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대 경제학과, 전 LG투자증권 (현 NH투자증권) 경제·채권분석 연구원 사진 미래에셋증권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대 경제학과, 전 LG투자증권 (현 NH투자증권) 경제·채권분석 연구원 사진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최대 증권회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07조원이 넘고 미래에셋증권과 연결 대상 종속회사로 분류되는 계열사만도 117곳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의 ‘두뇌’인 리서치센터를 2019년부터 이끄는 서철수 센터장을 8월 16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만났다. 2000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경제‧채권분석 연구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년 넘게 금융시장을 분석한 전문가다.

서 센터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중국, 유럽연합(EU)‧러시아 등 각국의 갈등과 이에 따른 세계 공급망 재편이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미국과 중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서 센터장과 일문일답.


올해 남은 기간 금융시장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요인이 있다고 보나.
“변동성이 커질 요인은 3분기 말과 4분기에 주로 나올 것 같다. 10월부터 상장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데 이게 (안 좋게 나올 경우)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정치 이벤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상반기에 비해 거시경제의 여건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고 금융시장의 질서도 회복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시경제의 여건이 안정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금리를 말하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도 금리를 올리겠지만 속도와 강도는 정점을 지났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는 거다. 지난 5월부터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응하는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 증시가 대세 상승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단지 상반기보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여전히 시장이 불안하다.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시기는 언제라고 보나.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다. 또 중국은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회의가 열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다. 이 시기를 조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금 분위기로는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다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연임하면 사실상 장기 종신 집권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과 경기 부양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도 변수가 될 것이고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앞으로 가장 유망한 업종은 뭔가.
“경기와 크게 연동되지 않는, 경기에 덜 민감한 업종이 유망하다. 경기 사이클과 크게 관계없고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을 말하는 것이다. 최종 수요자인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바이오산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어떻게 전망하나.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이 조금 안정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경기 둔화와 침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나 업종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기가 조심스럽고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 민감 업종은 다 안 좋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경기와 연관된 산업 중에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는 대기수요가 많이 있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새로 자동차를 사려면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어 차량 생산과 공급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대기수요가 쌓여있다.”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중국, EU·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이런 상황이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건 무엇인가.
“일종의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신(新)냉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상당히 구조적이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구(舊)소련과 미국의 대립은 이데올로기의 충돌이었다면 지금은 경제 패권, 즉 헤게모니(hegemony)를 잡기 위한 경쟁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고 각자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의 생태계를 따로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예를 들어보자. EU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으려고 한다. 에너지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기술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싼값에 이용했던 중국의 제조업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력 자동화를 위한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이런 노력을 보여준다. 중국으로부터의 제조업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 경제가 이렇게 변하면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위험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각국이 독립적 경제를 구축하려고 공급망을 다시 짜는 과정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태양광 산업의 경우 지금까지 미국은 태양광을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의 90%를 중국에 의존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대체할 기업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이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OCI,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에 기회가 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의존하던 EU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추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EU는 노드 스트림(Nord Stream‧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서 공급받던 천연가스를 미국에서 LNG(액화천연가스)로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LNG를 싣고 미국과 유럽을 오갈 수 있는 선박 제조 등 LNG 수출과 관련된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신냉전 시대의 투자전략이다.”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좋았다. 3분기에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2분기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본다. 2분기에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기업의 비용이 늘었고 마진이 줄었던 시기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얼마만큼 생산 비용을 통제하고 최종 판매 가격에 비용을 전가했는지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좌우됐다. 비용 통제가 실적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엔 원자재 가격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아닌, 경기 위축이 문제가 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위축 상황에서 매출이 얼마나 잘 유지될 수 있는지가 기업들의 실적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크고 글로벌 경제성장률에 매우 민감해 경기가 둔화하면 기업들의 매출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라는 말을 많이 한다.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 조언을 한다면.
“젊은 사람들에게는 당장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가진 돈이 많지 않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짤 수는 없지만, 시간에는 투자할 수 있다. 앞으로 커나갈 산업을 골라 관련 기업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우주 산업, 또는 대체육이나 유전자 산업 등 성장할 가능성이 큰 곳을 골라야 한다. 목돈이 없으니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한두 개의 기업 주식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유망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는 산업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해용·정현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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