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행정학 박사, 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 센터장, 현 한국소비자학회 부회장, 전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마켓컬리 인사이트’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내:일’ ‘더현대서울 인사이트’ 저자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행정학 박사, 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 센터장, 현 한국소비자학회 부회장, 전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마켓컬리 인사이트’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내:일’ ‘더현대서울 인사이트’ 저자
더현대서울 5층 실내 정원 ‘사운드 포레스트’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5층 실내 정원 ‘사운드 포레스트’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은 단지 내부 공간이 예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타깃 고객이 ‘여기는 내 공간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이른바 페르소나(정체성) 공간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월 31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유통산업포럼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공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작년 2월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문 연 더현대서울이 성공한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더현대서울이 타깃 고객층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와 서울러(서울 사람)로 명확히 해, 방문객들에게 ‘이곳은 나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공간’이라고 느끼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더현대서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유통업 필패(必敗) 지역으로 꼽히던 여의도에 백화점 흥행 보증수표인 3대 명품 브랜드(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 없이 연 8000억원의 매출을 내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강연 후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도 성공한 대표적인 오프라인 공간인 더현대서울의 성공 비결을 짚었다. 그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해 대한민국의 산업 흐름을 진단하고 전망한 데 이어 최근 ‘더현대서울 인사이트’라는 책을 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통산업을 조망했다.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김 교수는 “페르소나 공간이란 타깃 고객이 가진 취향,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고 배워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라며 “더현대서울의 승리는 자기 정체성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린 공간 전략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의 핵심 타깃 고객을 MZ 세대와 서울러로 좁힌 점에 주목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더현대서울로 모일 수 있도록 백화점 이름부터 기존 공식을 깼다. 지역명을 딴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대신 ‘더현대서울’이란 이름을 붙였다. 김 교수는 “한류와 K콘텐츠가 힘을 얻으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파리지앵, 뉴요커처럼 세계 트렌드를 리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됐다”며 “서울러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모일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매력은 약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MZ 세대를 겨냥해 나이스웨더, BGZT랩, 디스이즈네버댓 등 MZ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입점시킨 점, 광고도 유튜브·바이럴을 통해서만 진행하고 TV 광고도 공중파가 아닌 tvN과 TV조선 등 타깃층이 분명한 곳에만 한 점 등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더현대서울이 상설 매장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임시) 공간에 면적을 많이 할애해 잦은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과 기존 백화점과 달리 남녀 패션을 같은 층에 배치해 쇼핑이 지루하지 않게 한 점, 줄 서는 것을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스마트 줄 서기를 도입한 점 등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봤다.


MZ 겨냥, 임원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

더현대서울이 들어선 여의도는 유통업계에선 ‘최악의 입지’로 꼽히던 곳이다. 더현대서울 인근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에는 IFC몰이 있고, 이곳엔 이미 영화관, 대형서점, 유니클로와 자라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등이 입점해 있었다. 이런 여의도에 현대백화점이 진출을 결심했을 때 업계에선 ‘안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김 교수는 악조건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무 직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현대백화점만의 조직 문화가 더현대서울 흥행에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더현대서울은 IFC몰에 없는 것들을 입점시켰다. 그는 “더현대서울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의 성공 비결을 표로 정리해 60가지 키워드가 나왔는데, 그것을 전부 버리자고 했다고 한다”라며 “(기업은) 성공 체험의 노예가 되기 쉬운데, 이런 체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이는 굉장히 어렵고도 현명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젊은 고객이 많이 몰리는 지하 2층을 꾸밀 때 담당 임원이 실무자에게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만 꽉 채우라’고 말했는데, 모르는 부분을 쿨하게 인정하고 젊은 직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서 “지하 2층에 화제를 일으킬 만한 공간을 만들고, 매출은 다른 곳에서 올리는 전략을 썼는데, 부서 간 실적 경쟁을 붙였다면 이런 공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팬데믹이 공간의 질적 변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디딤돌이 됐다”며 온라인 쇼핑의 급속한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위기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은 온·오프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쇼핑 경험을 원하지, 오프라인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타깃을 분명히 해 그들의 취향과 구매 욕구가 반영된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plus point

더현대서울, 1년만에
매출 8000억원 ‘업계 신기록’

사진 현대백화점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해 2월 2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5억원을 돌파해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개점 당시 회사가 세운 매출 목표치를 30% 이상 상회했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영업 면적(8만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미고, 백화점업계 최초로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이와 함께 스니커즈 리셀(Resell·재판매) 전문 매장, 명품 시계 리셀 매장 등 기존 백화점에서 보기 어려웠던 매장들을 입점시켜 젊은 고객들을 공략했다.

이런 시도는 MZ 세대를 끌어모으는 흥행 요인이 됐다. 개점 1년간 더현대서울을 다녀간 고객은 약 3000만 명으로, 20~30대 고객 매출 비중이 58.2%에 달했다. 

원거리 방문객도 많았다. 매출의 54.3%가 더현대서울에서 10㎞ 이상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나왔는데, 이 중 75%가 30대 이하였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더현대서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더현대서울 목표 매출을 9200억원으로 잡고, 내년에는 1조원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더현대서울이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면,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서울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콘텐츠를 앞세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 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은영·이현승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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