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연세대 의대 박사, 현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 전 강남세브란스 암 병원 원장 /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연세대 의대 박사, 현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 전 강남세브란스 암 병원 원장 /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갑상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예후(병의 경과 및 결과를 미리 아는 것)도 좋아 ‘거북이 암’ 혹은 ‘착한 암’이라고 불린다. 갑상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에 달한다. 5년 상대 생존율이란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갑상선암이 결코 착한 암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항석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7월 19일 ‘조선비즈’와 만난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현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는 “갑상선암이 비교적 착한 암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그 예후가 좋다는 의미이지, 나중에 종양이 악화하고 전이가 일어난 경우에도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모든 암이 작고 치료하기 손쉬운 상태지만, 크게 자랄수록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갑상선(갑상샘)은 목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인체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에서는 우리 몸에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고 인체의 대사 작용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나온다. 이 갑상선에 생기는 암이 갑상선암이다.

장 교수가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난치성 갑상선암 연구소는 현재까지 거의 밝혀진 바 없는 난치성 갑상선암의 새로운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고, 갑상선암 악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난치성 갑상선암 치료법과 관련한 5개 특허를 획득했고, 현재 2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최근 늘었다. 이는 암 자체의 발생률 증가라기보다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 발전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최근 몇 년간 갑상선암 발생률이 과잉 검진과 관련 있다는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갑상선암 초기에 수술을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같은 갑상선암이라고 해도 암 종류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초기 암이라면 급하게 서둘러 수술할 게 아니라 조금 시간을 갖고 지켜보다 수술하자는 취지의 의견도 많이 있다”면서도 “모든 환자가 다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여러 위험 인자를 분석하고 정기적으로 철저하게 검사해 조금이라도 암이 자라면 수술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구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암은 한 번 발생하면 빠르게 증식하고 커지면서 우리의 몸을 갉아 먹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라며 “갑상선암도 같은 형식으로 변해간다”라고 말했다. 다만 초반에 낮은 성장 곡선을 보이는 구간이 다른 암들보다 조금 더 긴 특성이 있어서 마치 갑상선암이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미분화암은 가장 무서운 암이다. 이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분화 갑상선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화도가 나빠져 발생하는 암이다. 현재까지 어떠한 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생존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다.

갑상선 수질암도 진단 시 이미 50% 정도 환자에서 림프절(림프샘) 전이가 나타나고 5~10%는 다른 장기에 전이가 발견돼 생존율이 낮다. 장 교수는 “처음에는 아주 작고 천천히 자라는 치료가 용이한 암이었다가 방치되고 세월이 흐르면 지독한 암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매일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한 갑상선암 환자를 1명 이상 본다고 했다. 장 교수는 “조기 검진을 기피하거나, 암 수술을 바로 하지 않는 추세가 지속하면서 증상이 악화한 환자들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갑상선암은 재발이나 전이 가능성이 커 정기적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주로 5~10년 사이에 재발이 많다. 누적 재발률은 10년마다 10%포인트씩 상승한다. 이 기간에는 주기적 초음파 검사와 함께 혈액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 수치 등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은 호미로 막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갑상선암은 천천히 자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생존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재발률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면서 “10~20년이 지나더라도 방심하고 관리에 소홀하면 언제든 암이 재발할 수 있어 가능하면 수술로 제거하고 추가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갑상선암 수술을 해야 하는 기준은 초음파 검사에서 암이 2㎜ 이상 커지는 상황일 때다. 장 교수는 “암이 자라는 증거가 있거나, 전이가 발생하면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원발암이 1㎝ 미만이었다고 하면 약 2㎜ 정도만 자라도 종양 부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생긴 것”이라면서 “초음파로 볼 때는 그리 큰 차이로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실제 암 부피는 대략 2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항석(가운데) 교수.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항석(가운데) 교수.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암환자, 암 때문 아닌 희망을 잃어 사망”

장 교수는 갑상선암 정복을 위한 연구에 끊임없이 몰두하는 의사다. 그가 갑상선암 분야의 외과 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한국 슈바이처라 불리는 고(故) 장기려 선생과 그의 제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외과 의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아버지 장임수 박사의 조언에 따라, 그는 외과 의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의 스승은 갑상선암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박정수(현 일산차병원) 교수다. 장 교수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학위 과정에 들어갔는데, 당시 지도교수였던 박정수 교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레이비스병과 관련한 논문을 쓰면서 공부를 해보니 이 분야가 참 논리적이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계속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류 문명에 영향을 끼친 질병의 역사를 다룬 ‘판데믹 히스토리(2018)’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에는 선사시대,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남아 번성해온 세균과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질병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숨은 지배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감염병 역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인구의 3분의 1 정도 사망하는 역병이 발생하면 그 사회는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면서 “코로나19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 왔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도 잘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희망을 잃기 때문에 사망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이 말을 진정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장윤서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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