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아워랩 대표 서울대 의대, 현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 대한수면학회 연구이사 신현우 대표가 자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 ‘옥슬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정석 기자
신현우 아워랩 대표 서울대 의대, 현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 대한수면학회 연구이사 신현우 대표가 자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 ‘옥슬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정석 기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혀와 목에 있는 근육에 힘이 풀리고 뒤로 처지면서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발생한다. 자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심장은 더 많은 피를 순환시키기 위해 빨리 뛰게 된다. 이러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진 끝에 심장 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인 신현우(44) 아워랩 대표는 200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0년 넘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의료 기기는 양압기와 하악(아래턱) 전진 장치 두 종류가 전부였다. 신 대표에게는 이 점이 늘 고민거리였다. 양압기와 하악 전진 장치 모두 환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압기는 환자가 산소마스크를 쓰면 마스크와 연결된 기계가 환자 입안에 일정한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준다. 공기로 숨구멍을 벌리는 원리다. 그런데 환자가 잘 때도 산소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어야 해 양압기는 도리어 깊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 하악 전진 장치는 틀니처럼 환자 치열 등 구강구조에 맞춰 제작된다. 입에 착용하면 아랫니가 윗니보다 앞으로 나간 상태로 고정된다. 이러면 턱 근육 등 늘어진 조직이 위로 들려 기도가 열리고 공기가 통할 틈이 생긴다. 그러나 아래턱을 강제로 전진시키면서 치아 통증, 부정교합 등을 유발한다.

신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처방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를 회고하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력감이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신 대표는 ‘환자 수면 자세에 맞춰 움직이는 기기’를 떠올렸다. 세계 최초 구동형 하악 전진 장치인 ‘옥슬립’ 개발의 시작이었다. 현재 아워랩은 생체 신호로 수면 상태를 파악하는 수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로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다. 신현우 대표를 2월 2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비인후과 교수로 창업까지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내가 진료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10년 넘게 환자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수면무호흡증은 딱 떨어지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양압기도 하악 전진 장치도 효과는 좋지만 불편하다. 그 불편함을 줄일 방법을 생각하던 도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 대부분이 똑바로 누워 잘 때 무호흡 증상이 심해진다. 똑바로 누우면 턱 근육, 혀가 평소보다 중력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더 밑으로 내려와 숨구멍이 막힌다. 반면 옆으로 잘 때는 기도가 덜 막혀 숨 쉬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그래서 ‘환자들이 옆으로 누워 잘 때는 쉬게 해주자’는 콘셉트로 개발을 시작했다.”

‘쉬게 해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양압기와 하악 전진 장치는 환자 수면 자세를 고려하지 않는다. 양압기는 계속 공기를 넣으며 숨구멍을 벌린다. 하악 전진 장치도 턱 근육을 계속 당긴다. 이러면 환자가 자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몸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환자 수면 자세에 맞춰 턱 근육을 더 당겼다가, 덜 당겼다가 해주는 게 옥슬립의 기본 원리다.”

아워랩 ‘옥슬립’의 작동 원리. 사진 유튜브
아워랩 ‘옥슬립’의 작동 원리. 사진 유튜브

옥슬립은 어떻게 작동하나.
“옥슬립은 양압기처럼 본체가 있고, 본체에는 호스가 달려 있다. 다만 호스 끝에는 산소마스크가 아닌 하악 전진 장치가 소형으로 달려 있다. 하악 전진 장치에 있는 3축 센서가 전후좌우 상하 움직임을 모두 감지한다. 이러면 환자의 수면 자세가 바뀌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옆으로 누우면서 기도에 숨 쉴 공간이 확보되면 센서가 본체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본체 안에 있는 에어펌프가 호스를 통해 압력을 조절하면서 당기고 있던 턱 근육을 안으로 밀어준다.”

개발과 동시에 창업을 계획했나.
“처음에는 창업 생각이 없었다. 옥슬립을 위한 기술을 갖고 의료 기기 회사들과 만나 기술이전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기술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제품을 떼와서 파는 쪽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이전을 잠시 멈추고 미국 스탠퍼드대로 가서 2년간 방문 교수로 일했다. 그런데 미국 쪽 교수들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본인들이 창업해서 기술을 적극 상용화하더라. 그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해 2018년 아워랩을 창업했다.”

옥슬립은 어떤 환자들에게 필요한가.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까지 찾아오는 환자 기준으로 비율을 따지면 경증 30%, 중등증 40%, 중증이 30% 정도 된다. 옥슬립은 중등증 이상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 이들은 증상이 심한 만큼 양압기를 쓰면 입안에 공기를 더 많이 쏴야 한다. 하악 전진 장치를 쓰면 아랫니를 더 높게 들어올려야 한다. 그만큼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자세 변화에 따라 턱 근육을 풀어줄 필요성도 더 많은 환자들이다. 옥슬립을 쓰는 게 지속 가능한 치료에 더 적합하다는 말이다.”

올 1월 2022 CES에도 다녀왔다고.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2에서 치과 의사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옥슬립을 보고 ‘이런 기계가 필요했는데 기가 막힌다’고 반응했다. 미국 바이어들도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추진 중인 상태여서 판매는 할 수 없다고 했더니, 허가가 나면 연락 달라며 많이들 명함을 줬다. 미국 의사들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기술 특허부터 개발, 품목 허가까지 꼬박 7년을 고생하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실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국책 사업으로 선정된 것도 도움 됐다고 들었다.
“2020년과 2021년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과제에 2년 연속 선정돼 각각 30억원, 5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인간이 잘 때 수많은 생체신호가 나타난다. 호흡, 눈 움직임, 다리 움직임, 맥박, 심전도, 숨소리 등 30가지를 훌쩍 넘는다. 1만 명 이상의 수면 중 생체신호를 하나하나 분석해 이미지화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수면 데이터를 수집, 처리, 가공하는 데 있어 가장 실력이 좋고 경험 많은 회사로 인정받은 것이다. 사실 아워랩의 진짜 정체성은 이런 소프트웨어 쪽이다. 잘 때 나오는 생체신호를 데이터로 만들어 처리, 분석하는 게 우리 전문이다. 아워랩이 미래에 수익 창출을 꾀하는 분야도 이런 수면 빅데이터다.”

수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
“빅데이터 기반 딥러닝 기술로 수면 AI 솔루션을 만드는 게 현시점에서 아워랩이 정한 최종 목표다.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수면과 연결된다. 침대, 의자는 물론 안마의자, 조명, 의료 쪽에서는 인공호흡기도 있다. 그런 다양한 수면 관련 하드웨어에 모두 통용되는 수면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싶다. 사용자 수면 상태에 따라 알아서 조명 밝기를 조절한다든지, 자동으로 의자 등받이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식의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는 게 우리가 그리는 미래상이다. 환자만 잠을 자는 건 아니지 않나. 수면 AI 소프트웨어는 결국 모든 인간의 수면 질 제고를 목표로 한다.”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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