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신세계인터내셔날자주 사업부문 대표이사 연세대 경영학과, 전 삼성코닝본사기획팀 팀장 이사, 전 신세계 이마트 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전 조선호텔 대표이사,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이사스타벅스커피코리아 (현 SCK컴퍼니) 대표 시절의 이석구 대표. 신세계 그룹
이석구 신세계인터내셔날자주 사업부문 대표이사 연세대 경영학과, 전 삼성코닝본사기획팀 팀장 이사, 전 신세계 이마트 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전 조선호텔 대표이사,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이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현 SCK컴퍼니) 대표 시절의 이석구 대표. 사진 신세계 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성장 궤도에 안착하면서 2020년 자주 사업부문 수장이 된 이석구(73) 대표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주 사업부문 매출은 2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부문별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 따르면, 자주는 경기 불황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을 타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7년 160개였던 매장도 올해 1분기 241개로 늘었다. 경쟁사로 꼽히는 일본 무인양품(무지·MUJI)이 4년간 6개 매장을 출점한 사이, 자주는 75개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증권가에선 올해 2분기 자주의 매출이 10%대 증가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19년 이후 적자 기조를 이어 갔던 영업이익도 올해 흑자 전환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이렌 오더’로 스타벅스 키운 주역

자주는 이마트의 자체 생활용품 브랜드였던 ‘자연주의’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0년 양수해 리뉴얼한 것이다. 패션 사업에서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이 회사는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2년간의 개편 작업 끝에 현재의 자주를 선보였다. 

마트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울프 올린스(Wol Olins)에 의뢰해 브랜드 콘셉트와 전략, 디자인을 업그레이드(개선)하고,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가두점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세계적인 가구 업체 프리츠 한센과 이케아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시가 헤이미스(Sigga Heimis)와 협업해 ‘JAJU 디자이너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2020년까지 자주를 연 매출 5000억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사측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이하 스타벅스)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이 대표를 자주 수장으로 영입했다. 1949년생인 이 대표는 11년간 스타벅스 대표를 맡아 한국 스타벅스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삼성물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를 거쳐 조선호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7년 12월 스타벅스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매장에 무료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업계 최초로 스타벅스 카드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선보였다. 또 모바일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처음 도입해 미국 본사로 역수출했다. 

한정판 다이어리와 텀블러, 머그잔 등 출시할 때마다 ‘대란’을 몰고 다니는 기념품(굿즈) 개발의 토대도 구축했다. 전 세계 스타벅스 중 처음으로 디자인팀을 만들면서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 매출의 10%가량은 기념품 판매에서 나온다. 

이런 노력으로 2008년 270개 매장에서 1710억원의 매출을 거뒀던 스타벅스는 2018년 1262개 매장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을 평정했다.

2019년 스타벅스 대표 사임 후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 대표가 이듬해 자주 수장으로 컴백하자 유통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스타벅스 신화를 만든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젊은 인재를 등용해 세대교체를 꾀하는 업계의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운영하는 이마트 산하의 스타벅스에서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도 호사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스타벅스에서 보여준 성과가 오너들의 신임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업계에선 그를 탐하는 회사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취미가 임원, 특기가 대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카리스마·유머 있는 전략가, 현장 경영 중시

자주 합류 후 이 대표는 매장 확대와 전략 상품 육성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어 갔다. 이화여대, 홍익대, 신논현 등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중심권에 매장을 세워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운 점을 반영해 파자마를 핵심 상품으로 개발해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2020년 말에는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패션 부문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편한 속옷’을 추구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관련 상품도 적극적으로 키웠다. 업계 최초로 여성용 사각팬티를 선보였고,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과 봉제선 없는 노 라인 언더웨어로 편한 속옷 시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속옷에서만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패션 상품은 올해 2분기 자주 매출의 43%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패션은 생활 소품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높고, 충성도가 높아 마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카리스마와 유머가 있는 전략가’로 평가된다. 그와 함께 근무한 적 있는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초고속 성장 뒤에는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있었다”라며 “이 대표는 현장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전략을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다”라고 말했다.

자주는 올 상반기 적자를 낸 베트남 법인을 청산하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등 사업 효율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 대나무 화장지, 친환경 비누, 안심 세제 등 친환경 제품을 특화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25년까지 자주에서 판매하는 의류의 70%를 지속 가능한 제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는 올해 자주가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자주가 처음 개편할 때만 해도 무지의 아류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무지가 주춤한 사이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무지는 2017년 처음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으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 한국서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었으나, 초기 4년간 6개 매장을 출점하는 데 그쳤다. 무지는 현재 40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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