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서울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택배를 찾고 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4월 14일 서울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택배를 찾고 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서울 고덕동에서 불거진 ’택배 대란’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도로 이용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갈등의 발단은 지하주차장 층고가 2.3m라 택배 차량(전고 2.5m)이 지하로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주차장 층고가 조금만 높았다면 굳이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다닐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차 없는 아파트’라는 콘셉트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건설사는 지하주차장 층고를 2.3m로 만든 것일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택배 대란이 불거진 ‘고덕그라시움’의 지하주차장 층고는 2.3m다. 앞서 택배 대란이 발생했던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신도시의 지하주차장 층고도 2.3m다. ‘높이는 주차장 바닥으로부터 2.3m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차장법 시행규칙을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시행규칙이 1990년 정해진 기준이라는 것이다. 2.3m는 택배 차량과 전고가 높은 승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높이다. 당시에는 지상주차장이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지상공원형 아파트’가 들어서며 입주민과 택배기사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하주차장으로 택배 차량이 드나들며 ‘차 없는 아파트’로 운영되기 위해선 적어도 지하주차장 층고가 2.7m는 돼야 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 직후인 2018년 6월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를 2.7m로 상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일부 예외는 뒀다. △지상을 통한 차량 진입이 가능한 경우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조합에서 2.3m로 결정하는 경우다. 이를 제외하면 2019년 1월 이후 사업 계획이 승인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층고를 2.7m로 높여야 한다. 늦긴 했지만, 갈등의 불길이 확산하는 건 막은 셈이다.

문제는 지상공원형 아파트이면서 지하주차장 층고를 2.3m로 설계한 단지들이 최근 속속 준공돼 택배 대란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층고 상향을 보다 일찍 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층고는 왜 이렇게 오랜 기간 2.3m였을까. 시공비 상승 때문이다. 불과 0.4m 차이지만 지하주차장 층고를 2.7m로 높이면 땅을 더 깊게 파야 해 시공비가 오른다. 국토부 자체 자료에 따르면, 1000가구 단지에서 지하주차장 1층 층고를 2.3m에서 2.7m로 높이면 가구당 약 130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주차장 층고 2.3m 규정으로 그동안 건설사의 배만 채웠다는 지적도 있다. 층고 상향은 시공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차장 높이를 2.7m로 상향 조정 시 지하주차장 하중·회전반경 등에 전반적인 영향을 줘 분양가가 상승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관련 규정 개정 이후 층고 2.7m는 건축비 가산비 항목으로 지정됐다.

다만, 택지개발이나 정비사업지의 경우 사업 주체가 건설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덕그라시움은 재건축조합이 사업 주체였고 다산신도시는 택지지구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업 주체였다. 이들 단지에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2.3m든 2.7m든 사업 주체가 정한 대로 시공했다는 뜻이다.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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