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마트 양재점 매장 안에 휴점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이마트 양재점 매장 안에 휴점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대형마트 의무 휴무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유통 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2012년 1월 17일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점포와 중소점포의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 점포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무일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법이 공포된 후 전국 각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유통기업이 충돌했다.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무일을 지정했다. 이에 대해 유통기업들은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적 시장 경제 질서에 부합한다’며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대형마트에 영업 규제가 도입된 지 5년 이상 지났지만, 전통시장으로 매출 이전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유통기업의 사익을 침해하는 것에 비해 공익적 효과가 없어, 공법 제정 원칙인 비례의 원칙 중 ‘상당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의무휴무제 도입 10년, 유통법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무제와 입지 제한 등의 규제를 복합쇼핑몰에도 도입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를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규제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단체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생필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등 소비자 후생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며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매장 줄이는 대형마트…고용도 줄어

2019년 연말 기준 405개였던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전국 매장 수는 올 연말까지 최소 19개가 문을 닫아 386개로 줄어든다.

이마트는 최근 인천공항점과 동광주점 등 2개 매장을 5월까지 폐점하기로 했다. 2019년 125개 점포를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2개 점포를 정리했다. 여기에 올해 초 롯데마트 구리점 임차 계약 연장이 불발하면서 3월 말 해당 매장도 철수했다. 홈플러스는 2020년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 등 매장 4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 영업을 종료했고, 안산점과 대구점, 대전둔산점은 연내 영업을 끝낸다. 매장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 대구스타디움점은 임차 계약 만료로 올해 말 점포를 정리한다. 올해 매장 매각을 결정한 부산 가야점은 내년에 영업이 종료된다.

직원 수도 함께 줄었다. 2018년 말 기준 2만6018명이었던 이마트의 직원 수는 2019년 2만5779명, 2020년 2만5214명으로 줄었다. 2년 사이 804명이 감소했다. 매장을 가장 많이 정리한 롯데마트는 직원 수가 1만3661명(2018년 말 기준)에서 1만2094명(2020년 말 기준)으로 1567명이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정직원 4300여 명 중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롯데마트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은 1998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대형마트 규제, 전통시장엔 오히려 역효과

대형마트 규제는 대형마트가 쉬는 날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전통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이라는 전제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도 그럴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초 실시한 ‘유통 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에 그쳤다. ‘슈퍼마켓을 이용한다’가 37.6%로 가장 많았고,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응답이 28.1%로 그다음이었다. 이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이용(14.7%)’ ‘편의점 이용(11.3%)’순이었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인근에 있는 경우, 마트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인원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홈플러스 계림점으로부터 1.6㎞ 거리에 있는 양동시장은 대형마트 영업일엔 4250명이 방문했지만, 휴무일엔 3758명으로 방문 인원이 11.6% 줄었다. 홈플러스 청주성안점에서 1㎞ 거리에 있는 청주 육거리시장도 영업일엔 5494명이 방문했으나, 휴무일엔 5260명으로 4% 이상 방문객이 감소했다.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생기면 평소 전통시장을 이용했던 고객이 대형마트로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도, 실제로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려고 원거리에서 방문하는 고객으로 인한 유입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춘한 교수가 최근 공개한 ‘전통시장 이용 고객 변화’ 연구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이 2017년 8월 출점한 후 1년 동안 인근 원당전통시장 이탈 고객은 4.01%, 신규 유입 고객은 7.42%로 3.41% 순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혁신 매장이 지역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주민의 만남의 장소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plus point

추가 규제 만지작 국회에 쌓인 ‘유통규제법’

4월 20일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대규모 점포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 지역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 등 6건의 유통 규제 강화 법안이 발의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영업 규제 대상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전문점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현행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로 제한된 대형마트 입지 규제를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사실상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출점은 불가능해진다. 같은 당의 어기구 의원은 대형마트가 출점 시 제출하는 지역협력계획서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심의안이 부결될 경우 점포 등록을 취소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이 가결될 경우,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쇼핑과 문화·여가 활동을 위해 찾는 대규모 점포들이 대부분 규제 대상이 된다. 유통업계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패션·잡화, 레스토랑이 입점한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은 판매 상품과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며 규제 확대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에 입점한 개인 자영업자들 역시 규제로 인한 영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선진국들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경제 기여 효과를 인지하고, 기존의 진입 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면서 “거리 제한, 영업 제한에 집중한 국내 유통 규제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윤희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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