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주 로킷헬스케어 AI 부문 사장미국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과 학·석사,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전 삼성전자 UX센터 선임연구원 사진 최정석 기자
채한주 로킷헬스케어 AI 부문 사장미국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과 학·석사,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전 삼성전자 UX센터 선임연구원 사진 최정석 기자

올해 3월 채한주 로킷헬스케어 인공지능(AI) 부문 사장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술대회(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가 로킷헬스케어의 임상 논문을 채택, 학술지 게재를 확정했다는 내용이었다. 

CVPR은 전기전자공학회(IEEE)와 국제컴퓨터비전재단(CVF)이 1983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다. 학술지 권위를 판가름하는 기준인 영향력 점수(Impact score)는 2021년 기준 45.17점. 구글 스칼라에 따르면 이는 네이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사이언스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CVPR은 매년 대면 행사를 열고 그해 채택된 논문 저자들이 현장에서 논문 내용을 설명할 기회를 준다. 채 사장도 올해 6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CVPR 2022에 참가해 9000명이 넘는 참석자 앞에서 병변(병으로 일어난 육체적 또는 생리적 변화) 분석 AI의 성능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뒤 채 사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 현장에서 상당한 호응이 있었던 것은 물론, 발표가 끝난 뒤엔 따로 채 사장을 찾아 병변 분석 AI 시스템에 대해 여러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독일의 지멘스 관계자는 1시간가량 질문을 던지며 큰 관심을 보였다. 채 사장은 “대학 시절 ‘인간 친화적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1986년생인 채 사장은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를 졸업, 석사 학위를 땄다. 그 직후 삼성전자 UX(사용자 경험)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4년간 일하며 10여 개 특허를 냈다. UX센터는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에 적용될 사용자 편의 기능을 만드는 곳이다.

그러나 공들여 개발한 기술로 특허를 내도 제품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기업 구조상 기술 하나를 적용하는 데만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자기 뜻을 펼치기 어렵다고 판단한 채 사장은 2014년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이후 그는 ‘블루에그’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아이스버킷챌린지같은 공익 캠페인 홍보에 특화한 소셜미디어(SNS) ‘라이트업’을 개발했다. 그러나 라이트업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형 SNS에 밀려 얼마 안 가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숙련도가 부족하다 느낀 채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국내 인간-컴퓨터상호작용(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 최고 권위자인 서진욱 교수 밑에서 4년간 공부한 끝에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학위를 딴 직후 로킷헬스케어에 자리를 잡았다. 채 사장은 “이제야 내가 가진 기술을 온전히 사람들을 위해서 쓸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그를 10월 25일 서울 가산동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킷헬스케어의 AI 병변 분석 시스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3D 모델을 만들어 병변의 넓이와 깊이 등을 분석한다. 사진 로킷헬스케어
로킷헬스케어의 AI 병변 분석 시스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3D 모델을 만들어 병변의 넓이와 깊이 등을 분석한다. 사진 로킷헬스케어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지금은 헬스케어 업체에서 근무 중이다. 이력이 흥미로운데.
“자주 듣는 이야기다. 계기가 있다면 삼성전자 같은 거대한 조직 안에서 내 뜻을 온전히 펼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삼성전자에 있을 때 UX센터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UX는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의 줄임말이다. 삼성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쓰는 소비자들의 사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게끔 적용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요컨대 편리한 기능을 만드는 부서라는 거다. 그런데 대기업 특성상 열심히 만든 기술이 특허까지 받아도 제품에 적용되는 경우는 적었다. 거쳐야 할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많고 복잡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일하는 즐거움이 떨어졌다.”

어떤 뜻을 펼치고 싶었던 건가.
“내가 만든 기술로 사람을 돕고 싶었다. 돕는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인터넷 속도가 전보다 빨라지도록 최적화를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도 만족스럽다. 그래서 헬스케어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이 신기하다.”

삼성전자를 관둔 뒤에는 무엇을 했나.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기업 규모도 작으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이걸 보고 공익 캠페인 홍보에 초점을 맞춘 SNS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나름 이용자 수가 괜찮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지배한 시장을 뚫을 수가 없었다.”

개발에 성공한 로킷헬스케어 AI에 대해 설명해달라.
“핵심은 병변의 넓이, 깊이를 사진 한 장으로 분석해내는 것이다. 사진도 비싼 고성능 카메라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면 충분하다. 환자들 사진을 찍는 건 수술실 안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어떤 상태의 환자를 어떤 식으로 치료했다는 자료를 쌓기 위함이다. 우리 기술을 의료진들이 쓰게 하려면 진료든 수술이든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들 사이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개입해야 한다.”

원리가 무엇인가.
“요즘 나오는 웬만한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RGB-D(Red Green Blue-Depth)’ 센서가 내장돼 있다. 말 그대로 피사체 색깔은 물론 픽셀과 픽셀 사이 거리도 계산한다는 거다. 그 정보가 있으면 평면 사진을 갖고 3차원(3D) 지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뇨발, 욕창 등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려면 살 안쪽에 파고든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일단 파악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로킷헬스케어 AI 시스템에 입력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상처 안쪽을 3D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 데이터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한국은 물론 미국, 튀르키예(옛 터키), 인도에 있는 병원에서 당뇨발, 욕창, 화상 등으로 피부가 파인 환자 데이터 818개를 구해 딥러닝(심층학습) AI에 학습시켰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상처를 파악하는 데 쓰는 AI였기 때문에 전부 중증 환자여야 했다. 그래서 데이터를 모으기가 매우 어려웠다.”

덕분에 CVPR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아닌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나를 비롯한 직원 모두 큰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시스템의 완성도와 경쟁력에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 AI 학계에서 CVPR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 학술대회다. 해외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의료기관들이 분석 결과와 치료 경험을 다 같이 공유하는 거대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병원 한 곳에서 일어나는 의료 행위는 그 병원 안에서만 돈다. 치료 행위의 ‘민주화’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의료 시설은 물론 기술에서도 큰 격차가 나는 이유라고 본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다. 의료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의료 행위 데이터를 공유해 원격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은 인간을 위해 쓰여야 한다.”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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