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신한은행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서울여상, 전 신한은행마케팅부장·외환업무지원부장· 소비자보호본부장·서부 본부장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박현주 신한은행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서울여상, 전 신한은행마케팅부장·외환업무지원부장· 소비자보호본부장·서부 본부장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경기도 한 지점에서 직원들과 대화 중 난임 병원에 다니며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난임 치료 환경이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얼마나 힘든 상황일지 같은 여성으로서 크게 공감이 됐다. 제도화 검토를 위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직원이 얼마나 될지 조사해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어렵게 입사한 직원들의 경력을 이어 주고 싶은 생각에 난임 휴가 제도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

박현주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은 전국 지점을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로 이를 꼽았다. 박 부행장은 “은행장도 이 상황에 깊이 공감하면서 은행권 최초로 난임 유급 휴가 제도가 도입됐다”면서 “이후 그 직원은 제도를 통해 결국 딸을 낳았고, 남편이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1965년생 박 부행장은 여상 출신 공채 1기로, 창립 당시부터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임원이다. 그는 1983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이후 마케팅부장, 외환업무지원부장, 소비자보호본부장, 서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박 부행장이 이끌고 있는 소비자보호그룹은 고객 보호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조기 정착을 위한 현장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고객 자산 보호, 만족도 조사 등 서비스를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금융사가 지켜야 할 원칙과 책임을 대폭 확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박 부행장과 일문일답.


올해로 40년째 한 조직(신한은행)에 몸담고 있다. 특별한 마음가짐이나 비결이 있는지.

“사실 40년을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임원을 목표로 달려온 것도 아니다.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조직에서 만나게 된 모든 선후배, 동료와 관계를 늘 소중히 해 온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떤 성과도 혼자 이뤄낼 수 없다는 생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가 다르기에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주위에 양해와 도움을 구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너무 혼자 힘으로만 해내고자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신한금융그룹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 1기 출신이다.
“동기 부여에 크게 도움이 됐다. 다른 업계 여성 리더 선배들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롤모델을 설정하고, 실질적인 가르침까지 받으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회사에서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신한 쉬어로즈 전에는 젊은 여성 행원을 대상으로 한 ‘갤포스(Gal-force)’라는 조직도 있었다. 그리스어로 여성을 의미하는 갤(Gal)과 힘을 의미하는 포스(Force)의 합성어로, 지성·인격·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여성 리더를 의미한다.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창업주가 재일교포들과 함께 1955년 설립했던 일본 오사카흥은(大阪興銀)에 있던 제도로, 신한은행이 오사카흥은의 갤포스를 초빙해 전반적인 교육 연수를 시행한 것이 계기가 돼 은행 출범과 함께 만들어졌다.”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업무상 철칙이 있는지.
“함께 일하는 직원을 신뢰하고, 각각이 가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평소에도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직원들과 업무 외적인 대화를 자주 한다. 개인적인 성향과 장점을 파악해 직원들이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즐겁게 일할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직의 업무를 무조건 ‘N분의 1’로 일률 분담하지 않는다. 개인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모든 의사 결정이 고객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매일 아침 전날 전국 영업점에서 들어온 고객 피드백을 모아 잘했거나 고쳐야 할 부분 등을 논의한다. 부행장실엔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자주 들여다본다. 소비자보호그룹으로 오기 직전 지역 영업 본부장으로 근무했을 때도 직원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금소법의 안정적인 이행을 위해 현장과의 공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종 제도나 시스템 정비도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금소법 시행의 취지와 소비자 보호 메시지를 전파하며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하는 데 가장 힘을 많이 쏟았던 것 같다. 금소법 이행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올해부터는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점에서 금소법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소비자보호 과제들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
“급속한 비대면, 디지털화는 불가피하게 고령자, 장애인의 금융 소외 심화로 이어졌고, 이 문제는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올해 초 그룹에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소비자보호그룹 내 포용금융팀을 신설하고, 고령자와 장애인 지원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엔 없는 대면 채널을 통해 금융소외계층 지원 활동에 고객 접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예전에는 금융회사, 그중에서도 특히 은행은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고 조직 문화가 보수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과거엔 아주 틀린 얘기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오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주목받고 있듯이 은행 안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고, 직원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선배로서 자신 있게 도전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미 신한은행에선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직원들이 여러 분야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세대의 적극성과 합리성이 조직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기성세대와 어느 정도 다름을 인정하되 서로가 틀린 것은 아니란 것을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민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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