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 석·박사,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전 현대중국학회 창립회장 / 사진 조선비즈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 석·박사,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전 현대중국학회 창립회장 / 사진 조선비즈

“한국과 중국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국가가 추구할 바를 고민하고, 아시아가 인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한·중·일이 연합해 대학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월 30일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이코노미조선’이 주관한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미래 30년의 양국 관계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30년 전 극비리에 추진된 한·중 수교 당시 우리 측 실무진으로 중국을 찾기도 했던 정 교수는 민간에서 뽑은 1호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공사 출신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날 강연과 인터뷰로 정리한 일문일답.


지난 30년간 양국 관계를 평가한다면.
“과거 30년간 두 나라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도와주고 협력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필요성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 (수교 당시)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어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틀을 깨야 할 상황이었고, 중국은 당시 1인당 소득이 300~500달러에 불과했다. 둘 다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나라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괜찮은 관계를 이어 갔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위한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 전 세계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전환기에 있다. 어느 나라든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자기 나라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데, 전 세계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 달했다. 글로벌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되면서 2013년 이후엔 초과 공급이 이뤄졌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선 국가 간 짝짓기, 기술 경쟁, 보호 장벽 등의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소득 1만달러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다가 목표점에 도달하고 나니 그다음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게 지금 현실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겪고 있는 지금, 몇백 년 만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미래에 대한) 관건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등을 통해 자국이 앞으로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줄 것이다. 반면, 미국과 달리 중국은 아직 세계화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그만큼 앞으로는 중국에서도 국내외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현 국제 정세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매우 혼란스럽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래 양국의 우호적·건설적 관계 형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중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30년 전 수교 때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당시는 한국이 중국의 중요한 경제 발전 모델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浮上)했고, 중국은 한국 외에도 수많은 경제 파트너가 있다. 한국 입장에선 과거와 대우가 달라졌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나는 앞으로 지금 젊은 세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엔 서로가 키운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 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한국 대학 문턱을 왔다 갔다 한 중국인, 중국 대학 문턱을 왔다 갔다 한 한국인을 어림잡으면 100만 명은 될 것이다. 학위 취득 기준으로 따져도 3분의 1인인 30만 명 정도가 서로의 국가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아직도 향후 두 나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양국 관계를 이끌어가야 하나.
“사는 동안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꼽는 게 하나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캠퍼스 아시아 한·중·일’ 프로그램이다. 현재 수천 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중·일의 중요한 인재로 활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나는 한·중과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아시아형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일이 연합 대학을 만들어 한국에도 아시아 대학을 설립하고, 중국과 일본에도 아시아 대학을 세워야 한다.”

아시아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아시아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아시아가 만들어 낸 물건이 얼마나 있나? 대부분이 서구 산업혁명의 결과물이다. 지금 세계적 전환기를 맞아 다들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적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시아적 물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이 대학에서 해야 할 일이다. 비즈니스와 관련한 물건이 나올 수도 있고, 바이오나 디지털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아시아적인, 독창적인 무언가가 나와야 한다. 둘째, 현대에 필요한 아시아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다.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프랑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가 자주 회자되는데, 사실 아시아에서는 서구 철학보다 훨씬 이전부터 훨씬 더 풍부한 철학적 논의가 있었다.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현대에 적합한 철학을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다음 세대를 위한 목표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부국강병을 위해 전력 질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부국강병 이후 시대적 목표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한·중·일 3국만 봐도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가 고령화와 인구 절벽이다. 앞으로 더욱 중시될 사회 안전망을 위한 아시아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한·중 미래 30년을 위해 조언한다면.
“과거 30년간 한·중 관계는 전통 산업화 시대에 근간을 뒀다. 서구를 목표로 했고, 서구처럼 잘살고자 했던 각자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생산 사슬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며 살아왔던 시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30년은 디지털 전환 시대로서 한국과 중국은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인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같은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30주년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생 주기로 보자면 청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한·중 관계도 이처럼 성년으로 넘어가 성숙해지길 바란다.”


plus point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
“‘원 아시아’로 한·중 문화 교류 확장해야”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 서울대 경영학,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 조지타운대 법학 박사, 현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 분과위원장 / 사진 조선비즈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
서울대 경영학,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 조지타운대 법학 박사, 현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 분과위원장 / 사진 조선비즈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은 6월 3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한·중이 서로의 공통점을 자산으로 삼아 아시아 문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원 아시아(One Asia)’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모델, 동남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모델 등 지역의 범위를 메타적(범위나 경계를 초월) 관점에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중 문화 교류를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

노 원장은 “아시아 다자간 협력 모델의 전제는 상호의 가치관, 이익을 존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민간 우호’와 ‘민심 상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우호와 민심 상통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인문학적 가치 기반의 협력과 교류”라면서, 인문학 협력의 한 예시로 ‘삼국지’를 들었다. 그는 “삼국지와 관련한 유적과 이야기는 한국, 일본 등 여러 곳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다. 삼국지를 통한 문화적 이해를 한·중·일이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면서 서로의 문화 유사성과 협력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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