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서강대 경제학 박사, 전 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소장 / 사진 이소연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서강대 경제학 박사, 전 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소장 / 사진 이소연 기자

미국발(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 정부가 유례없는 부양책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BEI·기대 심리 반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2.22%를 기록했다. 6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 상승 공포는 국내까지 번졌다. 코스피는 하루에 1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고, 주요 식료품 가격 상승 폭은 최근 5년치 평균 대비 120%를 웃돈다.

‘이코노미조선’은 3월 2일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각 학교 연구실에서 만나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2000년 IT 버블과 2001년 9·11 테러 직전 주가 급등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빠르게 예측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족집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성 교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배경은.

김영익 “미국의 고용 상황 때문이다. 미국은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국가로, 코로나19 이후 올해 1월까지 미국 일자리가 989만 개 줄었는데 그중 897만 개가 서비스업에서 였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고용 지표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물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 반면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고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코로나19 타격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그만큼 회복 이후 고용 상황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성태윤 “미국은 기본적으로 소비가 많은 나라로,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3이 소비다.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소비가 폭발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물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 반면 한국은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쯤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록다운까지 감행해 소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상대적인 회복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과거 인플레이션보다 더 우려되는 이유는.

김영익 “이번엔 미국이 무한정 뿌리는 달러화를 흡수해줄 중국이 없다. 2001년 이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저임금으로 값싼 물건을 수출하면서, 미국이 시장에 내놓은 막대한 달러화를 흡수했다. 그러나 이젠 중국도 임금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싸게 물건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이제 중국이 생산한 물건은 중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장기적으로 중국은 무역 적자국이 될 것이다. 전처럼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줬던 중국에 의존할 수 없으니, 미국은 부채가 계속 늘 수밖에 없고 물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


미국을 2위 교역 대상국으로 둔 한국도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연구위원 / 사진 이소연 기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연구위원 / 사진 이소연 기자

김영익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의 교역국이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와 위안화 등의 가치가 오르면 오히려 우리가 물건을 더 싸게 수입해올 수 있다. 또 통화 가치가 달러에만 강세가 되는 거지, 유로와 엔 등 다른 통화를 상대로는 오히려 약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 등 타 국가로의 수출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달러로 돈을 받다 보니 매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는 있다.”

성태윤 “교역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 그것보단 미국의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 결국 금리가 오를 것이고, 국제 금융시장 쇼크가 우리에게 미치는 자산 시장의 위험 증대 요인이 있다.”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익 “수요가 늘어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유례없는 한파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식료품은 원유 등 에너지와 함께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심한 품목이기 때문에, 실물경제 내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할 때 물가 지표에서 제외한 ‘근원물가’를 본다. 거시경제는 주부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밥상물가’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성태윤 “일반 물가와 체감 물가의 전형적인 괴리 현상이다. 최근 생활필수품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나, 원래 경기가 안 좋아도 생필품 구매는 멈추지 않는다. 생필품 이외 가격은 많이 내려갔다. ‘내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인식을 못 할 뿐. 이를 두고 실물경제 인플레이션 우려를 얘기하는 건 전체 물가의 일면만 보는 것이다.”


한국도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지 않을까.

김영익 “한국은 가계 부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비가 증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로 급증한 가계 부채는 1700조원을 돌파해 지금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소득 불평등은 심화됐다. 결국 가계 부채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백신 접종 이후 소비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순 있으나 본질적으로 소비가 회복될 순 없다.”

성태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도 이미 한국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불황 요인이 강했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축됐었다. 미국과 달리 근본적인 경제 위축 요인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백신 접종 이후 수요가 크게 회복할 여지가 적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김영익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아시아 비중을 늘려라. 인플레이션으로 곧 흔들릴 미국 주식은 지금 거품이 심하다. 개별 주식보다 ETF를 추천하고, 그중 중국 전기차 혹은 헬스케어 관련 ETF를 추천한다.”

성태윤 “한국에서 실물경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진 않지만, 유동성 공급의 영향으로 인한 자산 인플레이션과 이후 가격 급락의 가능성은 있다. 자산이 많은 경우가 아니면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간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산업이 아니라 실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곳에 투자하라.”


인플레이션이 달러화 패권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 리스크를 피하려면.

김영익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것이고, 달러화 비중이 줄면서 유로·위안 등 다른 통화가 미국과 함께 주요 역할을 하는 다국 체제로 변화할 것이므로 다른 통화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이 미국 달러화 거래가 지배적인 원유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리는 등 원자재 거래에서도 달러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달러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이 맞지만, 가격 변동이 심해 투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성태윤 “달러화 패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달러화 패권은 달러 가치 하락과 별개 문제로, 국제 금융 시스템의 문제다. 위안화 등 다른 통화가 무역 결제에 사용되긴 하지만, 결국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자산이 보존되면서 거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건 달러화로 표시된 미국 국채뿐이다. 위안화는 외환시장을 통제하는 국가에서 만든 화폐라 기축통화로 사용될 수 없고, 비교적 안정적인 독일 채권도 양이 부족해서 거래에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도 매우 불안정한 자산이라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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