 원가를 90% 이상 낮췄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다 보니, 태양광 모듈 원가 90% 하락이라는 위엄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 롱지 솔라가 홍콩 오션파크에 건설한 210㎾급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롱지
중국 태양광 기업 롱지 솔라가 홍콩 오션파크에 건설한 210㎾급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롱지

中 자체 장비 개발 통해 혁신 능력 발휘

우리는 태양광 모듈 가격이 왜 급락했는지, 어떻게 해서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제조 산업을 장악하게 됐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봤다. 보조금과 같은 정부의 개입 요소도 있었으나 결국은 중국 기업들의 양산기술 축적 덕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양산기술 축적이 가능했던, 중요하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배경이 있다. 바로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제조 장비 대부분을 생산하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폴리실리콘 생산 장비부터 살펴보자. 폴리실리콘 생산 원가는 지난 10년간 80% 하락했다. 이는 공장들이 전기료가 저렴한 서부 지역으로 이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폴리실리콘 관련 장비 가격이 급락한 덕분이다. 폴리실리콘 제조 원천기술은 오래전에 독일에서 개발된 것으로, 관련 장비도 오랫동안 독일이나 일본 등 자본재 선진국으로부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중국 기업들이 장비 대부분을 자체 개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다. 폴리실리콘 장비 가격은 2010년 1만t 생산 규모 기준 60억위안(약 1조8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0억위안(약 1800억원)까지 내려갔다.

앞서 말한 PERC셀 방식의 확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중국 장비 업체들이 PERC셀 제조 장비의 개발·생산을 주도했고 중국 태양광 셀 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PERC셀의 시장점유율이 초기부터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중국에서 장비(자본재)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남다른 측면이 있다. 다른 이머징 국가(신흥국)에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이머징 국가에서는 풍부하고 저렴한 인력을 이용한 제조업이 활성화됐지만 정작 제조업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은 선진국에서 수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제조업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다시 선진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만다. 반면 중국 경제는 자본재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엇이 중국과 다른 이머징 국가의 차이를 만든 것일까? 필자가 볼 때는 중국이 이공계 엔지니어들을 대량 배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인 것 같다. 2020년 기준 중국 20대의 대학 진학률은 50%에 육박한다. 2000년 이전에는 대학 진학률이 10%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다. 연간 500만 명의 이공계 전공 졸업자들이 일자리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과거에는 인형 조립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면 이제는 기업연구소에서 장비 개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인건비 수준이다. 비슷한 교육 수준과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춘 선진국 동년배와 비교하면 임금 수준이 20~30%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 엔지니어를 투입해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장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다른 이머징 국가들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여전히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엔지니어 인력 풀이 좁으니 자본재 산업 독립은 차치하고 자본재 산업을 키우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다.

고등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의 양적 증가에 힘입은 ‘양산기술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중국 산업의 경쟁력을 가장 잘 요약하는 단어다. 중국은 아직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거나 발명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기존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풍부한 엔지니어층을 기반으로 한 장비 자체 제작 능력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태양광 산업을 장악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장점이 집약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제조업이 강한 한국이 글로벌 태양광 제조 부문을 주도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그나마 독일을 보면 위로가 조금은 될지 모른다. 독일은 2000년대 초부터 태양광 산업 육성에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고 초기에 많은 태양광 관련 기업을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원가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금은 관련 독일 기업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찌 됐든 태양광 발전 원가가 하락한 덕분에 인류가 원가 경쟁력이 있는 클린 에너지원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본부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