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소비자시민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월 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소비자시민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1년여째 사용 중인 김대식(가명·36)씨는 증권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기 전 네트워크 방식을 ‘4세대 이동통신(LTE) 모드’로 전환한다.

5G 우선 모드로 들어가면 앱 첫 화면에서 멈춰 버벅거리기 때문이다.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내비게이션을 켤 때도 앱 첫 화면 멈춤 현상은 다반사로 나타난다. 김씨는 “통신사에 문의하니 상담원이 LTE 모드로 놓고 쓸 것을 권유해 황당했다”라면서 “5G가 빠르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바꾸고 9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까지 썼는데 최근 데이터 제한이 있는 5만원대 요금제로 바꿨다”고 했다.

5G 가입자 수 1300만 명(올해 1월 말 기준) 시대를 맞아 5G가 생활 속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동통신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5G 서비스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19년 4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5G 상용화 축하 행사’에서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할 수 있는 기기는 10배로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단축되는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라고 했다.

당시 업계가 공언했던 5G 속도는 20Gbps(1Gbps=1000Mbps)였다. 최대 1Gbps 속도를 내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것이다. 한 통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런 속도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이용해 5G가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속도”라며 “현재 통신 3사가 전국망을 깔고 있는 3.5㎓ 대역으로는 3~4Gbps가 최선이며, 이마저도 실험실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5G 품질 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통신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Mbps로 통신 3사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이론적 수치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해 4분기 집계한 한국 5G 다운로드 속도 평균치는 이보다도 절반쯤 낮은 354Mbps였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처음부터 3.5㎓ 대역의 5G 서비스 상용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LTE보다 3~4배 빠르다고 선전했으면 됐다”라면서 “28㎓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데도 2년 전 ‘20배 빠른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은 ‘5G가 형편없다’는 소비자 인식을 만든 만큼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5G 기지국 전체 기지국의 10% 불과

과기정통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집계한 지난해 무선국 현황을 보면, 5G 기지국은 약 14만 개로 전체 기지국의 10%에 그쳤다. 이마저도 5G 단독 모드(SA) 방식이 아닌, LTE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 모드(NSA)로 구축되고 있다. 통신 3사는 올 상반기부터는 SA 상용화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초고속·초저지연 등을 가능하게 하는 초고주파 대역(28㎓) 대신 3.5㎓로 전국망이 구축되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 대역은 전파 도달 거리가 짧은 주파수 특성상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한해 기업이 쓸 수 있는 용도(B2B)로만 선별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이런 서비스를 다중이용시설(핫스팟) 일부에서만 체험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근 5G 소비자들은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가 5G 상품을 팔면서 해당 가격(고가 요금제)에 준하는 서비스를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게 도화선이 됐다.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네이버 카페 ‘5G 피해자모임’ 등을 통해 현재까지 집단소송 의사를 밝힌 소비자는 1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고 측은 통신망 구축을 2022년 말까지 유예해준 정부도 이런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부추겼다고 보고, 소송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5G 집단소송을 맡은 김진욱(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5G 요금제를 내놓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집을 짓고 있는데 세입자를 받아 월세를 내라고 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plus point

초고속 5G망 구축 부진에 자율주행차 준비도 올스톱?

5G가 상용화 2년을 맞는 사이 운전자 보조 단계에 머물렀던 자율주행 기능(레벨2)이 최근 실질적인 자율주행 수준으로 평가받는 ‘레벨3’ 단계로 진입하는 등 산업 진화가 잇따르고 있다. 2년 전부터 5G 산업에서 먹거리를 준비해 온 한국의 준비 상황은 어떨까.

우선 자율주행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5G 전국망 구축이 지지부진하다. 5G는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빛을 이용하는 라이다, 전파를 쓰는 레이더 센서 등을 통한 주변 차량의 움직임 추적이나 빈자리 파악 외에 1㎞ 멀리 있는 빈자리, 돌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 망을 기반으로 차량과 주변 차량, 차량과 도로 인프라, 차량과 보행자 간 연결을 가능케 할 차량·사물 간(V2X) 통신 표준화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국토교통부와 과기정통부가 웨이브(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와 C-V2X 방식을 두고 무엇을 V2X 표준으로 삼을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SRC가 차량 간 직접 통신을 통한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LTE·5G 같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차량-인프라 간 통신(C-V2X)은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구역)나 초저지연, 전송 속도 등에서 최근 표준으로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유럽, 중국은 C-V2X를 표준으로 택했다. 업계는 정부가 우선 DSRC를 도입한 뒤 추후 5G 기반 C-V2X를 병행 도입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5G 포럼 교통융합위원장을 맡은 장경희 인하대(전자공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실증 사업에서는 DSRC 방식만 채택하는 등 C-V2X 대규모 실증 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DSRC 기술은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 기본 안전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의 한계로 2027년을 목표로 개발하는 레벨4 이상 완전자율주행 미래 차 적용 기술로는 적당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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