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프레도 소토롱고레노버 ISG 수석부사장 미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 석사,전 IBM 로봇 제품 개발자 및글로벌 영업 부사장,전 레노버 글로벌 영업 부사장 사진 레노버 ISG
윌프레도 소토롱고레노버 ISG 수석부사장 미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 석사,전 IBM 로봇 제품 개발자 및글로벌 영업 부사장,전 레노버 글로벌 영업 부사장 사진 레노버 ISG

“한국 시장의 슈퍼컴퓨터 및 클라우드 시장 성장률은 아시아 국가 중 톱 수준이다. 중국의 레노버 ISG는 지난 2년간 한국 시장에서 약 150% 고속 성장했다. 2년 전 한국 기상청에 슈퍼컴퓨터를 공급해 계산 속도를 여덟 배 높이면서도 전력 소비를 기존의 4분의 1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코로나19로 해외 엔지니어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자원만을 활용해 1만 대에 달하는 슈퍼컴퓨터를 도안대로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 한국 서버 시장에서 레노버 ISG 점유율은 3위이지만, 3년 내 1위 달성이 목표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 점유율 1위인 레노버 ISG의 윌프레도 소토롱고 수석부사장 겸 최고고객책임자(COO)는 11월 10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이슈로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레노버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신뢰’ 덕분”이라며 한국 사업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레노버의 제품·서비스 포트폴리오가 전 세계 모두 동일한데도 다른 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 성장세가 월등히 빠른 것은 직원들이 고객사에 얼마나 신뢰를 줬느냐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본다”면서 “아무리 차별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인 신뢰가 없으면 그 어떤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소토롱고 부사장과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 문화 조성 방안부터 지난 10월 국내에서 발생한 카카오 메인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전 세계 데이터센터발(發)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처음 서버용 반도체 사용량이 모바일용 반도체 사용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데이터센터 시장 자체는 지속 성장하겠지만, 성장률은 둔화할 것이다. 지난 2년간 팬데믹과 인프라 교체 주기 등이 맞물려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젠 경기 침체를 마주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 다만 시장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쪽은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한국인 대부분이 쓰는 메신저 등이 이틀 넘게 마비됐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
“이런 문제는 대개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사고가 처음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사실 미국에선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에서 시스템 다운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기술적으로 자체 복구 능력이 있거나 몇 단계 대비가 되어 있더라도 인간이 이걸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인간의 실수를 아예 없앨 수 없으니, 기술적으로 모든 층위에 유사시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레노버의 경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 백업하는 구조를 만들고 네트워크에 회복력을 높이는 장치를 심는다. 또 설비마다 전력이나 냉각 기술을 중복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유사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놔도 현실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커지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문제는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레노버 실적은 어떤가.
“올 3분기 레노버 매출 증가율은 33%를 기록했고, 이번 4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7~8년 전 사업 다각화를 결정하고 투자를 늘린 게 이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 8년 전만 하더라도 ‘레노버’ 하면 대부분이 PC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서비스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밀고 있다. PC 같은 디바이스보다 변동성이 덜한 영역의 투자를 늘려 사업 안정성을 꾀한 것이다. 또 4~5년 전 모든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하이퍼스케일러 시장에도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고객이 다변화했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주춤하더라도 클라우드 시장이 유지되니 일관된 실적을 낼 수 있게 됐다. 자체 생산 공장도 규모의 경제를 이뤄 효율성이 훨씬 높아졌다. 레노버는 글로벌 시장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중 갈등 관련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군사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레노버 ISG 슈퍼컴퓨터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 슈퍼컴퓨터 경쟁력은 ‘넵튠(냉각 기술)’이다. 레노버 넵튠은 물을 이용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 기술로, 별도의 냉각 장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냉각 과정에서 따뜻해진 물은 재활용한다. 이 독자적인 기술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냉각이 쉬울 것 같아도 실제 구현해 적용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데이터센터에 물 한 방울이라도 누수되면 센터 자체가 망가진다. 따라서 하드웨어 인프라만큼 중요한 게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레노버는 이 부분의 역량이 탁월하다. 또 레노버는 넵튠 수랭(水冷) 기술을 슈퍼컴퓨터 영역뿐 아니라 전통 인프라 장치에도 확장 적용하고 있다. 따끈한 소식인데, 레노버 역사상 처음으로 최신 AMD 칩에 수랭 기술을 접목해 제공한다. 칩에 최첨단 수랭 기술을 적용하는 건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옵션을 제시하는 거여서 업계 관심이 뜨겁다.”

레노버 ISG의 성장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고객과 신뢰’가 엿보인다.
“고객이 요구하는 의무 이상으로 신뢰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2월 애니메이션 ‘슈렉’ 제작사 드림웍스가 애니메이션 렌더링 작업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주문한 일이다. 한 달간 장비를 준비한 뒤 출하 직전에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이 봉쇄됐다. 드림웍스 입장에서는 고성능 시스템이 있어야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으니 하루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부에 있던 레노버 직원들이 차에 장비를 싣고 직접 운전해 서부 LA까지 갔다. 거기서 2~3주간 머무르며 드림웍스 스튜디오에 슈퍼컴퓨터 설치를 완료했다. 이 상황을 두고 케이트 스완보그 드림웍스 수석부사장은 ‘너무 이상한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봉쇄로 마트에서 휴지도 못 구하는데 슈퍼컴퓨터는 구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는 태도는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나.
“무엇보다 레노버 직원 사이에는 창업가 정신이 살아있다. 웬만한 기업이 다 창업가 정신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기업에 창업가 정신이 계속 살아있는 건 어려운 일이다. 둘째는 서로를 북돋워 주고 긍정적으로 봐주려는 조직 문화 덕분이다. 리더는 아래 직원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그 의견을 존중하고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갖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이런 분위기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직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이 필요한 걸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직원들이 창업가 정신을 갖게 하려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이 리더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리더들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가격 책정 등 특정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권한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들이 리더와 언제든 소통이 잘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에 동석한 한국 레노버 ISG 한국지사 직원들은 실제로 문제 발생 시 타국에 있는 본사 리더에게 연락을 취하면 2시간 안에 답이 온다고 전했다.

최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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