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서울대 해양학,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 현 탄소중립위원회 탄소흡수원 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해양정책학회 종신회원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가 3월 8일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측정하기 위해 채취한 샘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서울대 해양학,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 현 탄소중립위원회 탄소흡수원 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해양정책학회 종신회원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가 3월 8일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측정하기 위해 채취한 샘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기존 2030~2052년에서 2021~204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IPCC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도시 인구 3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2~3도가량 높아지면 지구상의 생물종 60%가 멸종한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 노력이 정권과 무관하게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도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에 뜻을 함께할 것이다.

최근 정부와 학계는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염습지, 해초기 등)’을 차세대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육지의 대표적 탄소 흡수원인 산림이 날로 노후화해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는 추세고, 대형 산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탄소 흡수원으로서 산림의 가치를 흔들고 있어서다. 반면 해양 생태계는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이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이뤄진 영역이다. 특히 2500㎢에 이르는 한국 갯벌은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국내에서 자동차 11만 대가 1년 내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한국의 블루카본 연구 현황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3월 8일 전북 군산에서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를 만났다. 권 교수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염습지·해초지 등 블루카본 서식지 복원을 통한 탄소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갯벌·패각·해조류 등 신규 블루카본 자원의 탄소 흡수 관련 연구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블루카본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발표된 2021년 글로벌 탄소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지구상에는 374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 중 108억t이 바다로, 104억t이 육상으로 각각 흡수됐다. 180억t이 대기 중에 남아 이산화탄소 농도를 약 2.4ppm 끌어올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다가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28%를 흡수한다는 점이다.”

바다가 산림보다 더 많은 탄소를 빨아들인다니 의외다.
“2021년 국가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7억137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3955만t이 산림지·농경지·초지 등에 흡수됐다. 그런데 유심히 봐야 할 게, 흡수량이 2000년 5898만t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2030년이면 산림지·초지 등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2210만t까지 뚝 떨어질 전망이다.”

왜 그런 건가.
“가장 큰 이유는 산림이 노후화하면서 흡수 능력도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동해안 지역의 대형 산불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면 탄소 흡수원으로서 산림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 나무가 늙는 걸 막을 수 없고, 산불 역시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종 발생한다. 새로운 탄소 흡수원 발굴 요구가 날로 커지는 것도 그래서다.”

대표적인 블루카본으로는 무엇이 있나.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은 갈대·칠면초 등의 염습지, 해초대 등의 잘피림, 맹그로브 숲 정도다. 특히 블루카본 중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맹그로브가 유명하다. 맹그로브 숲은 연안 염습지나 기수에서 자라는 나무, 관목 혹은 열대 해안의 식물 군락이다. 전 세계 맹그로브 면적의 20%가 인도네시아에 있다.”

한국은 차세대 블루카본으로 갯벌을 눈여겨본다.
“그렇다. 한국은 세계 5대 갯벌을 보유한 나라다. 그리고 탄소 흡수원으로서 갯벌의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국내 갯벌은 크게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 갯벌(2447㎢)과 갈대 등 염생식물이 사는 염습지(35㎢)로 구분된다. 대부분 면적을 비식생 갯벌이 차지하는데, 국제 사회는 아직 비식생 갯벌을 탄소 흡수원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이 있음에도 관련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연구 성과를 소개해달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전국 21개소 300여 개의 갯벌에서 시료를 채취해 유기탄소량과 탄소 침적률 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갯벌에는 약 1300만t의 탄소가 저장돼 있고,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국내에서 자동차 11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국제 사회도 갯벌의 블루카본 지정에 우호적인 분위기인가.
“지난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 l’ 보고서에 따르면 갯벌은 이미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 등과 더불어 신규 블루카본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블루카본 연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세계적 전문가들이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그중 한 명인 패트릭 메고니갈(Patrick Me-gonigal)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소 박사는 2019년 강화도 갯벌을 직접 방문하고는 ‘블루카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블루카본에 관한 차기 정부 정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블루카본 서식지 복원을 통해 탄소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작된 갯벌 식생 복원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신규 해양 탄소 흡수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인정은 개념을 넘어 수치적 증거가 나올 때 받을 수 있다. 갯벌뿐 아니라 조하대 퇴적물, 패각, 해조류 등 다른 신규 블루카본 자원의 탄소 흡수 프로세스와 흡수량 연구가 끊김없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해양 탄소 흡수원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 맹그로브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한다고 본다. 맹그로브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기후 변화로 2040년쯤 되면 남해안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측 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뛰어난 블루카본 자원인 맹그로브를 토착화할 방안을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던데.
“맞다.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표현 중 하나가 ‘30-30’이다. 30-30은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뜻이다. 현재 육상의 산림은 산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블루카본은 복원·회복 같은 추가적인 노력에 대해서만 흡수원으로 인정받는다. 즉 해양보호구역 확대가 언급된다는 건 앞으로 국제 사회가 해양보호구역에서 흡수되는 탄소도 흡수원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차기 윤석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이슈이자 인류 생존의 문제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18개 국가 중 71개 국가가 해양 연안 생태계를 활용한 탄소 감축원(블루카본)을 포함시켰다. 애석하게도 이 71개 국가에 한국은 없다. 해양 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블루카본을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준범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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