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서강대 경영학 학사, 한게임 공동창업자, 전 NHN 사업부장, 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 전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 전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 사진 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서강대 경영학 학사, 한게임 공동창업자, 전 NHN 사업부장, 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 전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 전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 사진 카카오

그야말로 ‘원투 펀치(one-two punch)’였다. 지난해 말 “때가 왔다”는 말로 페이스북에 ‘출사표’를 던졌고, 새해 벽두부터 카카오 심장부에서 특임 작전을 수행할 사단(師團) 편성까지 끝냈다. 카카오 신규 사업 재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직을 사임하고 지난해 12월 1일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카카오 전 계열사의 차세대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맡았다. 남궁 센터장과 카카오게임즈에서 손발을 맞췄던 이른바 ‘게임통’들도 대거 센터에 합류했다.

올해 1월 3일 카카오는 김기홍 센터재무지원실 부사장, 신민균 센터전략지원실 부사장, 조한상 경영지원실 부사장, 권미진 브이2(V2) 태스크포스(TF) 부사장, 이나정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등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본사 내 별도 조직에 부사장급 인사를 네 명을 둔 이례적 인사에 카카오 안팎이 모두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카카오 시즌 2’ 개막이 임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20년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메시지를 통해 “시즌 2를 위한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미래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찾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믿을 맨’ 불러들이고 내보내고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김 의장의 ‘믿을 맨’들을 본사로 불러들이거나 전략적 요충지로 내보내는 인사를 이어 갔다. 김범수 의장의 새 그림이 마무리되어 간다는 신호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Krust)’를 설립하고 송지효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 강준열 전 카카오최고서비스책임자, 신정환 전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전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 등 카카오 창업 공신들을 급파했다.

남궁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에 이어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대표와 이진 사업 총괄 부사장(CBO)도 본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류 대표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여민수 현 카카오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도 맡는다.


신사업 키워드 3가지

김 의장과 남궁 센터장이 이끄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카카오 신규 사업의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남궁 센터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최근 메시지에 잘 드러나 있다.


키워드 1│엔터에 게임 DNA 심는다

남궁 센터장은 “가상세계의 대표 콘텐츠는 게임, 현실세계의 대표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인데,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대에는 이 영역 구분이 모호해진다”고 했다. 가상휴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른바 ‘빅 블러(경계가 뒤섞이는 현상)’가 나타난다는 것. 하지만 게임 비즈니스의 눈으로 보면, 카카오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온라인 게임의 20년 전 모델인 월정액제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객단가(ARPPU·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를 높이려면 게임 산업이 축적해온 노하우(내력)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인터뷰 참조). 게임통들이 대거 본사에 입성한 만큼, 카카오 시즌 2의 핵심인 엔터테인먼트(음악·웹툰·웹소설) 사업에 게임 DNA를 심는 작업을 광범위하게 펼칠 전망이다.


키워드 2│슈퍼 크리에이터-슈퍼 팬 경제 만든다

남궁 센터장은 ‘메타버스를 슈퍼 크리에이터와 슈퍼 팬이 만드는 새로운 경제’로 간단하게 정의했다. 팬이라면,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농구화’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기꺼이 구매한다. 이런 팬심(心)에 바탕을 둔 디지털 콘텐츠와 전자상거래가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게 그의 주장. 상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니라 팬의 감성비(희소성에 근거한 만족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워드 3│블록체인 생태계 주도권 잡는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 생태계가 새 경제를 떠받치는 조류라는 데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슈퍼 크리에이터의 디지털 콘텐츠를 슈퍼 팬이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구매하고 슈퍼 팬끼리 슈퍼 크리에이터의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를 거래할 것이다. 남궁 센터장이 18년 전 자신이 네이버에서 추진한 엔토이 사업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때가 왔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2003년 등장한 엔토이는 팬이 스타에게 가상재화인 ‘우유’를 선물하는 유저 간 거래(C2C) 모델의 선구자였지만, 사용자 수 감소로 1년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은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 자회사인 크러스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정조준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등 카카오의 신사업은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문어발식 내수 확장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카카오의 향후 10년 성장 그래프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범수 의장도 조만간 싱가포르로 날아가 블록체인 사업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plus point

[Interview]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비욘드 게임(beyond game) 주목해야”

지난해 말 인사 소식을 들은 후 최근 남궁훈 센터장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남궁 센터장은 게임의 내력과 외력에 대해 강조했다.


인사 계기는.
“손에 쥐고 있던 것(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자리)을 놓아야 새것을 쥘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고 자리를 옮기니 다른 것이 보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가 있는) 판교 H스퀘어로 출근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는 내력과 외력이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우선 외력. 그동안 게임 산업은 외부에서 불어온 바람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온라인과 모바일이 만든 ‘연결의 힘’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네트워크 시대에 소위 ‘얻어걸려(운 좋게)’ 성장한 게 게임 산업이다. 2018년부터 이 연결의 힘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불안했다.”

그렇다면, 내력은 무엇인가.
“게임사들은 사용자들이 놀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는 데 매우 능하다. 놀이는 사용자 스스로 만든다. 게임 비즈니스는 ‘B2C(사업자와 개인 간의 거래)’인 동시에 ‘C2C(개인 간 거래)’인 것이다. 게임사들은 대중이 디지털 생산자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산업에 접목한다면, 디지털 산업 전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새 재미와 새 수익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도 게임 기술을 근간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하고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 모델이나, 이동하면서 돈을 버는 M2E(move to earn, 원조는 포켓몬고)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아르바이트, 투잡(동시에 두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른바 비욘드 게임(beyond game)이다.”

카카오그룹의 행보와는 어떻게 맞닿아 있나.
“김범수 의장이 준 미션은 간단하게 두 가지다.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다. 나는 이 두 가지 사명과 ‘비욘드 게임’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카카오 공동체(그룹)에 여러 자원이 있으니 게임의 내력을 게임 밖으로 펼칠 기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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