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숙 한국씨티은행 커머셜사업본부 전무, 서울대 의류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파이낸스 석사, 미국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MBA, 전 시티은행 홍콩 Corporate Finance Associate, 전 크레디트 스위스 서울지점 Country Risk Manager, 전 SC제일은행 Head of Traded Credit Risk Management & Financial Institution Risk, 전 한국씨티은행 대기업심사본부 본부장, 전 한국씨티은행 Chief Risk Officer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유기숙 한국씨티은행 커머셜사업본부 전무
서울대 의류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파이낸스 석사, 미국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MBA, 전 시티은행 홍콩 Corporate Finance Associate, 전 크레디트 스위스 서울지점 Country Risk Manager, 전 SC제일은행 Head of Traded Credit Risk Management & Financial Institution Risk, 전 한국씨티은행 대기업심사본부 본부장, 전 한국씨티은행 Chief Risk Officer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금융권은 다른 분야보다 특히나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금융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성 임원이 드문 분야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금융권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임원 자리에 오른 인물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임원의 자리를 지키고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고 있다. 바로 유기숙 한국씨티은행 전무의 이야기다. ‘조선비즈’는 최근 서울 서대문의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유 전무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이다. 경제나 금융을 전공한 게 아닌데 은행원이 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재봉질이 너무 어려워 일찌감치 디자이너를 포기했다. 주위에 어떤 직업이 돈을 잘 버는지 물어봤더니 은행을 많이 추천했다. 의류학과를 다니면서 경영학 수업도 많이 들어서 재무나 회계 분야가 어렵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학원 전공을 금융으로 정했고 이후 코리안리라는 재보험사에 들어갔다.”

은행에서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주로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냈다. 리스크 관리를 택한 이유가 있나
“두 가지 이유다. 우선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대학원 다닐 때부터 미국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준비했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할 때도 현지 공인회계사(AICPA) 시험을 봤다. 숫자가 익숙해지다 보니까 리스크 업무를 택하게 됐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가족이다. 어릴 때 꿈이 현모양처였다. 세일즈보다는 리스크 업무가 가정을 더 챙길 수 있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일을 잘하면서 동시에 가정도 잘 챙길 수 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했는데 그게 바로 리스크 관리였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한국씨티은행에 입사했을 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출산한 이후에 아이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나도 정신이 없었고, 제출해야 할 보고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상사가 내 앞에다가 보고서를 던지면서 ‘이럴 거면 하지 마’라고 한마디했다. 주변에서는 많이 걱정해줬지만, 오히려 그 한 마디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됐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것도 내 일이지만, 회사 업무도 내 일이라는 걸 명확히 깨달았다. 일과 가정의 온앤드오프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는 회사에서는 집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주중에는 일에만 집중했다. 대신 주말에는 가정에만 집중했다. 지금도 골프를 안 치는 이유가 남편과 아이들 때문이다.”

SC제일은행에서 2010년까지 임원을 하다가 한국씨티은행에 부장으로 이직했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데 직급을 낮춰서 이직한 게 의외다
“승진을 위해 이직을 한 적이 없다. 이직할 때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기준이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SC제일은행에서 한국씨티은행으로 이직할 때는 직급도 낮아졌고 연봉도 깎였고 내 권한도 줄었다. 대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면 한국씨티은행은 사관학교 같은 곳이다. SC제일은행에서는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업무를 주로 했는데, 한국씨티은행으로 가면 기업 관련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커버하는 국가도 더 많았다.”

2018년부터 한국씨티은행에서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지내다가 2020년 4월에 커머셜사업본부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둘 다 고위 임원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CRO가 더 높은 자리 아닌가. 이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업무도 중요하지만, 판을 짜고 전략을 만드는 건 비즈니스 부서의 업무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까지는 내가 잘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에는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은행에서 중소·중견기업 포트폴리오 부분에 조금 어려운 게 있었는데, 내가 맡아서 하면 변화를 일으키고 잘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외국계 기업만의 인재상이 있나
“자신감이 중요하다. 인터뷰할 때 지원자의 자신감이 다 보인다. 핵심을 찌르면서 복잡하지 않고 쉽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외국계 기업은 영어로 소통한다. 그런데 지원자 중에 한국어로 표현하는 게 입에 익어서인지 영어로 말하면서도 공손하게 돌려서 말하려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영어는 직설적인 언어다.”

회사에서 의사 소통을 잘하는 비결이 있나
“많은 사람이 매니지먼트에 대해 말할 때 부하직원을 다루는 ‘매니지 다운’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상사를 다루는 ‘매니지 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상사가 기대하면 결국 나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상사가 업무 지시를 했을 때 ‘예스’만 하기보다는 정확하게 내 상황을 이야기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능력은 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해서 그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거나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사는 계속해서 많은 걸 요구하게 되고, 결국 나는 번아웃이 될 수밖에 없다.”

상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매니지 업’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상사에게 준 보고서나 정보를 상사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상사의 하루는 어떤지 상상해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야 한다. 우리는 지금 주어진 일에만 매몰되고 그 일이 끝나면 내 할 일 다했다면서 퇴근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머릿속으로는 항상 상사의 입장에서 롤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하루 업무가 끝나면 집에 가서 10분이나 15분이라도 내가 했던 일을 정리해보고, 상사라면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씨티은행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은행의 여자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다면
“친한 여성 후배들에게는 ‘징징대지 말라’는 말을 종종 한다. 사소한 문제는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정말 실질적인 문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윗단의 정책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도 해준다. 은행 업무는 윗단의 정책과 밑단의 실행으로 나뉜다. 정책은 업무를 처리하는 규칙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고, 실행은 그걸 수행하는 오퍼레이션이다.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정책은 남자가, 실행은 여자가 하는 경우가 많다. 주어진 규칙이나 제도에서 실행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을 깨고 새로 짜는 능력도 필요하다. 여직원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많이 없는데, 스스로 연습하고 도전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plus point

리테일 떼고 기업금융 키우는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 조선비즈 DB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 조선비즈 DB

한국씨티은행은 변화의 바람에 휩싸여 있다.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철수를 결정하면서다. 한국씨티은행은 8월 26일 정기 이사회에서 소비자금융 매각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통매각과 분리 매각을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금융에서 철수하지만, 기업금융에는 오히려 힘을 싣고 있다. 리스크 분야를 담당하던 유기숙 전무도 중소·중견기업을 챙기는 커머셜사업본부 전무로 자리를 옮겨 기업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커머셜사업본부는 수익이 크게 늘고 고객만족도 93%를 달성해 아시아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냈다.

기업금융에서 한국씨티은행의 성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건설사 컨소시엄에 한국씨티은행이 단독 주관사로 참여하기로 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에 업무수탁 기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종현·이윤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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