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9일 오후 7시 23분. 게임 개발·서비스 회사인 위메이드가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클레바’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레바는 출시 12시간 만에 2억달러(약 2400억원)의 예치금을 모았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중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국내 암호화폐다.

예치금이 1조원을 넘는 시장 1위 클레이스왑과는 차이가 있지만, 서비스 시작 직후 2위 사업자로 뛰어올랐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커 보인다. 클레바는 서비스 개시 6일 만에 예치금 4억달러(약 4800억원)를 기록했다. 디파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가상자산을 서비스에 예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는데, 이를 가리켜 ‘이자 농사(Yield Farm)’라고 부른다. 일종의 금융상품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총 2000조원이 몰려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디파이에 가입돼 있는 암호화폐는 250조원쯤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7.5%는 어떠한 수익 창출도 없이 그냥 ‘보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도 현금처럼 금융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디파이는 주식, 정기예금, 수시입출금 통장 등에 현금을 넣어두는 것처럼 암호화폐로 여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디파이 서비스는 누가 만들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지만 클레바는 전 세계 최초로 상장사가 만든 서비스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장 대표는 “그만큼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는 2021년 12월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클레이스왑’에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또 글로벌 2대 디지털자산 은행인 스위스 ‘시그넘’의 시리즈B 펀딩에도 참여했다. 게임 개발사인 위메이드가 블록체인과 이와 관련한 경제에까지 관심을 두는 건 기본적으로 ‘게임의 미래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라는 믿음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게임 내 경제가 현실과 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게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메타버스라면, 이를 완성하는 건 블록체인 기술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게임 속 경제는 실현될 수 없는 ‘닫힌 경제’였지만, 블록체인은 이 닫힌 경제를 현실과 연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 일문일답.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서울대 경영학 학사, KAIST 경영공학 석사, 현 비덴트(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최대주주) 사내이사, 전 네오위즈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 전 네오위즈모바일 대표이사 사진 조선비즈 DB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서울대 경영학 학사, KAIST 경영공학 석사, 현 비덴트(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최대주주) 사내이사, 전 네오위즈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 전 네오위즈모바일 대표이사 사진 조선비즈 DB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주목한 시점은.
“2017년 말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1차 폭발을 일으켰던 때부터다. 당시 모든 분야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고, 많은 회사가 이 기술을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할지를 고민했다. 위메이드는 게임과 블록체인이 찰떡궁합이라는 결론을 지었고, 완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건 2018년 초다. 벌써 4년이라는 업력이 쌓였다.”

메타버스로 가려면 블록체인이 필수인가.
“메타버스는 아직 그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진 않다. 다만 ‘또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게임과 메타버스는 그 지향점이 비슷하다. ‘로블록스’는 게임으로 만들어졌지만, 홈페이지에서 메타버스의 구성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가상세계에서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이코노미)’다. 잘 만들어진 게임에는 일방적인 사고팔기가 아닌 순환 경제가 형성돼 있다. 게임이 어떻게 메타버스로 진화할 수 있겠는가를 따져보면 결국 게임 내 경제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현실에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위메이드는 게임 회사인가, 블록체인 회사인가.
“우리는 게임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기존의 단순 유통(퍼블리싱)과는 개념이 다르다. 게임 유통 계약을 따내 우리 홈페이지에 게임을 올려봤자, 기껏해야 수십 개에 불과하다. 한 해 동안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이 약 5만 개다. 이 모두가 암호화폐를 만든다고 한다면 5만 종류의 코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플랫폼이 되겠다는 건 이 게임 코인을 모두 우리 블록체인 플랫폼에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5만 개의 게임이 우리 플랫폼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이 펼쳐진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가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로서 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게임 산업의 지배적 플랫폼인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스팀, 메타(구 페이스북), 위챗처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최근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인수했고, 중대형 게임사인 엠게임 및 NH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앞으로 또 다른 중대형 게임사와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모든 게임 회사와 얘기하고 있다. 단순히 위믹스에 관심을 두는 회사도 있지만, 어떤 회사는 블록체인 게임을 공부하기 위해 우리와 접촉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컴투스그룹과도 2021년 10월에 만나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경쟁이 아닌 이 판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방향을 잡을지를 논의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은 높지 않은 것 같다.
“큰 변화가 시작된 건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암호화폐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 허상 아니냐’라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학자는 주머니에서 달러화 한 장을 뺀 뒤 ‘이 종이에는 무슨 내재적 가치가 있는가. 있는 것은 이 종이를 내면 물건을 바꿔줄 것이라는 믿음뿐이다. 모든 인위적인 제도, 화폐, 경제, 국가 등은 모두 믿음의 산물이다. 가상자산을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내재적 가치는 생기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미 (가치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세 변동성이 워낙 크다.
“불안정한 상태가 주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시세가 하루아침에 크게 하락하는 건 단점이지만, 혁신적인 성과가 나타났을 때 시세에 바로 반영되는 건 또 장점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 가격 제한이 없는 금융 선진국이 많다. 암호화폐나 주식이 비슷하다는 것이고, 불안정성에 대한 시각차라고 본다.”

게임회사가 암호화폐를 열심히 하는 것에 색안경을 끼는 사람도 있다. 특히 코인 대량 매도 관련해서 논란이 있지 않았나.
“(상장 회사의) 주가가 빠지면 주주들이 회사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찬가지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회사가 암호화폐 시세 하락에 귀책이 있는 건 마땅하다. 하지만 (대량 매도) 논란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우리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더 좋게 만드는 동시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우리의 성장전략 자체가 위믹스의 성장인데, 인위적으로 시세를 떨어뜨릴 일이 있겠는가. 결국 위믹스를 통해 우리 회사가 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제도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제도화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제도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고, 결국 산업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을 진흥시키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책임 있는 자유 방임’을 제도화 핵심으로 꼽고 싶다. 책임을 묻되,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 지도자의) 미래지향적인 리더십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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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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