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원 캔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화여대 교육학·미술학, 하버드대 교육공학과 석사, 전 웹씨인터미디어 대표, 비키 공동창업, 빙글 공동창업, 더벤처스 공동창업
문지원 캔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화여대 교육학·미술학, 하버드대 교육공학과 석사, 전 웹씨인터미디어 대표, 비키 공동창업, 빙글 공동창업, 더벤처스 공동창업 사진 캔랩

“저희 고객사 중 와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써스티즈)이 있어요. 오늘 그 회사의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발행 행사에 참가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문지원 캔랩(CAN LAB)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 장소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작고 마른 체격에 탈색한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는 방금 전 열린 NFT 행사의 여운을 온몸으로 전했다. 문지원·호창성 부부는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상 번역 커뮤니티 플랫폼 비키(ViKi)를 만들어 2013년 일본 라쿠텐에 2200억원에 매각했다. 또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빙글(Vingle)을 만들고 스타트업 투자회사 더벤처스를 한국과 싱가포르에 세웠다. 

비키 4000만 명, 빙글 1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아본 이 ‘커뮤니티의 여왕’이 이제 누구나 빙글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하겠다고 나섰다. 캔랩이 제공하는 각종 기능(모듈)들을 조립하면 개발 언어를 몰라도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비키, 캔랩 모두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벌리기 시작한 프로젝트들이다. 다음은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문 대표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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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다. 
“남편과 함께 만든 첫 스타트업(웹씨인터미디어)이 망했다. 시어머니는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아들을 내가 뜯어말리길 원했지만, 나도 실리콘밸리에서 한 번 더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빙글도 비키를 매각한 뒤 설립한 게 아니다. 비키 사업 확장 도중인 2011년부터 빙글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로 모바일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창업 전공 분야는 있다. 바로 ‘커뮤니티’다.” 

빙글도 여전히 운영 중인데, 캔랩을 설립한 이유는. 
“‘더벤처스 사태’가 터져 빙글이 매우 어려워졌다. 직원도 떠나가고 투자받을 길도 막혔다. 2년여의 법정 투쟁이 끝난 후, 남은 동료들과 함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새 비전이 필요했다. ‘오늘의 집’ ‘무신사’ 등 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 요소는 커뮤니티이지 않은가. 우리는 비키를 만들면서 커뮤니티의 위대함을 잘 알게 됐다. 커뮤니티 서비스 구축을 도와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회사 캔랩을 설립하는 게 새 목표가 됐다.”

2016년 검찰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부당 지분을 챙겼다며 더벤처스 창업자이자 문 대표의 남편인 호창성씨를 기소했다. 1·2심과 대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명(社名) 캔랩의 캔(CAN)은 원래 크립토 배지 얼라이언스 네트워크(Crypto Badge Alliance Network)였다고.

“2018년쯤 블록체인 기술을 알게 됐을 때, 그렇게 흥분되더라. 빙글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였다. 덕후(마니아)들의 ‘덕력(전문성과 경험, 공력)’을 보여줄 위조 불가능한 증표, 다시 말해 크립토 배지는 커뮤니티 공헌 동기를 고취할 수 있다. 가령, 스쿠버 다이버 사이에선 ‘몇 깡(다이빙 횟수) 했느냐’가 중요한 경험치인데, 그걸 크립토 배지로 만드는 거다. 내 입장에서 블록체인 혁명은 곧 커뮤니티 혁명이다. 캔랩 사업 아이디어도 크립토 배지를 빙글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캔랩 고객 중에는 비영리 기관인 월드비전이 있다. 
“개발 조직이 없는 회사도 만들고 싶은 플랫폼이 있다. 월드비전 팀은 누구나 기부 캠페인을 기획해 올리는 빙글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했다. 월드비전과의 만남은 ‘노-코드(no-code·코딩 없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나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금을 유치할 때 ‘기술 창업가(technical founder)’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을 많이 당했다. 더벤처스를 운영하면서는 뛰어난 개발자들이 로그인(회원 등록) 기능을 만드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아깝다고 느꼈다. SaaS 형태로 제공하는 캔을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글·이미지·영상 업로드 기능과 물건 판매·결제·배송 기능을 추가해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토큰 발행 및 관리 기능도 있다.”

캔랩은 각종 기능들을 대거 추가하면서 CAN을 ‘커뮤니티 얼라이언스 네트워크(community alliance network)’로 바꿨다. 월드비전은 캔을 활용해 기부 캠페인 플랫폼 ‘베이크(vake)’를 내놓았다.

캔을 사용하려면 매월 최소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한다. 스타트업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있다.

“개발자 채용에 대한 부담과 개발자 연봉 등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사용료는 아니다. 보통 서비스 출시 후 코드를 대폭 수정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캔을 이용하면 서비스 수정 작업도 어렵지 않다. 또 캔랩이 주최하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캐노베이트’에 참가하면, 지분 투자를 받고 캔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빙글은 1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그 정도 서비스면 알아서 굴러가지 않나.
“서비스는 계속 진화하지 않으면 ‘아이볼(eye ball·주목)’을 빼앗긴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커뮤니티 공헌자의 보상을 제대로 챙겨주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커뮤니티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그게 커머스(상거래)인데, 빙글은 더벤처스 사태로 커뮤니티에 커머스를 더하는 진화를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이 서비스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해선 숙고하고 있다.” 

계속 창업하는 이유는. 큰 규모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했는데. 
“창업을 또 하지 않았더라면, 더벤처스 사태에 휘말리지 않았을 텐데, 나는 왜 계속 창업했을까요? 글쎄요. 하하.” 

마지막 질문에 문 대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처럼 ‘아직도 배고픈’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는 남편과 2021년 더벤처스 싱가포르를 설립,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캔랩 본사도 싱가포르에 있다.


plus point

‘캔’으로 만든 수산물 직거래 서비스 
‘파도상자’…프리 A 투자금 유치

공유어장은 수산물 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파도상자’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파도상자 회원이 어부에게 조업을 요청하면 어부가 갓 잡은 수산물을 배송해 준다. 회원들은 싱싱한 수산물을 먹어서 좋고 어부들은 직거래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좋다. 공유어장은 2020년 9월 파도상자를 정식 오픈했다가 2021년 재오픈했다. 커뮤니티 강화를 위해 캔으로 서비스를 다시 구성한 것이다. 어부들의 조업 소식과 바다 상태 등을 전하고 회원들의 생생한 리뷰도 돋보이게 했다. 갓 잡은 수산물이라는 차별점을 각인시키려면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는 달라야 한다는 게 유병만 공유어장 대표의 생각이다. 

파도상자에선 진도, 영덕, 고성 등 전국 70개 어장의 수산물이 거래된다. 재구매율은 70%가 넘는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 빅베이슨캐피탈과 서울대학교기술지주회사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프리 A 시리즈 투자금을 유치했다.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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