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웅 레고켐바이오 ADC신약연구소장 광주과학기술원 분자세포 생물학 박사,전 북경한미약품 연구소장 사진 김명지 기자
정철웅 레고켐바이오 ADC신약연구소장 광주과학기술원 분자세포 생물학 박사,전 북경한미약품 연구소장 사진 김명지 기자

9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쉐라톤 호텔에서 ‘월드(World) ADC 2022’가 열렸다. ‘월드 ADC’는 항체결합의약품(ADC)만 다루기 때문에 미국종양학회(ASCO)나 유럽종양학회(ESMO)와 비교하면 소규모 학회로 통한다.

그런데 이날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유방암 치료제 신약(LCB14) 임상 1상 중간 결과가 발표된 강연장은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발표자인 로버트 러츠(Robert Lutz) 익수다 최고과학책임자(CSO)가 강연장에 들어서자 복도에서 서서 보는 것을 넘어 바닥에 주저앉아 발표를 듣는 사람까지 생겼다. 학회 전체 참석자가 800여 명 정도인데, 이 자리에만 2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LCB14는 국내 바이오벤처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해 익수다에 기술이전한 ADC 항암제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정철웅 레고켐바이오 ADC신약연구소장은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참석자들이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일제히 들어 올리면서 단체로 만세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라고 전했다.

정 소장은 “이날 발표 자리에 참석자들이 많았던 것은 임상 결과가 좋은 것을 축하하는 인파도 있겠지만, ADC 항암제에 대한 경쟁 제약사들의 관심이 컸던 이유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ADC 항암제는 최신 제품에 속한다. 케미컬 항암제가 암세포 정상세포 할 것 없이 다 공격하는 ‘폭탄’에 비유된다면, ADC 항암제는 크루즈 미사일이다. 암세포를 제거하는 폭탄(케미컬 항암제)을 미사일(항체 플랫폼)에 실어,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이다. 

3년여 전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ADC 항암제는 지난 2019년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방식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enhertu)’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받으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엔허투는 임상 3상에서 기존 치료제를 압도하는 효과를 보였고,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은 ADC 항암제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바이오 기업이다. 자체 플랫폼과 신약후보 물질을 글로벌 빅파마 등에 기술을 이전해 수익을 낸다. 창사 이후 누적 마일스톤(계약 금액)만 5조원에 이르고, 지난 2020년에는 한 해 동안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해 연간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으로 이름을 알렸다.

정 소장은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분자세포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이후 LG생명과학과 북경한미약품 연구소장을 거쳐 레고켐바이오로 합류했다. 정 소장을 지난 8월 대전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현지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 9월 8일 오전 추가로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소장과 일문일답.


LCB14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어땠나. 
“우리의 경쟁 약물로 엔허투와 로슈의 케사일라(Kadcyla) 정도가 있는데, 안전성과 효능을 비교해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임상 1a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66.7%였고, 임상 1b 환자를 포함하는 전체 24명 기준 완전 관해(CR) 1명을 포함해 객관적 반응률이 46%로 나왔다.”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나.
“객관적 반응률은 약을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완전 관해는 완치된 사람이다. 1a에 참여한 환자 중에서 66.7%가 약물에 대한 효과를 보였고, 임상 1b에 참여한 환자 포함 24명 중에서는 1명은 완치됐다. 46%가 효과를 보였다는 뜻이다. ”

임상 1b상에서 효과를 보인 환자 비율이 46%면 적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임상 1b는 대다수 환자가 아직도 약물 치료 중이다. 아직 투여를 마치지 않은 환자가 많아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임상 진행 결과는 오는 12월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 학술대회(SABCS)에서 발표된다.”

LCB14에 레고켐바이오의 어떤 기술이 적용됐나.
“LCB14에 우리의 자체 항체 플랫폼인 콘쥬올(ConjuALL)을 적용했다. 콘쥬올을 적용해서 글로벌 임상 1상을 마친 항암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기술을 적용한 첫 임상 소식이 좋게 나온 것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사옥을 새로 지어 이전했다. 지난 8월 사옥을 방문했을 때 정 소장은 “인재들을 연구원으로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회사 소개를 잘해 달라”고 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인력은 132명인데, 이 가운데 110명이 연구원이다. 신사옥 5층에는 직원들을 위한 운동실과 수면실은 물론, 독서와 블록 게임을 하면서 쉴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회사 인지도는 낮은 것 같다.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이 그렇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생각하면 삼성과 현대차라는 회사가 떠오르겠지만, 의약품은 그렇지 않다. 의약품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고르지 않고, 의사나 약사들이 처방하는 대로 받기 때문이다.”

어떤 뜻인가.
“산업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회사의 브랜드가 매출에 중요한 소비재와 달리 바이오 의약품은 제품 혁신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 이번에 mRNA(전령 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이 대표적이다.”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겨루기엔 글로벌 빅파마의 벽은 높지 않나.
“그것도 맞다. 상위 10위권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간 연구개발(R&D)에 쏟아 넣는 비용은 최대 12조원에 이른다.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합쳐도 도달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어쩔 수 없이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협업해야 한다.”

어떤 파트너와 협업해야 하나. 
“미국의 파트너들이 가장 좋은데,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는) 미국의 파트너를 만나서 그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눈여겨보는 것이 중국이다. 유럽이나 일본의 의약품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중국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의약품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지금은 그렇지만 중국은 시장 규모뿐 아니라 바이오메디컬 연구 분야에서도 선진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논문 수나 특허 수를 봐도 그렇다. 최근에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가위 같은 유망한 기술은 중국의 임상 숫자가 미국보다 앞선다. 국내 제약·바이오 대기업들도 중국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녹십자는 중국에서 혈액제제 사업 중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바이오 기업인 3s 바이오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중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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