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터에서 장례용 화약을 태우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사망한 주검이 누워 있다. 왼쪽 아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블룸버그·EPA연합
4월 2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터에서 장례용 화약을 태우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사망한 주검이 누워 있다. 왼쪽 아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블룸버그·EPA연합

4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한 공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이곳은 화장터가 됐다. 뉴델리 곳곳의 공원과 주차장 등의 공간이 화장터로 사용되고 있다. 힌두교 장례 의식에서 화장은 육체에서 영혼을 해방하는 방법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절차이지만, 사망자의 가족은 종교 의식을 치를 겨를이 없어 망연자실하게 망자를 보내고 있다. 뉴델리의 한 화장터는 너무 오래 불을 지펴 굴뚝 일부가 녹기도 했다.

같은 날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텔랑가나주 남부 지역에서 선거 유세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내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여당이 3, 4월 대규모 주 의회 선거 유세를 하면서 방역망을 무너뜨려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몰고 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014년 집권 후 2019년 재선까지 지지 기반을 강화해온 모디 총리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 인도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전 세계의 40%에 이르는 팬데믹 쓰나미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디 총리는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고, 그가 속한 BJP는 2월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하르시 바르단 인도 보건부 장관은 3월 “인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자락에 다다랐다”고도 말했다. 인도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해 9월 9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고서, 올해 2월 중순 9000명대까지 감소했다. 하루 평균 코로나19 사망자도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방 선거를 위한 집회와 힌두교 축제가 재개됐다.

방심한 사이 팬데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4월 27일 인도는 36만여 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4월 21일부터 이날까지 하루(26일)를 제외하고 모두 일일 확진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 정부는 4월 27일 하루 사망자가 처음으로 3000명이 넘어 누적 사망자 2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1800만 명에 달한다. CN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보고되지 않은 사례나 미검사 사례가 많아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20~30배 더 많은 5억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언론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월 중순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0만 명에 달하며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인도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 병원 침상은 부족하고 의약품과 산소탱크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의료시설은 산소 공급량의 약 15%를 소비하고, 나머지는 산업용으로 사용되지만, 인도는 산소 공급량의 90%(하루 7500MT)를 의료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중순 1차 팬데믹 당시의 최고치보다 세 배 많은 양이다. 산소가 떨어지며 뉴델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선 20명의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인도 언론인 민트는 4월 27일 “수백만루피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한 인도인들이 개인 항공기로 인도를 탈출해 유럽, 중동 등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4월 23일 새벽 영국 런던 루턴공항에 인도 뭄바이에서 출발한 전세기 한 대가 인도발 입국 규제를 44분 남기고 착륙했다고 더 타임스 등이 전했다.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서 백신 부족 사태

모디 총리는 백신 수급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올해 1월 의사와 간호사 등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1100만 회분의 백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백신 제조 업체인 인도의 세럼인스티튜트에 라이선스를 준 아스트라제네카와 인도에서 개발한 코박신이 인류를 구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 수출을 추진했다. 세계 최대 백신 제조국인 인도에서 한 번이라도 백신 접종을 한 인도인은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인도는 3월에야 백신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 국민과 야당은 코로나19 방역 비판 내용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트위터 등에 관련 내용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트위터는 일부 내용은 삭제했고, 일부는 인도에서 접속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게시물들이 국민의 공황을 불러일으키고,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 총리는 그의 정부가 범한 실수가 팬데믹을 촉진했다는 걸 암시하는 조치를 꺼릴 것”이라며 “더 많은 장례식 장작불이 그의 나라를 불태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도 우려를 낳고 있다. ‘B.1.617’로 알려진 인도 변종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종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나타난 변종의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종 바이러스다. 이들은 백신에 내성이 있고 감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변종의 출현이 전 세계 코로나19 방역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plus point

인도 두고 미·중 백신외교 경쟁

인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백신외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26일(이하 현지시각) 모디 총리와 통화에서 인도에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 장비, 산소, 백신 원료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시 군수물자 통제법안인 국방물자생산법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원료 수출을 막았지만, 인도 지원을 위해 이를 완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날 6000만 회분의 백신 원료를 전 세계와 나누겠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시 활성화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연합체인 쿼드 동맹을 중국이 흔들까 염려해서 백신외교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과 러시아가 인도 주변국과 적극적으로 백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이 (백신 공급을) 머뭇거리는 동안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들이 그 나라들에 진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4월 27일 ‘미국의 뒤늦은 인도 지원’이라는 사설에서 “(인도에서) 지정학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인도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왕웬빈 중국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4월 26일 “새로운 코로나19 확산 파도에 맞서 싸우는 인도에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도가 특정한 요구를 하면 중국은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주재 중국 대사관의 왕 샤오젠 대변인도 같은 날 “중국 기업들이 인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의료용품 확보를 서두르고, 인도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월 27일 회원국이 기부한 산소, 약품, 장비 등이 며칠 내에 인도에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프랑스와 인도는 항상 하나로 뭉쳐 왔다. 우리는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했다. 영국이 보낸 산소호흡기 100개, 산소발생기 95개 등 의료품도 27일 뉴델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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