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주 카모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전 온네트 대표이사, 전 다음게임 대표이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홍성주
카모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전 온네트 대표이사, 전 다음게임 대표이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사서 고생하는 중년 창업자이자 연쇄 창업자, 그게 바로 나다. 20년 동안 밤새고 머리 쥐어뜯으며 게임 업계에 있다가 47세 나이에 아예 연고도 없는 렌터카 시장에서 재창업에 도전했다. 자식뻘 되는 20대 친구들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사업장에서 문전박대당하면서도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코노미조선’이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렌터카 가격 비교 애플리케이션(앱) 카모아의 운영사 팀오투의 홍성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50이 가까운 나이에 재도전한 이유를 ‘나이 들어도 바뀌지 않는 성장 DNA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모아 앱은 렌터카 예약과 예약 취소까지 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이다. 지난 9월 기준 전국 56개 지역 500개 렌터카 업체 차량 약 4만여 대의 상세 정보를 알려주고 이용 가격을 비교할수 있도록 했다. 홍 CEO는 대학생 시절 게임 회사 온네트를 창업해 다음에 매각한 뒤 카카오의 자회사가 된 다음게임의 CEO까지 역임했다. 2015년 재창업한 그가 2018년 출시한 앱이 카모아다.

20년이 넘도록 온라인 게임 개발자 및 기획자로 일했던 홍 CEO가 익숙하지 않은 렌터카 업계에서 이름 없는 회사 대표로 시작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은 직접 차를 몰고 렌터카 사업장 하나하나를 찾아 사업장 차량 세차도 해주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카모아는 앱 가입 회원 수 100만 명, 누적 투자 유치액이 136억원에 달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 9월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화권 진출을 목표로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유여행 플랫폼 클룩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티맵모빌리티와는 제휴 계약을 체결해 티맵 앱에서도 카모아와 연계된 모든 렌터카 업체의 정보 및 예약·취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왜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재창업했나.
“게임 사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인 흥행 사업이다. 미리 성공을 예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말 잘될 것 같던 게임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지 않아 실패하기도 하고, 정말 특별하지 않아 보였던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게임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업앤다운’ 기복이 큰 시간이 즐거웠지만,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금 더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싶었다. 비유하자면 과거의 나는 사냥꾼이었다. 열심히 사냥하다 어느 날은 멧돼지를 잡고 부족으로 돌아와 박수 세례를 받고, 또 어느 날은 허탕을 치고 혼자 눈물 흘리기도 했다. 중년이 된 지금 나는 사냥꾼이 아닌 농부가 되고 싶었다. 매일 꾸준히 밭을 가는 성실한 농사꾼 말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결정되는 사업이 아니라, 묵묵히 씨 뿌리고 밭 갈고 내 땅을 관리하면 1년 뒤에 성과가 드러나는 그런 사업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왜 렌터카 산업인가.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조금은 ‘올드’한 분야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아주 조금만 디지털화하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소비자는 변화하는데 가장 변화가 느린 곳이 렌터카 업계였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아직 이 업계에서는 손으로 화이트보드에 계약 체결 상황을 적고 소비자도 종이에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도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서 렌터카 업체를 일일이 검색해 사이트에 들어가고 전화를 돌리면서 차를 빌렸다. 이 분야에서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면 빠르게 성공할 것 같았다. 카카오에서 여러 회의에 참석하며 다양한 부문 관리자들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나는 1996년 창업 때부터 PC 게임을 만들던 사람인데, 카카오에서 게임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런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어주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실제 성실하게 농사짓듯이 사업하면 성공할 수 있나.
“아직까진 그렇게 느낀다. 게임을 만들 땐 ‘내가 지금은 여기서 라면이나 먹으면서 살고 있지만, 1년 뒤에 내 게임 대박 나면 너네 다 죽었어’라는 마음으로 버티면서 마음의 칼을 갈았다. 반면 이 업계는 소소하다. 하루하루의 통계가 적나라하고 이용자의 사용 패턴이 예측 가능하다. 이번 달에 재구매율 등 수치를 확인하면 다음 달, 내년도 수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미래를 예상할 수 없었던 게임 업계와 다르다. 꾸준히 계속 매일매일 조금씩 앱을 더 고도화하고, 사업장과 관계를 더 끈끈하게 구축하고, 고객의 불만을 더 잘 들으면 조금씩 나아진다.”

엑시트(exit)를 한 만큼 그냥 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사서 고생하나.
“내 말이 그 말이다. 사실 20년이나 했고, 나와서 쉬려고 했는데, 내 성향인가 보다. 끝나고 여행도 가고 그냥 휴식하려고 했는데, 금방 지루해졌다. 잘 쉬는 사람은 쉬면서 충분히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난 아니다. 조금 쉬니까 바로 또 일하고 싶더라. 가정이 있다 보니 조금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년 창업자는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 나와서 일하는 게 더 좋다. 직원들이랑 일하고 조직 커가는 걸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싶다. 아직 현업에서 뛰면서 배우고 싶다.”

유명하지 않은 회사에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회사 이름을 렌터카 업체 사장님들이 들어보기나 하셨겠나. 아예 모르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지도 않다 보니, 설득은 고사하고 말을 붙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가서 나를 포함한 임원 등 전 직원이 렌터카 업체 사장님의 일을 도왔다. 일단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나. 실제로 영업 파트는 아직도 입사하면 한 달 동안 무조건 제휴 업체에 가서 일을 배운다. 차도 고객에게 가져다드리고, 세차도 한다. 겨울에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분들이 그래서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시나 보다. 서비스 담당 이사도 겨울 한 달 동안 세차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함께 창업한 부사장은 울릉도 사업장까지 가다가 배가 풍랑에 맞아 돌아오기도 하고 뱃멀미하느라 고생도 했다.”

경력도 많은데 자존심 상하지는 않았나.
“전혀 아니다. 나 포함해 나이가 좀 있는 직원들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이 나이에 뒤늦게 새로운 분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느낀다. 나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대표지만 문전박대당하면서도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녔다. 자기가 나이 있고 경력 있다고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이쪽 업계로 오지도 않는다.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려면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나는 군대에 있는 아들과 고등학교 3학년 자식이 있는데, 자식뻘 직원도 참 많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시대 청년들에게 새 사고방식이나 감각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과거 창업과 무엇이 다른가.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맹목적으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든다. 내가 성숙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대학생 때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대기업에 홈페이지 만들기 등 외주 일을 하면서 일을 시작했고, 그 기업에서 준 공짜 사무실이 생기다 보니 신나서, 낮에는 납품할 웹사이트를 만들고 밤에는 좋아하는 게임을 밤을 새워서 만들었다. 그땐 시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다. ‘이거 재밌으니까 해보자’가 아니라, ‘고객이 좋아할 것 같으니 해보자’가 됐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앞으로 목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폭발할 여행 수요에 대비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괌과 사이판에 있는 한인 렌터카 업체와 손을 잡았고, 올해는 홍콩의 글로벌 자유여행 플랫폼 클룩과도 제휴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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