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이화여대 경영학·심리학과, 이화여대 외식경영학 석사, 현 한세예스24홀딩스 이사, 현 한세드림 대표이사, 전 예스24 부본부장 사진 한세엠케이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이화여대 경영학·심리학과, 이화여대 외식경영학 석사, 현 한세예스24홀딩스 이사, 현 한세드림 대표이사, 전 예스24 부본부장 사진 한세엠케이

서울 논현동 한세엠케이 사옥, 외벽을 뒤덮은 초대형 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폭탄 모양의 캐릭터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그린 이 삽화는 최근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 샘바이펜(김세동)의 작품이다. 

김지원(41) 한세엠케이·한세드림 대표는 “사옥이 낡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샘바이펜에게 직접 작품을 부탁했다”고 했다. 건물을 리뉴얼하려면 많은 돈이 드는데, 이 회사는 작품을 래핑(Wrapping)하는 것만으로도 새로 단장한 효과를 봤다. 실제 MZ 세대인 김 대표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낡은 회사라는 이미지 탈피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김 대표는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다. 2019년 11월부터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의 수장으로 한세그룹의 패션 사업을 이끌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렸지만, 업계 최초로 무선 전자 태그(RFID)를 도입해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당일 배송을 도입하는 등 경영 혁신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서두르지 않는다. ‘한 걸음 늦게 가자’라는 김동녕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내실 있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 멘토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배운 ‘좋은 질문을 하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라는 뜻을 지닌 그룹명처럼 전 세계에 K패션을 알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대표 취임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년을 자평한다면.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한세엠케이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가 많아 타격이 컸다. 일부 패션 업체는 구조조정을 하거나 임금을 삭감했지만, 우리는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대신 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비대면 쇼핑에 맞춰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키우는 ‘투트랙 전략’을 시도했다. 온라인 쇼핑의 주요 고객인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 회원 수 1000만 명을 보유한 예스24와 협업했고, 패션 전문 쇼핑몰인 스타일24를 개편해 편의성을 개선했다. 오전에 주문한 옷을 오후에 받는 의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또 국내 패션 업계 최초로 RFID를 도입해 재고 관리와 검수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180초 걸리던 검수 시간을 7초로 줄였다.”

회사를 어떤 스타일로 이끄나.
“처음 회사에 합류했을 땐 모든 업무에 관여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직원들을 믿고 맡기고 있다. 대신 대표로서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지원한다. 사업하는 지인이나 아티스트들을 설득해 협업을 주도하기도 한다. 2020년에는 TBJ와 미슐랭 맛집 ‘금돼지식당’ 협업 상품을 출시해 완판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포장해 주듯 상품을 진공 포장해 팔았는데, 재밌다는 반응을 얻었다.” 

골프복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즐겨 입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 부회장이 ‘바지는 PGA투어가 제일 예쁘다’라고 칭찬해 줬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 옷을 12번이나 올렸을 정도다. 2016년 출범한 PGA투어·LPGA 골프웨어는 출시 초부터 고진영, 김시우, 장하나 등 세계적인 프로 골퍼들을 후원하며 ‘프로가 입는 골프복’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고기능성 의류를 기반으로, 골프 시장에 유입된 MZ 세대의 니즈를 반영해 젊은 감각의 골프복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가.
“골프복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골프에 입문했다.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에게 열심히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를 본 고진영 프로가 ‘골프복 만드는 사람이 골프를 안 치면 어쩌냐’라고 하더라. 그래서 3년 전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골프를 치면서 옷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라운딩이나 연습장에 갈 때마다 옷을 입어보는데, 패턴을 다섯 번 수정한 적도 있다. 내 골프 실력이 늘수록 옷도 더 좋아지는 거 같다(웃음).”

아버지인 김동녕 회장을 많이 닮은 거 같다. 선배 경영인으로서 해주신 조언이 있다면.
“김동녕 회장은 나의 가장 큰 멘토이자 롤모델이다. 아버지는 ‘사업은 날뛰는 호랑이 등 위에 타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하고, 안정된 후엔 잡아먹힐까 봐 내려올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호랑이 등 위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한 걸음 늦게 가자’라는 말씀도 새기고 있다. 아버지께서 1979년 오일 쇼크로 부도를 맞았다가 3년 만에 빚을 갚고 지금의 한세실업을 일구셨는데, 그때 깨달은 말씀이라고 한다. 좋아 보이는 걸 좇아 빨리 가기보다 차근차근 내실을 쌓으며 회사를 키우는 게 길게 가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초격차’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우연히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방문한 하와이에서 권 회장을 만났다. 그때 인연으로 정기적으로 멘토링을 받고 있다. 최근엔 좋은 리더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 면접을 볼 때 전 상사가 어떤 사람인가를 물어보고, 상사 욕을 하는 사람은 남 탓만 할 사람이니 걸러라, 실패한 경험을 물었을 때 실패한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문제를 극복했는지 나누는 사람은 일을 잘할 인재라고 했다. 내가 자리에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도록 좋은 시스템을 만들라고 한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목표는 무엇인가. 
“그룹명 한세는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내 역할 역시 한국의 패션을 세계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종 패션 브랜드 버커루·모이몰른·컬리수 등을 비롯해 NBA·PGA투어·LPGA 등 라이선스 브랜드를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키워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만들고 싶다.”


plus point

한세엠케이·한세드림은

한세엠케이 사옥. 사진 한세엠케이
한세엠케이 사옥. 사진 한세엠케이

한세예스24홀딩스의 한세엠케이·한세드림은 2016년 한세실업이 인수한 패션 기업이다. 1995년 설립된 한세엠케이는 캐주얼 의류 TBJ·앤듀·버커루·NBA·NBA키즈, PGA투어·LPGA 골프웨어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한세드림은 2011년 설립된 유아동 의류 전문 기업으로, 컬리수·모이몰른·플레이키즈프로·리바이스키즈 등을 운영 중이다. 

NBA는 미국 프로농구협회(NBA)의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 2013년 중국 사업권을 획득한 후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중화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 송지효를 모델로 내세워 현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현재 중국에서 아동복을 포함해 268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1년 중국법인 매출이 6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미국 프로골프투어 주관 단체인 PGA투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선보인 골프웨어 LPGA·PGA투어도 골프복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출범 초부터 고진영, 김시우, 장하나 등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을 후원해 전문 골프복 이미지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강남 사옥에 골프복 체험 매장인 ‘더 그레이트 스타트 하우스’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파리 에콜 카몽도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한 종킴이 인테리어를 맡아 고급스러운 공간을 연출했으며, 고객이 옷을 입고 골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스윙 분석기 트랙맨과 퍼팅 연습기 펏뷰 등을 설치한 시타실을 마련했다. 김지원 대표는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가 옷을 입어보고 골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공간을 조성했다”라고 했다. 

한세엠케이·한세드림은 친환경 의류 생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TBJ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와 청바지를 선보였고, 앤듀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과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재생 원사로 만든 ‘리그린’ 제품을 출시했다. 또 컬리수는 리사이클(재활용) 다운 충전재를 적용한 다운 점퍼를, 모이몰른은 책임다운기준(RDS) 인증을 획득한 충전재를 사용한 다운 점퍼를 선보였다.

/ 대담 : 유윤정 조선비즈 생활경제부장 / 정리 :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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