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제임스 윌슨 더 디지털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캐머런 제임스 윌슨 더 디지털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수요가 커질수록 앞으로 더 많은 가상인간이 등장할 것이다. 가상인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세계 최초의 가상 슈퍼모델 ‘슈두(Shudu)’를 제작한 더 디지털스(The Diigitals)의 캐머런 제임스 윌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7년 4월 쭉 뻗은 큰 키에 군살 없는 몸매, 광채 나는 피부, 크고 빛나는 눈을 가진 흑인 모델 슈두가 소셜미디어(SNS)에 등장했다. 그는 미국 팝가수 리한나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과 함께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12월 14일 기준 슈두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약 22만 명이다. 그는 현재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내놓은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모델로 꼽힌다. 슈두는 그간 명품 브랜드 ‘랑방’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과 협업했으며, 2020년에는 삼성전자 ‘Z 플립’ 모델로 발탁돼 한국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올해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한 ‘크리스티앙 루부탱’ 패션쇼에서 모델로 등장해 글로벌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슈두를 탄생시킨 윌슨 CEO는 영국의 패션 사진작가 출신이다. 패션 업계에 10여 년간 몸담은 그는 2017년 3D(3차원)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가상 모델 제작에 뛰어들었다. 슈두가 인기를 얻자 그는 이듬해인 2018년 세계 최초 디지털 슈퍼모델 에이전시 더 디지털스를 세웠다. 현재 더 디지털스는 슈두를 포함해 백인 여성 가상 모델 ‘다그니(Dagny)’, 흑인 남성 가상 모델 ‘코피(Koffi)’ 등 6명의 가상 모델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가상 모델 중에는 ‘준영(J-Yung)’이라는 한국인 남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5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14조원으로 성장해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1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인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실제 가수, 은행원, 쇼핑 호스트, 아나운서 등으로 활동하는 가상인간이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인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자리 이슈, 성(姓)·인종 윤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윌슨 CEO가 생각하는 가상인간 산업의 현재와 미래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슈두와 로지의 ‘오버 더 리미트’ 화보 사진 슈두 인스타그램/2. 더 디지털스가 만든 한국인 가상 모델 ‘준영’ 사진 더 디지털스/3. 세계 최초 가상 슈퍼모델 ‘슈두’ 사진 더 디지털스
1. 슈두와 로지의 ‘오버 더 리미트’ 화보 사진 슈두 인스타그램
2. 더 디지털스가 만든 한국인 가상 모델 ‘준영’ 사진 더 디지털스
3. 세계 최초 가상 슈퍼모델 ‘슈두’ 사진 더 디지털스

슈두를 만든 계기는.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어느 순간 실제 인간 모델 사진을 찍는 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고, 잠시 일을 쉬는 동안 3D 기술에 대해 알게 됐다. 10년 동안 쌓아온 사진작가로서 배경지식, 과학, 게임과 패션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잘 활용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2016년 말 슈두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슈두 외모는 남아프리카 공주를 형상화한 바비 인형에서 영감을 얻었다.”

더 디지털스는 무슨 일을 하나.
“더 디지털스는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활용하는 하이퍼리얼(hyperreal·극사실) 디지털 모델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그들을 관리한다. 동시에 다른 회사의 가상 모델도 제작한다. 더 디지털스는 주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패션이나 뷰티 기업에 가상 모델을 제공하고 해당 브랜드에 모델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편집을 돕는다. 패션 브랜드의 사회 공헌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가상 모델의 장점이 무엇인가.
“가상인간은 실제 인플루언서처럼 주로 SNS에서 활동한다. 패션이나 뷰티 브랜드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상 모델은 물리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이미지 편집만으로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다. 또 컴퓨터와 전기만 있으면 화보나 영상 등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외에 어떠한 것도 낭비되지 않기 때문에 자원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가상 모델의 장점이 많다.”

광고 모델 이외에 가상인간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더 디지털스의 모든 모델이 영화나 게임,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자의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껏 봐온 화보나 영상 이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엄청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상인간 산업에 미친 영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동안 가상인간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컴퓨터 작업 시간도 늘었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 때문에 다수의 패션 브랜드가 실제 인간을 모델로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상인간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최근 한국에서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왜 그럴까.
“슈두는 올해 초 한국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와 함께 ‘오버 더 리미트(Over the Limit·한계를 넘어)’라는 콘셉트로 화보 작업을 했다. 당시 한국 소비자가 큰 관심을 보여 놀라웠다. 가상인간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한국 시장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기 때문에 가상인간이라는 처음 보는 존재에 큰 흥미를 갖는 것 같다. 고도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가상인간의 등장은 낯설기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일자리 이슈, 윤리 문제 등 가상인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가상인간 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순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인간과 실제 인간 모델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또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가상인간을 제작하면서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탈피하고 있다.”

가상인간 산업 전망은.
“3D 기술 발전에 따라 실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하이퍼리얼 3D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가상인간은 단순 홍보 모델을 넘어서 기업의 디지털 대변인 역할까지,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 수요가 커질수록 더 많은 가상인간이 등장할 것이다. 가상인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가상인간 산업 진입 기업에 조언한다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얻을 수 있는 배움을 즐겨야 한다.”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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