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룡 메디아이오티 대표 고려대 정형외과학 박사, ㈜오스힐 창업자 및 현 공동 대표, 현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및 개방형실험실 단장, 현 의사창업연구회 회장 / 사진 조선비즈 DB
송해룡 메디아이오티 대표
고려대 정형외과학 박사, ㈜오스힐 창업자 및 현 공동 대표, 현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및 개방형실험실 단장, 현 의사창업연구회 회장 / 사진 조선비즈 DB

미국 화이자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함께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의 창업주 우우르 샤힌 대표 부부는 대표적인 의사 출신 기업가다. 그런 샤힌 대표 부부와 손잡고 백신을 만들어 낸 화이자의 연구개발 총책임자 미카엘 돌스텐 최고의학과학책임자(CSO) 사장도 의사 출신 기업인이다. 스웨덴 룬드대 의대를 졸업한 돌스텐 사장은 모교 의대 교수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이후 글로벌 제약사 ‘파마시아’ 연구소장으로 옮기면서 신약 개발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글로벌 1위인 지금의 화이자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제약계와 과학계는 이렇게 의사들이 글로벌 바이오산업계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 의료진의 진료 및 임상 수준은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국내 의대에는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몰린다. 하지만 정작 의학 연구나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든 의사 출신 기업가는 손에 꼽는다.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기업체 ㈜오스힐과 ㈜메디아이오티 대표이사인 송해룡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열악한 의사 기업가 생태계’를 한국 바이오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송 교수는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병원에 남아 환자를 진료하는 ‘익숙한’ 환경에 안주한다”며 “의사들이 안락함 대신 바이오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한국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각 대학병원이 의사 기업가를 인큐베이팅(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벤처캐피털(VC)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어서, (신약) 기술만 갖고 있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송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왜소증 환자의 키를 늘리고, 사지(四肢) 기형을 교정하는 명의(名醫)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지난 2000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작은 거인 4형제 편에 등장해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바로 송 교수다. 송 교수는 첫 번째 벤처 창업에서 실패한 후 의료기기업체인 오스힐로 두 번째,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메디아이오티로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단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미국의 의사기업가협회를 벤치마킹한 ‘의사창업연구회’ 설립에도 나섰다. 송 교수를 2021년 12월 17일과 20일 두 차례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에서 만났다.


2000년대 왜소증 환자의 ‘키 늘려주는’ 명의로 유명했다. 그런 유명세를 뒤로 하고 의사 기업가 육성에 나섰다. 계기가 있나.
“미국 메릴랜드 의대로 연수를 갔을 때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국내 대학병원 의사들이 하루에 수십 수백 명씩 진료를 보고, 임상연구만 하는데, 미국 대학병원은 의사의 ‘연구개발’에 방점을 뒀다. 이제 한국 대학병원도 그런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지금이 한국 바이오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입 단계라고 생각한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연구자가 존재하고, 자본 시장이 이해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산업 정책을 입안하는 당국이 이해하는 것이 맞물려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도 네이버나 쿠팡 같은 회사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국내 대학병원은 진료와 임상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다. 의사가 아닌 생명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바이오벤처를 창업하면, 신약 임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중간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임상을 진행해 본 의사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쌓여 있다.”

폭발적 성장 첫 단계라고 했는데, 그런 움직임이 실제로 있나.
“의사들의 도전 DNA를 끌어내려고 의사창업연구회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의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병원은 연구보다 진료 많이 하는 의사를 선호한다.
“그 좋은 머리를 갖고, 창조적인 활동이 아닌 환자 진료에만 매달리는 것은 너무나 아깝지 않나. 의사 창업은 대학병원 교수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요즘 개원의 중에서 쉬는 시간에 주식 투자와 선물 옵션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반대로 미국은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투자자 조합을 만들어서 (바이오벤처) 투자를 한다고 한다.”

국내 대학병원 의사들이 도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의사 기업가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의사가 연구 성과를 내면 환자 진료를 보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는 의사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도 많고, 벤처캐피털도 활성화돼 있어서 창업 없이 특허 기술만 확보해도 충분히 투자 유치 및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반대로 기술이 있어도 창업을 해서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정부가 말로만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 일례로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를 국산화해도, 웬만한 국립병원조차 국산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다. 누가 도전을 하려고 하겠나.”

의료기기업체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이다. 10여 년 전 첫 바이오벤처 때 서방형 골재생 주사제를 개발했는데, 약효만 믿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시장성을 보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때 약효가 좋으면 다 되는 줄 알았지 ‘시장’에 대해선 이해가 부족했다.”

의사가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나.
“창업 4년 차에 180억원의 투자를 받은 세닉스가 의사가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아이쿱을 세운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GC녹십자와 손잡고 최근 총 133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안다.”

의사 창업 바이오벤처의 성공 비결은 어떤 것이 있나.
“단순히 연구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기술 사업화를 시킨 것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은 의사가 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산학협력이 중요하다.”

산학협력의 성공 사례가 있나.
“대웅제약의 경우 의사가 바이오벤처 ‘공동창업’을 하면 약 1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최근에 만든 것으로 안다. 산학협력을 잘 하려면 의사들도 자존심을 내려놔야 한다. 조금만 자세를 낮추고 제약사 같은 민간 기업과 협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열려 있다.”

의사창업연구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창업을 몇 번 해 보니 어떤 분야든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 일이 자기 혼자 해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도록 하고, 제약사 등 민간에 프로그램을 제안해 이끌어 가도록 할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 자생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바이오벤처에 도전하는 의사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한국 상황으로 의료에 정보통신(IT)을 접목하거나,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한다거나, 디지털 치료제 쪽에 집중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약 연구는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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