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치가 10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아메리칸이글 빌딩 전광판에 등장했다. 세계인이 김치를 맛보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대상이 제작했고, 11월 6일까지 약 4주간, 총 6720회 상영될 예정이다. 

같은 날 구독자 611만 명을 둔 유튜브 채널 망치(Maangchi)에 즉석 떡볶이 만드는 법이 소개됐다. 다양한 한식 요리를 소개하는 이 채널의 운영자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2015년 뉴욕타임스(NYT)에서 ‘유튜브의 한국판 줄리아 차일드’로 소개된 바 있다. 줄리아 차일드는 1960~70년대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소개해 대중화시킨 요리 연구가다. 

프랑스 파리의 대형 백화점 르봉 마르셰 식품관에 ‘코레(프랑스식 한국표기)’라고 적힌 식품코너가 있다. 이 백화점이 최근 20여 년 만에 식품관을 개편하면서 한국 식품코너를 만든 것이다. 올해엔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베이슈베 백화점 등에도 한국 식품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1 일본 도쿄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일본인들. 2 도쿄의 한 마트에 진열된 한국 냉동식품. 3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올라온 한국 김치 홍보 영상. 이민아 기자·대상
1 일본 도쿄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일본인들. 2 도쿄의 한 마트에 진열된 한국 냉동식품. 3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올라온 한국 김치 홍보 영상. 사진 이민아 기자·대상

K푸드(한식)의 세계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 이면에는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같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K콘텐츠의 부상이 있다. 지난 2021년은 방탄소년단(BTS)을 주축으로 한 K팝의 인기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 열풍까지 K콘텐츠가 전 세계를 강타한 한 해였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K콘텐츠에서 본 음식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이는 K푸드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으로 퍼져가는 궤도를 따라 K푸드의 세계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K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김과 라면이 K푸드 세계화 선두에 선 배경이다. 김과 라면은 담배를 제외하곤 2021년 K푸드 수출 1, 2위를 차지했다. 10년 전만 해도 김과 라면은 각각 9, 6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K푸드에 채소와 발효 식품이 많아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평가도 인기 상승에 일조했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인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식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2021년 역대 최고인 113억6000만달러(약 16조6083억원)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약 14조6200억원)를 돌파한 배경이다. 동남아에는 한국어로 된 국적 불명의 K푸드 짝퉁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는 K푸드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나오기도 했다. 

K콘텐츠와 팬데믹이 K푸드 세계화에 기여했지만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SPC, 동원, 오리온, BBQ 같은 민간 기업들의 진격도 큰 역할을 했다. 윤홍근 BBQ 회장은 “K콘텐츠가 K푸드 확산을 점화시켰지만, K콘텐츠가 알려지기 오래전부터 이미 BBQ는 세계 곳곳에 K치킨의 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농심과 대상은 미국에, 오리온은 중국과 러시아에,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각각 현지 생산공장을 구축했다. 현지 생산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토대로 현지 영업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운송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또 현지에서 조달하는 재료비나 인건비가 저렴할 경우에는 이윤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K푸드를 앞으로도 세계인의 혀끝에 머물게 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코노미조선’이 ‘혀끝의 한국, 진격의 K푸드’를 기획한 이유다.

현지화, 고급화, 차별화는 K푸드 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J푸드(일식)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 세계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그러나 J푸드의 해외 진출 초창기에는 날것을 먹지 않는 서구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일본 교민 중심의 판매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맵고 짠 발효 음식이 많은 한식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송창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동양학과 교수는 동양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현지화(서양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송 교수는 “서구인들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스시 형태로 개발한 캘리포니아롤이 현지화된 대표적인 J푸드 개발 사례”라면서 “한식도 전통적인 맛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구인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급화 전략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현재 한식은 ‘싸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평판이 주를 이루고 있어 K푸드가 계속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뉴욕이나 파리 등 주요 도시에 고급 한식당을 더 많이 세우고, 명인의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을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등 고급화 전략이 K푸드 세계화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화 전략은 버터크림 케이크가 주류인 미국 시장을 생크림 케이크로 공략한 파리바게뜨와 치킨 본고장인 미국에서 달콤하고 바삭한 양념치킨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외식 브랜드 2위에 오른 BBQ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plus point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K푸드 단점 ‘긴 조리 시간’, 푸드테크로 해결"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서울대 식품공학 학·석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박사, 현 한국 푸드테크 협의회 회장 사진 이기원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서울대 식품공학 학·석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박사, 현 한국 푸드테크 협의회 회장 사진 이기원

“K푸드(한식)는 식물성 재료 중심의 건강식이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 기존에 단점이었던 긴 조리 시간은 푸드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됐다. 밀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10월 17일 인터뷰에서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학과장은 올해 6월 대학과 연구소, 기업, 정부 간 새로운 산업 협력 모델로 출범한 한국푸드협의회에서 초대 공동회장직을 맡고 있다.


K푸드의 해외 경쟁력을 평가해달라.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냉장 유통 기술이 발달하고 저장 기간도 길어지면서 한식의 해외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 기술 발전으로 K푸드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K푸드가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글로벌 인재의 국내 식품업계 유입이다. 아니면 우리가 직접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서 국내 식품업계에 공급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느 하나에 특화된 전문성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너무 많은 영역을 선택해서 집중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의 경우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두, 김치, 햄 등 많은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배달 한 가지로 특화된 ‘배달의민족’의 기업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에서 한 것을 흉내 내서 하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다른 나라가 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다소 리스크(위험)가 있더라도 시장을 먼저 개척하고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는.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를 꼽으라면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일본, 태국, 멕시코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와 중국은 재료의 다양성이, 이탈리아와 일본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점이다. 태국은 특유의 향을, 멕시코는 매운맛을 내세워 세계인의 식탁에서 인정받았다. 한국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이 무기가 될 것이다. 이미 성공한 국가를 롤모델로 삼기보다는,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미래 K푸드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래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될 것이다. 식품산업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수집된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단을 짜게 되고, 같은 메뉴이더라도 개인의 영양 상태에 맞게 조리가 된 음식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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