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야쿠브치크(Yury Yakubchyk) 엘레미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현 VC 콜드스타 의장, 스타트업 라이프 하우스 창업자, 스타트업 윙 창업자 / 사진 엘레미
유리 야쿠브치크(Yury Yakubchyk) 엘레미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현 VC 콜드스타 의장, 스타트업 라이프 하우스 창업자, 스타트업 윙 창업자 / 사진 엘레미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아·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 의료 스타트업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회가 됐다. 올 들어 대규모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폐증 치료 스타트업 엘레미(Elemy)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다. 엘레미는 10월 6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주도하는 시리즈B 투자에서 2억1900만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받으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했다. 기업 가치가 지난해 10월(1억400만달러)의 11배인 11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5월 치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몸값이 급등한 것이다.

엘레미는 창업자인 유리 야쿠브치크가 어릴 적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와 치료사를 연결하는 ‘자폐증 치료의 현대화’가 목표다. 이를 위해 엘레미는 곧 소아 자폐증을 진단하고, 환자의 집과 온라인상에서 맞춤형 행동 치료를 진행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자폐아동이 있는 가정은 엘레미를 통해 응용행동분석(ABA) 치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자신의 집에서 임상의와 만날 수도 있다.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가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서일까, 엘레미는 많은 이의 신뢰를 얻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엘레미에 따르면, 올해 8월 매출은 전년 8월보다 19배 늘었다. 직원은 2년 전 창업 당시 8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109명, 올해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향후 1년 반 동안 2000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창업 당시 1개 주에 그쳤던 서비스 지역도 14개 주로 늘었으며,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법 같은 약, 기적의 치료법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엘레미.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꿈꾸는 미래는 어떨까. ‘이코노미조선’이 10월 12일 유리 야쿠브치크 창업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엘레미는 자폐아동에게 더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엘레미
엘레미는 자폐아동에게 더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엘레미
엘레미는 온라인과 가정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사진 엘레미
엘레미는 온라인과 가정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사진 엘레미

엘레미의 비즈니스 모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폐아동의 치료를 돕는 것이다.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가정 치료 모델을 제공하면서, 자폐아동 가정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 아직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미국 14개 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폐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어릴 적 나는 심각한 ADHD를 앓았다. 정신과 의사가 ‘내가 본 사례 중 최악’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운 좋게도 의사였던 내 부모님은 내게 필요한 맞춤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끊임없이 찾고 지원해줬다. 그때 전문가를 만나고 치료받지 못했다면, 오늘날 내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나는 어릴 적 경험을 통해 정신건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에는 자폐아동이 있는 가족이 180만 명에 달한다. 어린이 5명 중 1명이 불안이나 우울증, ADHD, 투렛증후군 같은 정신·행동 장애를 앓고 있지만 대부분(80%)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사회적 비용은 30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한다.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재능 있고 헌신적인 임상의와 아동을 연결해주고, 아동이 양질의 치료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열악했던 정신건강, 행동 치료 분야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 치료법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나.
“미국의 소아 정신 치료 모델은 비효율적이며, 완전히 망가졌다. 자폐증 아동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아동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아동들의 문제 행동을 줄이는 데는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법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그간 차량 공유, 음식 배달 등의 비즈니스에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봤다. 또 기술이 소아 자폐증 치료도 극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입증된 자폐증 치료법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많은 이가 치료에 접근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평균 6개월~2년가량 걸리던 의료 접근 기간을 12주로 줄였다. 엘레미의 개인 맞춤형 치료 모델이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6개월간 치료받은 엘레미 이용자들은 문제 행동이 83% 감소했다. 치료를 통해 사회생활, 의사 소통,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 셈이다.”

엘레미의 또 다른 장점은.
“데이터다. 지금까지 의료진은 펜과 종이에 의존했으며, 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이는 가족과 간병인, 보험사 간의 소통을 더 어렵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치료 모델 중에서도 데이터에 중점을 뒀다. 엘레미는 데이터를 통해 아동의 변화를 측정한다. 자폐아동과 부모가 치료사와 함께 목표를 세우고, 변화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 분석하며 원격의료와 대면 치료를 진행한다. 대규모 자폐증 데이터 세트도 구축하고 있다.”

엘레미가 주목받는 데 코로나19 영향도 있었다고 보나.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과 기술이 더 나은 의료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격의료의 발전 덕분에 많은 아동이 이전에는 받지 못했던 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정신·행동건강 문제를 다루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많은 훌륭한 기업도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엘레미의 다음 목표는.
“우리는 시리즈B 투자 유치로 얻은 수익금을 활용해 향후 18개월 동안 2000명의 임상의사를 고용하고, 미국 전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 더 많은 행동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 연구개발(R&D)에도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국가에도 진출하고 싶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부분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이에게 낙인을 찍는 데다 가족들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각국 정부도 중요성을 모르고, 재정 지원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엘레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폐아동을 치료하는 것은 국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자폐아동은 성인이 될 때까지 가정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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