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니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최근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는 데다, 서울시장이 해제할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해제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정치적인 셈법도 복잡하다.

4월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대치·삼성·청담·잠실동 일대에 내려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장 여부를 부동산 시장 동향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하는 게 골자다. 주거·상업용지별로 땅의 목적에 맞게 이용할 때만 거래가 허가된다. 주거용지에 들어선 집을 살 경우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이 기간에 매매나 임대도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취득가액의 3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1년 단위로 연장된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면적이 약 14.4㎢에 이른다.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앞두고 투기 수요 유입과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 시장은 이를 재연장하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다시 지정할 수도 있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의견이 다를 경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치·삼성·청담·잠실 지역 주민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받고 재산권 행사도 못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현저히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10개월간(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치동 아파트 거래량은 142건으로, 규제 전 10개월 거래량(625건)보다 77.3% 줄었다. 삼성동은 178건으로, 같은 기간(361건) 대비 50.7% 감소했다. 청담동은 86건으로 동기(243건)보다 64.6% 감소했다. 잠실동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10개월간 아파트 거래가 267건으로, 지점 이전 10개월 거래량(826건) 대비 67.7% 줄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옥상옥(屋上屋) 규제인 데다 효과가 별로 없었던 만큼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 취득세 강화,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각종 규제 장치가 이미 충분해 예전과 같은 갭투자를 하지 못한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고 국민에게 불편만 초래하고 있어 종료해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이 지역 일대 부동산 거래는 더 까다로워졌지만, 가격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며 “정치적 결정은 배제하고 지난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효과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재 서울 주택 시장에 잠재된 불안 요소를 생각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해온 오 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잠실 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 대표적인 재건축 후보 아파트가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투자 수요 유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현재 주택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재연장하지 않는다면 투자 수요의 유입으로 시장 불안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진퇴양난’ 오세훈

오 시장으로서는 어떤 결정을 하든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집값이 오르면 ‘서울시가 해제하는 바람에 시장 불안이 다시 커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오 시장이 이번에 강남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73.54%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 시장이 결국 국토부 판단에 따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서울시보다) 국토부 장관의 권한이 더 위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심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주택 시장 안정화 효력은 없었지만, 이를 풀었을 때는 ‘호재’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강남구 집값 상승세가 다시 서울 전체 주택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lus point

규제 완화 기대에 재건축 단지 들썩이지만…

서울의 주요 재건축 시장은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이미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인 ‘현대 7차’ 전용면적 245㎡가 4월 5일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79.24㎡는 3월 1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3개월 만에 2억원 넘게 뛰었다.

오 시장의 공약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춤했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당선 후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최우선 핵심 과제로 홍보했다. 특히 안전진단 규제 등 정비 사업 규제와 이른바 ‘35층 룰’ 등의 용적률 상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오 시장은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을 두고 “안전진단을 지연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라고 한 바 있다. TV 토론회에서도 대치 은마, 대치 미도, 대치 우성 4차, 잠실 5단지, 자양 한양, 방배15, 여의도 시범, 여의도 공작, 신반포 7차, 사당 5단지 등을 거론하며 “당장 (시정에) 들어가자마자 시동 걸면 1년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는 단지”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셈법은 복잡하다. 재건축 사업이 의지만 갖고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다시 급등하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당선 이후인 4월 13일 오 시장은 민간 정비 사업 추진에 대해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사실 ‘일주일 내 시동 걸겠다’는 말은 제 의지의 표현이고,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2~3개월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 과열 현상이 나타나,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의회의 협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규제 완화를 단기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비 사업 인허가 권한을 상당수 쥐고 있는 구청장들은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다. 안전진단 등에 관한 부분도 법으로 규정돼 있어 서울시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시장 권한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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