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병원장 한양대 의대, 고려대 의대 박사, 현 대한류마티스학회장, 전 척추관절염 연구회 회장 / 사진 한양대 의대
김태환 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병원장 한양대 의대, 고려대 의대 박사, 현 대한류마티스학회장, 전 척추관절염 연구회 회장 / 사진 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류머티즘) 질환 중 하나인 강직성 척추염은 활동이 왕성한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에게 주로 발병해 ‘젊은 남성의 허리 병’으로 통한다. 염증이 생긴 척추 마디가 막으로 둘러싸여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리는 것이 특징이다.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병을 방치해서 한 번 뼈마디는 되돌릴 수 없어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군 생활 중 척추 질환으로 의가사 제대를 하는 환자 대부분은 이 질환에 걸린 것이라고 한다.

이 병을 이해하려면 ‘류마티스’부터 이해해야 한다. 류마티스 질환은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 세포가 나를 도리어 공격해서 생기는 병이다. 면역 세포가 관절을 공격하면 류마티스 관절염, 척추를 공격해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 강직성 척추염, 피부, 혈액, 신장 등 각 기관을 공격하면 루푸스가 된다. 류마티스의 ‘류마(Rheuma)’는 그리스어로 ‘흐름’이라는 뜻이다.

강직성 척추염의 대가(大家)인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김태환 원장은 1988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강직성 척추염 관련 연수를 받고, 줄곧 이 분야를 연구해 왔다. 김 원장이 올해 초 약 18년 동안 수집한 1200여 명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연구 논문은 해당 질환 연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원장은 류마티스 질환 국내 최대 학회인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지금도 진료 당번인 날에는 하루에 60~100명의 환자를 본다고 했다. 김 원장을 만나기 위해 9월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병원을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1층 대기실 앞은 외래 환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의료진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한양대 의대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의료진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한양대 의대

강직성 척추염 질환을 연구한 계기는.
“1988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게 됐다. 류마티스 질환을 연구하고 싶은데, 쟁쟁한 선배가 많았다. 경쟁을 피하려고 찾은 분야가 강직성 척추염이다. 그 길로 지도교수를 찾아가서 78명의 환자 임상 데이터로 연구 논문을 쓴 것이 시작이었다.”

디스크와 강직성 척추염은 어떻게 구분하나.
“디스크 질환은 활동을 멈추고 쉬면 증상이 나아진다. 반대로 강직성 척추염은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척추가 뻣뻣하게 굳으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저녁에는 편하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깨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강직성 척추염이 나타나는 부위는 척추, 허리도 있지만 갈비뼈, 목뼈 같은 부위도 있다. 부분적으로 뼈마디에 염증이 생겨 아플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의 아랫단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퍼진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미인가.
“(올해 발표한 논문에 이어서)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직성 척추염이 엉치뼈에서 시작해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지는 것으로 생각한 게 맞지만, 최근 환자 동향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환자 개인의 병증에 따라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단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으면 염증과 통증 완화가 치료의 1차 목표가 된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하면 10명 중 8명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10명 중 2명이다. 이들은 척추 변형을 막는 주사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과거엔 이들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돼 제때 치료만 시작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생활의 범주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기대치가 다를 수 있다.”

‘정상 생활의 범주’라는 의미가 궁금하다.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큰 문제는 척추 변형이다. 염증으로 척추 마디가 관절 없이 하나로 보이는 것을 척추가 변형됐다고 한다. 흰 막이 뼈마디를 둘러싸기 때문에 이렇게 뻣뻣해진 뼈마디는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목(경추)부터 허리까지 새우등처럼 굽어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걷기, 목욕 등과 같은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사회생활은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목뼈가 굳은 사람은 시선을 돌리거나 인사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겠나.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 오해도 받는다. 이 때문에 강직성 척추염 환자 중에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증상 완화 요법 외에 면역 체계를 회복시키는 신약이 있나.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약값 부담이 크다고 들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다. 희귀질환으로 특례 적용을 받으면 한 번 내원할 때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만~3만원 정도다. 주사 치료까지 하면 한 달에 1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비용도 부담스러워서 병원에 못 온다는 젊은 환자도 있다.”

젊은층이 많아서 최신 치료 정보에도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자에게는 어떻게 설명하나.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에게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내용은 싹 다 잊으라’고 한다. 류마티스병원 1층 대기실에 설치된 TV모니터에는 우리 병원 전문의가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을 24시간 틀어 놓는다.”


plus point

35년 역사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1986년 한양대병원에 류마티스내과가 개설된 지 올해 35년째. 국내 류마티스 질환 치료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려면 한양대병원은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 류마티스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30여년 전 한양대병원이 가장 먼저 류마티스 치료에 나섰다.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대에 유학을 다녀온 김성윤 교수가 국내 첫 류마티스내과를 한양대 병원에 개설한 것이 시작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까지 국내 류마티스 질환은 한양대 병원이 독점을 하는 시대였다. 이후 2000년대 ‘류마티스는 한양대병원’이란 평판이 생겼고, 그 평판은 명성이 됐다. 2021년인 현재 포털 사이트에 ‘류마티스 질환’을 검색하면 ‘한양대병원’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국내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의 30%는 한양대 의대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김태환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은 병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열린 토론 문화’를 꼽았다. 김 원장은 “환자 치료를 놓고 의료진끼리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열띤 토론을 한다”며 “선후배가 권위를 내려놓고,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눈다”고 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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