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한국경제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및 박사,현 고려대 정책대학원장, 전 IMF 이코노미스트,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및 지역협력국장, 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이종화 한국경제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및 박사,현 고려대 정책대학원장, 전 IMF 이코노미스트,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및 지역협력국장, 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2022년 2월 10일 신임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했다. 기본소득, 병사 월급 인상 등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의 선심성 ‘돈 풀기 공약’으로 인해 나라 살림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돈을 많이 써야 하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부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중장기 재정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확장적 재정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필요하지만, 앞으로 무분별한 ‘빚잔치’가 이어지면 이미 1000조원이 넘는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우려한 국내외 투자자가 국공채 구매를 기피하면 이자율이 오르고 채무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자산 거품, 외화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올해 다양한 대외 리스크에 노출된 만큼, 새로 들어설 정부의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국의 긴축과 중국 경제 둔화,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혼합되어 실물경제 위기를 키우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재정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는 신산업 육성과 민간 일자리 창출, 인프라 구축 관련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과도한 세금은 감면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연금과 세제 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추세라면 국민연금은 30년 뒤 고갈이 예정되어 있고, 미래 세대는 날로 쌓이는 정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경제 정책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성장·안정·분배·환경의 지속 가능성 등 보편적인 경제 목표를 달성해야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모두 미흡했다. 지난 5년간 잠재 성장률은 계속 떨어졌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는 늘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해졌다. 환경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탈(脫)원전 정책, 재생에너지 위주로 가는 에너지 정책이 과연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취약계층의 최저임금을 올려주겠다는 선한 의도가 반영된 정책이지만, 직원을 고용하는 수많은 자영업자가 피해를 봤다. 차기 정부는 이번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길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압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선 주자들의 경제 정책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 주자들이) 저출산·고령화로 경제가 힘들어질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재정 지출을 늘리는) 쉬운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 기본소득, 노인 기초연금 대상 확대, 병사 월급 인상 등 여야 두 대선 후보 모두 돈이 많이 드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나 선심성 공약이 등장하는 것을 막긴 어렵다. 그러나 선거를 겪고 난 뒤에는 경제에 정말 도움 되는 정책이 무엇인가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대선 주자들의 경제 공약이 중기 재정 건전성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지난 2년간 정부 지출이 유례없이 빨리 늘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40%에서 2021년 51%로 높아졌다. 2026년에는 67%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선심성 공약으로 인해 정부 부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40년쯤 정부 부채가 GDP의 10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 경제이고,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재정 적자가 급증해 외국인이 투자를 기피하면, 한국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효율적인 재정 지출을 하려면 정부는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할까.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서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신산업 육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의 지출은 늘리고 포퓰리즘성 지출은 줄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의 경우 개인이나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서 민간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세금을 없애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보통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한다’고 하면 돈을 쓰는 것만 생각하는데, 세금을 깎아주는 세금 정책도 굉장히 중요하다. 생산성 높은 신산업의 세금은 감면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도 높여야 한다. 현재 추세라면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 세대가 더 많은 세금을 내거나 연금을 적게 받아야 한다. 연금과 세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어떻게 세수를 높여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노동·금융·상품·교육 시장 등 4개 분야 규제가 특히 많다. 노동 시장에서는 정규직 과보호가 규제에 해당한다. 말로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는 더 늘었다. 부동산 규제도 마찬가지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접근이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뛰면서 갑자기 세금을 더 내게 된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 사람이 집을 살 기회도 줄었다. 사회가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으로 나뉘면서 불평등이 심해졌다. 새 정부는 정권 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올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 경제 둔화, 미·중 갈등 심화 등 위험 요인이 상당히 많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3%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기에 차기 정부가 위험을 잘 관리할 능력이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은 신흥국 자금 이탈 리스크에서 자유롭다고 보는지.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올리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회수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타격받게 된다. 아직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4회 정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가계 부채 규모와 자산 가격 상승을 감안했을 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최근 물가 상승률, 가계 부채, 해외 금리 추이를 고려하면 지금의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 올해 연준이 금리를 최소 3~4회 올릴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어느 정도 동조해야 한다.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점진적으로 연 2%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본다.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더 중요하다. 시장금리가 약 4%, 물가 상승률이 3%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높지 않다.”

이재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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