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유명 스타는 학원이나 의료, 제약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 광고를 통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현해야 한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등 7개 부처가 10월 31일 내놓은 유명 스타 광고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0년 후반부터 테크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비롯, 중국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이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전례 없는 총서기 3연임으로 통제력을 강화한 시점에 나온 조치라고 전했다.

“외국계 제조업체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지지한다. 의료, 반도체, 화공, 에너지 분야 다국적기업의 투자 유치 촉진을 강화한다.” 중국 상무부 등 5개 부처가 10월 25일 발표한 제조업을 중점으로 한 외자 유치 촉진 정책에 담긴 내용이다. 일요일인 10월 23일 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7명)가 시 주석과 그의 최측근,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으로 모두 채워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튿날인 24일 글로벌 자본의 중국 버리기인 ‘차이나런’이 발생한 하루 뒤 나왔다.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되면서 예상되는 중국의 사회주의 색채 강화와 기술 혁신 강국을 향한 행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시진핑 주석이 10월 22일 폐막한 제20차 당대회와 23일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다시 오르며 3연임을 넘어 종신 집권으로 향하는 막을 올렸다. 마오쩌둥 통치 시절 1인 지배의 폐해를 막기 위해 그의 사후 도입된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졌다. 시 주석이 10년 주기 권력 교체, 지도부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이상 은퇴) 등 독재 방지를 위한 정치 관례와 원칙을 모두 깨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한 24명의 중앙정치국도 ‘시진핑 충성파’ 일색이다. 시진핑 집권 3기에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당의 통제가 더 강화되고 반(反)시장 정책과 대외 강경 노선이 짙어질 것이란 전망에 외국 투자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중국이 어디로 향할지 예상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이 공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중화권 증시와 미국 증시에서 중국에 투자하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중국 위안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자를 유치하고,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가 1위이고, 중국을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둔 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의 방향성이 시진핑 1인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 ‘이코노미조선’이 ‘시진핑의 중국’을 기획한 이유다.


분배와 과학기술 혁신 강조 

시 주석의 이번 당대회 연설에서 5년 전과 비교해 특히 달라진 부분은 ‘중국식 현대화’란 시 주석 비전의 부상이다. 중국식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분배와 과학기술 혁신을 유독 강조했다. 2017년 집권 2기를 열며 시 주석은 203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중등 국가 수준으로 만드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 실현하고,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완성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당대회 연설에선 2035년 목표를 다시 언급하며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했다. 시 주석이 2020년 당대회에서 처음 중국식 현대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 등 서방의 현대화와 체제 우월 경쟁을 하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전면적 영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화한 마르크스주의 등이 핵심인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중국몽(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를 위한 요구사항 중 하나로 제시된 게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실현’이다.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시키는 것)을 내세워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고, 경제 고성장을 명분으로 당의 지배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가 저성장 늪으로 빨려 들어가자, 중산층을 늘리겠다며 공동부유 카드를 더 높게 꺼내 들었다. 시 주석이 작년 중국 테크 기업과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며 전면에 내세운 공동부유 정책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정책적 위상이 더 높아졌다. 공동부유 실현을 중국식 현대화의 본질적 요구로 격상시킨 것이다.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중국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성장이 확실히 느려지고 있다”며 “시 주석은 공동부유 정책을 통해 중국 인민에게 ‘부자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집권 정당성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고, 재산 축적 방식을 바로잡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만큼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경제 정책 등장에 외부 세계와 금융시장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도부에 과학기술 분야 출신이 약진한 것도 큰 변화다. 20기 중앙정치국 위원(24명)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13명 중 최소 6명이 과학기술 분야 배경을 갖고 있다. 한 예로, 중앙서기처 서기로 임명된 리간제 산둥성 당서기, 상하이시 당서기로 발탁된 천지닝 베이징시 전 시장은 환경 전문가다. 군 지도부에도 과학 전문가를 대거 중용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과학기술 기초 연구 확대와 기술 자립 실현을 강조해 왔다. 10월 16일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도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자립을 서둘러 실현하고 핵심 기술에서의 돌파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기술 자립 전략에서 진전을 이룰 경우, 미국의 중국 제재와 견제는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대만 통일 의지도 중국과 서방의 충돌을 격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대회 폐막일인 10월 22일 개정된 당 헌법 당장(黨章)엔 대만 독립을 확고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제도) 방침에 따라 조국 통일 대업을 완성한다”는 기존 당장 문구보다 한층 더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도 대만 통일 완수를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또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며, 중국인이 결정해야 한다”며 ‘외부 세력의 간섭 도발’을 향해 경고했다. 외세 간섭은 특히 대만과 밀착 중인 미국을 지목한 것이란 해석이 대체적이다. 10월 초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시 주석이) 중국군에 2027년 이전 대만에 무력 침공을 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고, 같은 달 19일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은 침공 예상 시점을 2022~ 2023년으로 앞당겼다. 시 주석은 통상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략 위력 체계’ 강화도 언급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 2~3%대 그칠 전망
 

당대회 기간인 10월 18일로 예정됐었던 중국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 발표는 하루 전 돌연 연기됐다. 당대회 개막 이틀 전 공개 예정이었던 9월 수출입 통계 발표도 예고 없이 취소됐다. 최근 급속히 나빠진 경기를 의식해 중국 정부가 성적표 공개를 꺼리고 정보 통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대회가 끝나고 시 주석 3연임 확정 바로 다음 날인 10월 24일 발표된 중국 3분기 경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9%로,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 여파로 0.4%에 그쳤던 2분기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5.5% 안팎)만큼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기구와 금융권은 대체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세계은행은 2.8%로 낮췄다. 2021년 성장률(8.1%)보다 확 떨어진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국의 중국 퇴출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중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고, 내부적으론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경제 타격과 국내 수요 감소 상황을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강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인스티튜트 부디렉터는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지방정부와 부동산 부문의 부채 폭증”이라며 “중국이 축 처진 경제를 건져 올리기 위해 부동산·금융·테크 분야 규제와 통제를 당분간 자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plus point

시진핑 1인 체제, 정책 착오 리스크 커

박용선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NN은 10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대 중국연구소 스티브 창 교수의 발언을 인용, “시진핑 집권 3기 최악의 적은 시 주석 자신일 수 있다”고 했다. 창 교수는 “(중국의) 모든 것이 시 주석에게 달려있어, 정책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진핑 독재로 인한 장기적 위험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 멕케나대 교수는 미 학술지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Journal of Democracy)’에서 시진핑 1인 지배 체제로 인한 관료적 수동성, 정책 착오 위험성과 중국의 인구 고령화 및 서방과 무역 마찰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등을 근거로 2035년쯤 중국이 정치적 급변을 거쳐 민주주의 체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남희 조선비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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