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훈 VIG파트너스부대표 겸 파트너 서울대 경영학, 시너넷 창업,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신창훈 VIG파트너스부대표 겸 파트너 서울대 경영학, 시너넷 창업,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VIG파트너스는 2005년 한국 사모펀드 산업과 함께 태어난 1세대 토종 운용사 보고펀드를 전신으로 한다. 동양생명, BC카드, 버거킹, 아이리버, 노비타, 바디프랜드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회사들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PE로 자리매김했다. 

VIG파트너스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데는 17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원년 멤버들의 공이 컸다. 신창훈(46) 부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2005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떠나 VIG파트너스에 합류한 이래 동양생명과 프리드라이프, 바디프랜드 등 굵직한 경영권 인수 및 매각 건의 실무를 담당해왔다. 

최근 서울 순화동 VIG파트너스 본사에서 신 부대표를 만났다. 그는 소위 ‘뜰 만한’ 산업을 먼저 찾아내고 인수 후보를 점찍은 뒤, 집요한 자세로 문을 두들긴다고 말한다.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과 분석력보다 공감 능력과 EQ(감성지능)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VIG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스물다섯 살에 시너넷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영업사원과 본사의 간극을 메워주는 파트너릴레이션십매니지먼트(PRM) 솔루션 업체였는데, 3년간 매출을 내기 위해 고생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PRM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벤처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때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업이 왜 잘되지 않는지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 2003년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취업하게 됐다.”

BCG에서의 업무에는 만족했는지.
“젊은 사람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최고의 회사다. 다만 ‘돈의 흐름’과 ‘인사’에 대해 배우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웠다. 자본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아는 것과 어떤 사람을 적재적소에 기용할지는 사업에 가장 중요한 두 요소 아닌가. 그래서 두 가지를 배우기 위해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 BCG에서 같이 일하던 분의 추천을 받아 보고펀드에 입사하게 됐다.”

VIG파트너스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담당했던 딜은.
“동양생명 인수 건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장한 생명보험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시 어려움을 겪던 동양그룹에 도움을 주면서 향후 상장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투자했다. 국내 PE가 보험사 경영권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이자 국내 보험사가 중국 기업에 팔린 첫 사례였다. 여러모로 상징적인 딜이었다.”

동양생명의 바이아웃은 신 부대표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최초의 딜인 만큼 애정이 있었고, 그 마음이 나중에는 애증이 됐다(VIG파트너스는 2015년 동양생명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했는데, 이듬해 육류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졌고 2017년 안방보험에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그럼에도 동양생명 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과 규제 산업 전반에 대해 배우는 동시에 금융 위기와 상장, 법적 분쟁까지 겪었다. 요즘처럼 국내 PE가 글로벌 PE들과 무한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는 그런 경험의 유무가 특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출자자(LP)인 국민연금이 2년 전부터 대체 투자 담당 부서를 국내투자팀·해외투자팀 대신 아시아투자팀·미주투자팀·유럽투자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지 않나. 국내 PE도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PE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동양생명을 통해 값진 경험을 했기에 지금의 무한 경쟁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번 인수 대상으로 점찍은 회사를 설득하는 데 보통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나.
“길면 7년도 걸린다. 에누리닷컴의 경우 우리 회사와 처음 접촉한 후 결국 7년이나 지나 인수가 성사됐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와 교류하다 보면 오너의 생각과 경영 방식이 세대와 나이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며, 그러다 보면 우리 회사만의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

설득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과 교류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들이 자신의 고민거리를 분명히 인지하고 문제시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그 옆에 있느냐가 설득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PE 업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기 때문에 EQ가 발달한 사람이 설득을 잘한다. IQ가 높은 사람은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설득에 능하나, 퍼블릭마켓(공개시장)에서만 효과적이지 회사 창업자나 오너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PE에는 의사 결정권자와 대화를 나누다 파고들 부분을 포착하는 능력, 이면에 있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많은 딜을 담당했는데, 그중 가장 애정이 큰 건은 무엇인가.
“상조(프리드라이프) 인수 건을 딜 소싱부터 클로징까지 담당한 만큼, 애착도 자부심도 크다. 상조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6개 회사를 모두 만나 인수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있다.”

처음 상조 산업에 주목했던 이유는.
“나는 매크로(거시)를 이기는 마이크로(미시)는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데 있어 매크로 트렌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점점 고령화하고 있지 않나. 고령화 시대에 뜰 수 있는 산업이 뭘까 고민하다 상조를 생각해냈다.”

장례는 고령화의 최종 단계 아닌가. 다른 ‘실버 산업’과 비교하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장례식이 있기 전까지 가입자들이 돈을 붓기 때문에 생각보다 호흡이 긴 사업이다. 보험사도 장기적으로 돈을 받으며 리스크에 대비하도록 해주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확률이 있다. 가입자가 10만원을 내고 2만원만 받아 갈 수도 있지만 그 1000배에 달하는 2000만원을 받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조 가입자는 400만원을 내고 400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받는다. 쉽게 말해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제로(0)’인 셈이다.”

상조 투자는 순탄하게 잘 이뤄졌는지.
“우리 회사 내부에서 반대가 심했다. 상조 회사들 대부분 현금 흐름은 좋지만, 적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조 회사는 가입자에게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에 매출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가입자의 입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만 흑자를 내는 구조다. 결국 회사 내부에서 1년 반 동안 설득한 끝에 투자안을 통과시켰고, 당시 업계 11위였던 좋은라이프를 인수했다. 이후 중형 상조사들을 잇달아 사들여 하나씩 붙여나가는 볼트온(V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 전략을 취했다. 2020년에는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까지 인수했다.”

최근 바디프랜드를 매각하지 않았나. 이 회사도 매크로 트렌드를 읽고 투자했던 것인가.
“그렇다. 실버 케어 산업이 뜰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참여했다. 회사를 찾아가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어떤 고민거리가 있는지 아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 당시 바디프랜드는 주주 구성이 복잡해 대표이사의 존재감이 작았다는 문제, 비용이 먼저 들어가 현금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면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다. 그러면 주주 구성도 깔끔해지고 자금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떤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나. 또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거시경제가 흔들릴 때 오히려 수혜를 보거나 전혀 흔들리지 않을 산업을 보고 있다. 우리 회사는 아직 내부 구성원들이 바라는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VIG가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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