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이 10월 24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新)중국 건국(1949년) 100주년 즈음인 2050년까지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 면에서 선두에 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10월 24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19대) 보고를 통해서다. 사회주의로 자본주의 대국 미국과 겨룰 수 있는 강국이 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2012년 18대 당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은 집권 2기의 출발선인 19대에서 새로운 중장기 로드맵을 내놓았다.


36년 만에 바뀐 모순 해결에 방점

공산당 건립 100년(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 사회를 실현하고, 이 기초 위에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해 혁신형 국가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2050년까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기본적으로 실현할 강국이 되겠다고 밝혔다. “신중국 건국 100년(2049년)에 부강하고 민주적이고 문명적이며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실현한다”고 한 5년 전 18대 보고보다 더 구체적이고 야심 차다는 평을 듣는다. 양웨이민(杨伟民)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은 “19대에서 2021년부터 2050년까지를 두 단계로 안배함으로써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 로드맵이 5단계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초기(1980~90년) 인민 온바오(温饱·먹고 입는 데 문제없는 상황) 실현, 1991~ 2000년 샤오캉 수준 도달, 2001~2020년 전면 샤오캉 사회 실현에 이어 2단계가 추가된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 시점으로 내세운 2035년은 과거 공산당이 제시한 2050년 전후보다 15년 앞당겨진 것이라고 양 부주임은 설명했다. 또 2050년께 이뤄야 할 국가를 수식하는 표현에 미려(美麗·아름다움)를 추가했다. 친환경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도 ‘강국’으로 바꿨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중국 건국으로 중화민족을 일어서게 했고,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으로 부유하게 만들었다면, 시 주석은 강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강한 중국을 이끄는 기초는 강한 경제다. 시 주석이 19대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적 발전관에 이어 당의 지도자상으로 당장(黨章·당헌)에 삽입시키는 등 1인 권력 체제를 강화하면서 집권 1기에 선보였던 그의 경제 정책 노선인 시코노믹스(시진핑 주석의 경제정책)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코노믹스의 방향은 19대 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시진핑 사상에 녹아 있다. 시 주석은 이 사상을 소개하면서 사회의 주요 모순을 새로 지목했다. “인민의 물질문화 생활에 대한 요구뿐 아니라 민주·법치·공평·정의·안전·환경 등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 생산력이 크게 향상되고, 세계 선두에 있지만 인민의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사이의 모순이 뚜렷하다.” 저우톈융(周天勇)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커진 인민의 물질문화 수요와 낙후된 사회 생산력 간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의 주요 모순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광진>

민영기업에 대한 당의 경영 개입

시 주석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문제 해결을 위해 녹색경제, 빈곤 퇴치, 지역 균형 발전, 공급 측 개혁, 혁신 경제, 금융 리스크 방지 등의 전략을 내세웠다. 녹색생산과 녹색소비, 녹색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법률 제도와 정책을 서둘러 제정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농촌의 모든 빈곤한 마을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시 주석은 도농 융합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소득과 경제가 함께 성장하고, 근로소득과 노동생산성이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당장에도 삽입된 공급 측 개혁은 종전과 달리 과잉 공급 해소보다 세계 수준의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를 몇 곳 육성키로 하는 등 양질의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과 실물경제를 심층적으로 융합해 중·고급 소비, 혁신, 녹색저탄소, 공유경제, 현대 공급망, 인력 자원 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켜 창업과 혁신에 더 많은 사회 주체가 나서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획기적 기술 혁신을 위한 기초과학 연구도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나 서방 기술 모방에 기반한 소혁신에서 대혁신으로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보완을 위한 직접금융 비중 제고와 금리 및 환율 자율화, 개혁 심화 등을 내세우면서도 리스크 억제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모순 해결 방식의 핵심도 시진핑 사상에 있다. 시진핑 사상의 핵심은 “당·정·군·민·학(黨·政·軍·民·學) 모든 부문에서 당이 영도(領導)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이 통제하는 틀에서 시장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메시지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이 민영화가 아닌 민간자본을 일부 유치하는 혼합소유제에 있다는 현실과 맥이 닿는다. 시 주석이 국유기업을 일류기업으로 키우기로 한 것이나 시장의 역할과 함께 정부의 역할을 동시에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경제를 강조한 덩샤오핑에 맞선 천윈(陳雲) 전 부총리의 ‘조롱(鳥籠)경제론’이 35년 만에 회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롱경제론은 ‘경제란 새(鳥)를 손으로 잡으면 죽으니 날게 해야 하지만 새장(籠)이 없으면 새가 날아가 버리는 혼란이 오기 때문에 계획경제라는 새장에 가둬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시코노믹스는 ‘계획경제’를 ‘당의 영도’로 대체했다. 천윈이 우려하던 빈부 격차, 부패,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조롱경제론적 접근법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영도는 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9월 25일 함께 내놓은 기업가 정신 육성 지침에서 민영기업가에게까지 당의 영도를 강조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과거 국유기업에 당의 영도를 주문한 데 이은 것이다. 이 문건은 기업인을 존중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당의 영도를 받아야 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공산당 중앙조직부 치위(齊玉) 부부장은 “중국 진출 외자기업 중 10만6000여 곳에 당위원회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시진핑 집권 직전인 2012년 말 4만7000여 곳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중국 최대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 등 민영기업들도 잇따라 당위원회를 조직하고 이를 홍보하는 등 당의 영도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상하이와 선전 증시 상장기업 341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대회 개막 전날인 10월 17일 기준 최소 436개 사가 “기업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있을 경우 사내 당위원회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결의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288개 사에서 늘어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텐센트·웨이보·유쿠투도우 등 간판 인터넷 기업의 지분 일부를 직접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2300여 명으로 구성된 당대표 가운데 민영기업인은 16대(2002년)부터 나왔는데, 그해 7명에서 17대(2007년) 17명, 18대(2012년) 27명으로 늘었다가 이번 19대에선 27명으로 증가세가 멈췄다. 200여 명으로 이뤄진 중앙위원의 경우 18대에선 5명의 국유기업인이 있었지만 19대에선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당지도부 반열에 들기보다 지도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의 문을 닫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외자기업의 중국 진출 시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개혁이 지속될 전망이다. 궈수칭(郭樹淸)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은 최근 은행의 외국인 지분 제한(단일 외국인 20%, 외국인 총합 25%)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개 천명했다. 미국의 테슬라가 상하이에 100% 독자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은 지분 50% 한도로 합작을 의무화한 자동차 산업 정책의 첫 예외로 받아들여진다. 6월에 발표된 외자 유치 촉진 정책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지분 한도(50%)가 폐지되자 삼성SDI 톈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중국 측 파트너 2개 사 모두 보유 지분 일부를 최근 매물로 내놓았다.



10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새로 선출된 상무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오광진>

당장에 삽입된 일대일로 탄력

시 주석은 또 상하이, 광둥성 등 11곳에 조성된 자유무역시험구에 더욱 강한 개혁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유무역항 건설을 모색하기로 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저장성과 상하이에서 자유무역항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처음 언급된 자유무역항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8~10일 취임 후 처음 방중하면서 중국의 개방 제스처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코노믹스 대외 정책의 큰 축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이다. 이번에 당장에도 삽입된 일대일로는 경제 수단을 통해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한 미국의 마셜플랜을 떠올리게 한다.

시 주석은 품질 제일과 효율 우선 원칙을 견지하며 경제를 운영하겠다고 확인했다. 역대 당대회 보고에 있던 장기 수치 목표가 19대에서 사라진 배경이다. 2012년 18대 보고의 경우 2020년까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각각 2010년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plus point

시코노믹스 진두지휘하는 ‘류허’
시진핑과 중학교 동창… 구조분석 전문가로 대외개방 주창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되는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사진 : 조선일보 DB>

세계 경제계의 관심은 시진핑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인사라인이다. 대외교역담당 부총리를 했던 왕양이 거론되지만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정치 자문기구) 주석직이 유력해 시야에서 멀어진 상태다. 전통적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총리직을 두번째 연임하게 될 리커창은 시 주석이 집권 1기부터 경제를 직접 챙겨 힘 잃은 총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시진핑과 101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 류허(劉鶴·65)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19기 정치국에 진입한 게 눈길을 끄는 이유다. 시 주석이 2013년 5월 방중한 톰 도닐런 당시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류허가 부총리급 이상의 직책이 보장되는 정치국에 진입한 것은 장막 뒤에서 전면으로 나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을 겸하고 있지만 좀처럼 목소를 내지 않는 그는 2015년과 2016년에 익명의 권위 있는 인사 명의로 거시경제와 개혁방향에 관한 글을 올리거나 인터뷰를 한 배후 인물 1순위로 거론돼왔다. 익명의 권위 있는 인사는 지난해 5월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리 총리의 경제 낙관론을 비판하면서 중국 경제가 V자나 U자형 회복은 불가능하고 L자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공급 측 구조개혁이나 혼합소유제 확대 역시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지방시찰을 나간 류 주임은 현장에서 좀비기업 퇴출과 과잉공급 해소 같은 공급 측 조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해 말 시 주석이 공급 측 개혁을 언급하면서 거시정책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금융위기 때 경기부양책 만들어

인민대 공업경제과를 마치고 미국 시턴홀대 경영학석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MPA) 학위를 받은 그는 중국 경제 이론수립과 정책연구에 참여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중국이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하도록 한 4조위안의 부양책은 류허가 하버드대팀과 머리를 맞댄 뒤 나왔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류허는 구조분석의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1980년대 말 물가가 치솟을 때 인플레이션은 통화현상이라며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시장경제론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류허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공급 부족이 만든 인플레이션이라며 공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되레 기초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1994년 한국의 산업은행 같은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농업발전은행 등의 탄생이 이뤄졌다.

류허는 중국의 국제화, 시장화, 도시화에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대외 개방을 주창해왔다. 하지만 맹목적인 시장화는 거부한다. ‘좀비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게 시장에만 의존한다고 될 일인가’하고 반문한다.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간섭을 줄이는 건 정부의 자기 혁명을 떠날 수 없다는 논리다.

시진핑의 푸젠(福建)성과 저장(浙江)성 인맥인 허리펑(何立峰·62) 발개위 주임(장관)과 종산(鐘山·62) 상무부 부장(장관) 등과 함께 시코노믹스를 현장에 접목하는 일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는 류허의 행보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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