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차오 후 SES CEO는 11월 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리튬메탈 배터리는 플라잉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치차오 후 SES CEO는 11월 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리튬메탈 배터리는 플라잉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현대차그룹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가 이르면 5년 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상용화하겠다고 나섰다. 하늘길을 열어 도심 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미래 교통수단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그 핵심은 구조체의 ‘경량화’다.

세계 최초로 대용량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미국 스타트업 SES(옛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치차오 후 박사는 “플라잉카가 등장하려면 구조체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며 “경량화가 중요한 플라잉카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벼운 리튬메탈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보급된 전기차에 리튬메탈 배터리가 기여하는 건 주행 성능을 늘리는 정도이지만, 플라잉카 시장에서는 그 자체를 실현하는 데 리튬메탈 배터리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소에서 독립한 SES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리튬메탈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에너지 용량이 10배 정도 커, 배터리 부피와 무게는 줄이고 주행 거리는 두 배 이상 크게 늘릴 수 있다.

후 박사는 “UAM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현대차, GM과 플라잉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2026~2027년 UAM을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는데 마침 SES 배터리는 그 이전인 2025년에 상용화될 예정이라 우리 배터리가 탑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ES는 11월 2~3일, 미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제1회 ‘배터리 월드’ 행사를 열고 용량이 107Ah(암페어시)에 이르는 세계 최대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Apollo)’를 발표했다. 107Ah 용량의 아폴로 무게는 0.982㎏이다. 에너지 밀도는 417Wh/㎏, 935Wh/L로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 밀도보다 40% 정도 높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한 달 일정으로 방한한 후 박사를 만나 리튬메탈 배터리가 바꿀 모빌리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치차오 후 SES CEO가 지난 4일 열린 배터리월드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100+Ah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SES
치차오 후 SES CEO가 지난 4일 열린 배터리월드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100+Ah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SES

리튬메탈 배터리는 전기차 성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나.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거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전기차 주행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완성차 업체의 선택에 달렸지만, 주행거리가 300마일(약 482㎞)을 넘으면 그 이상에서는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감소하기 때문에 보급형 모델은 배터리 비용을 낮추고,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SES와 직접 경쟁하는 업체는 어디인가.
“리튬메탈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는 제조 과정과 공급망 측면에서 60% 동일하다. 가장 큰 경쟁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중국 CATL과 같은 대규모 배터리 업체가 될 것이다. 미국 솔리드파워와 같은 업체는 엄밀히 말하면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지만, 우리는 자체적인 배터리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와 직접 협력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시설을 마련한 이후에는 완성차 업체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배터리 안전도 중요한데, 이를 담보하는 특별한 기술이 있나.
“SES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 안전을 극대화하는 기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 원재료가 어느 광산에서 언제 채취됐는지, 배터리가 어떤 물리적 환경에서 제조되고 테스트되는지 추적도 가능하다. 제조 과정에서 대용량 센서를 활용하고 제조품을 CT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수집된 대용량 데이터는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배터리가 차량에 장착된 이후에는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고 배터리를 충전하는지 등 광범위한 사용자 데이터도 수집한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AI 알고리즘은 제조 과정이나 전기차 운행 중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결함이 배터리 화재나 폭발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개발된 리튬메탈 배터리는 어디에서 생산할 계획인지.
“SES의 거점은 싱가포르와 미국 보스턴, 중국 상하이, 서울에 있는데, 싱가포르는 법무·재무를 담당하고 보스턴은 기본 화학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과 상하이는 시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아폴로’ 역시 서울에서 생산된 것이다. 중국 공장 ‘상하이 기가’는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 내 시범 생산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단계는 대규모 양산인데, 양산은 2023~2024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 공장은 협력하는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있는 지역에 지을 계획이다.”

현재 SES와 협력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는 어디인가.
“현대차그룹, GM과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고 중국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조만간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와 추가 파트너십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배터리 원료인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은 어떻게 보나.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기차 소재에 재활용 니켈, 구리를 활용하도록 하는 의무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활용 물질을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테슬라가 최근 발표한 것처럼 하이니켈 등 희귀한 광물 대신 인산철 등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을 배터리 소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한 것이 중요한 트렌드다.”

후 박사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전동화 전환 움직임에 대해 “말을 타고 달리던 인류가 자동차를 발명한 것과 비견되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약속하면서 내연기관차를 폐지하고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한 선언은 최근 100년간 보지 못했던 거대한 변화라는 것이다. 후 박사는 이어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리튬메탈 배터리는 차세대 전기차와 플라잉카에 탑재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plus point

현대차뿐 아니라 SK·LG도 투자

‘꿈의 배터리’로도 불리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만드는 SES에는 현대차·SK·LG 등 국내 대기업이 상당수 투자하고 있다.

SK㈜는 2018년 SES에 3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5월 4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창업자인 치차오 후 CEO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월 SES에 1억달러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LG는 그룹 차원의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SES에 투자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용량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을 만든 SES가 제품 상용화에 나서면 국내 배터리·전기차 업체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투자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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