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퀘스트롬경영대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울링그린대 MBA,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경영학 박사, 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특별고문, 전 한국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사진 김종성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퀘스트롬경영대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울링그린대 MBA,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경영학 박사, 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특별고문, 전 한국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사진 김종성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바이오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바이오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이들의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퀘스트롬경영대 교수는 8월 5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이같이 조언했다. 김 교수는 보스턴대에서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 기업의 생산 및 혁신 전략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IBM, 존슨앤드존슨 등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경영 자문과 강의를 해왔다. 김 교수가 최근 5년간 진행 중인 연구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혁신 생태계다. 202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방문연구원으로 선임된 김 교수는 서울시와 KIST가 조성 중인 홍릉 메디클러스터의 바이오 혁신 생태계 활성화 자문 활동도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의 강점은.
“보스턴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보스턴대 같은 인적 자원이 훌륭한 대학이 많고, 연구소와 병원이 많이 모여있다. 대학 간 거리도 지하철이나 버스로 한두 정거장에 불과하다. 서울에 유명 대학이 많다고는 하지만, 다 떨어져 있지 보스턴처럼 인접한 거리에 몰려 있지는 않다. 보스턴은 또 벤처 투자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바이오 기업에 전문적인 투자를 하는 유명한 벤처캐피털(VC)들이 보스턴에 많이 모여있다. 보스턴 내 한 해 밴처캐피털 펀딩 자금은 100억달러(약 13조2700억원)에 달한다.” 

보스턴의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외부의 기술 자원을 활용해 혁신하는 전략) 모델이 유명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에 필요한 전략이었다.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제약 산업과 바이오 테크 산업은 차이가 있다. 제약은 화학 분야인데, 바이오 테크는 몸속 세포나 유전자, 단백질 등을 연구하는 생명과학이다.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같은 다양한 전문 지식과 바이오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 전통적 제약 산업에서 역사가 100년이 넘는 빅파마들은 새롭게 도입된 바이오 기술로 혁신을 이룬 사업을 하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바이오 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과학 기술들이 빠르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약 15년 전부터 글로벌 빅파마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의 연구를 적극 활용하게 된 배경이다. 빅파마들이 어디에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 모인 대표적인 곳이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였다. 빅파마들은 이 지역에 모인 바이오 테크 기업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보스턴에만 화이자, 머크 등 약 20개의 빅파마가 들어와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보스턴보다 조금 빨리 클러스터화했지만, 우수 대학과 연구시설이 집적된 보스턴에서 성과가 더 잘 나오면서 보스턴과 차이가 확 벌어졌다.”

정부 도움은 없었나. 
“바이오 클러스터가 정부 힘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유인을 제공하는 건 가능하다. 사실 보스턴은 정부의 도움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클러스터화에 성공한 사례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은 건 아니다. 보스턴도 중앙정부로부터 연구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매년 500억달러(약 66조3500억원)를 연구기금으로 쓴다. 이 중 일부(2019년 10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7억달러·약 4조9099억원)가 보스턴으로 유입된다. 물론,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중앙정부 연구기금이기 때문에 보스턴만을 위한 특별 지원은 아니다. 매사추세츠주 정부도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총 10억달러(약 1조3270억원)를 보스턴에 투자했다. 그러나 보스턴의 바이오 혁신가들을 지원한 건 정부 기금이라기보단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이었다.”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발전하려면.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는 대전에 있다. 카이스트(KAIST) 같은 우수 대학과 연구소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있고, LG생명과학, SK바이오텍 같은 대기업도 입주해 있다. 서울과 거리는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바이오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클러스터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스턴에는 1000개가 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몰려 있다. 기술력이 입증되고 회사 규모가 커져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테크 기업이 100여 개에 이르고, 글로벌 빅파마만 20여 개가 들어와 있다.”

바이오 테크 기업 수를 늘리려면.
“일단 용어를 명확히 하겠다. 바이오 스타트업(벤처)과 바이오 테크 기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의 연구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다각도의 검증을 통해 사업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회피) 절차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바이오 테크 기업은 디리스킹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가 높다. 이런 바이오 테크 기업이 많아야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오 테크 기업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하므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바이오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 한국의 과제는 연구 인력을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으로 뛰어들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바이오 과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대학 교수다. 대부분 대학의 학칙에 겸직 제한 규정이 있어 교수가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겸직 제한이 있는 대학이 많은데, 대학 교수를 포기하고 창업에 올인(all in)하기란 쉽지가 않다.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지 않고 포스트닥터(박사 후) 과정 연구원들의 창업을 돕거나, 이들이 만든 스타트업의 비상임 고문이나 과학자문직을 맡아 기술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조언자 역할을 한다. 이런 방법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표적인 롤 모델은 없나.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바이오 기업을 창업한 교수도 있다.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MIT 석좌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40년 넘게 MIT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수많은 제자를 키웠고, 그들을 바이오 기업가로 만들었다. 성공한 바이오 테크 창업자들이나 랭거 교수 같은 사람들은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들은 창업을 통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글로벌 빅파마를 유치하려면. 
“글로벌 빅파마를 유치하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테크 기업 및 스타트업이 많아야 한다. 물고기가 많이 몰린 양어장에 낚시꾼들이 몰려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에는 글로벌 빅파마 조직이 마케팅 조직만 가져왔지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조직이나 사업체를 운영하진 않는다. 왜 그런지 생각해봐야 한다. 빅파마들은 바이오 테크 기업들의 연구 성과에 관심이 많다.”


plus point

40번 넘게 창업한 모더나 창업자
로버트 랭거 MIT 석좌교수

로버트 랭거 MIT 석좌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로버트 랭거 MIT 석좌교수. 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로버트 랭거 MIT 화공학과 석좌교수는 2010년 모더나를 공동 창업했다. 랭거 교수는 모더나 외에도 40여 개 기업을 창업한 이력이 있다. 랭거 교수가 40번 넘게 창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랭거 박사는 “창업 준비 때부터 벤처캐피털과 협업했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랭거 교수가 직접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창업해 경영하기보단, 벤처캐피털이 창업과 경영을 주도하고 랭거 교수는 소수 지분만 취득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미국 대학은 한국보다 겸직 제한이 더 까다로운 편이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은 교수가 기업 CEO가 되면 사퇴해야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는 임시휴직을 허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교수의 창업 관련 휴직 규정이 있는 대학이 약 22%에 달했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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