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릭 오스터로 구글 디바이스 수석부사장이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인 ‘픽셀워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5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릭 오스터로 구글 디바이스 수석부사장이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인 ‘픽셀워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마이클 하우웰 구글 최고임상책임자(CCO) 전 시카고대 의대 최고품질책임자(CQO),하버드대 의대 및 베스이스라엘병원 근무,‘의료전달과학의 이해’ 저자 사진 구글
마이클 하우웰 구글 최고임상책임자(CCO) 전 시카고대 의대 최고품질책임자(CQO),하버드대 의대 및 베스이스라엘병원 근무,‘의료전달과학의 이해’ 저자 사진 구글

원격의료가 보편화된 미래의 청진기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구글이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3월 24일(이하 현지시각) 건강 신기술을 공개하는 연례행사인 ‘구글 체크업’ 행사에서 구글 헬스(Google Health) 최고보건책임자인 카렌 드살보 박사는 “수억 명의 사람이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구글의 다음 사명(使命)인 ‘인류의 건강’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구글은 이날 스마트폰을 가슴에 대면 심장 소리를 섬세하게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심장박동수, 혈압 등을 체크하는 수준을 넘어서 체내 심장 잡음을 듣고 위험한 상황을 미리 예방하는 ‘디지털 청진기’ 개념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안구를 촬영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당뇨 관련 안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IT 기업이 원격의료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보텀 업(Bottom up)’ 방식의 사업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빅데이터를 축적해왔는데,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건강 관리, 질병 치료, 예방 등 유의미한 결론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원격의료 시장인 것이다.

2014년 당시 구글(현 모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분야 자회사인 베릴리에서 환자 유래 데이터를 모으는 일명 ‘베이스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창립자의 편지(Founder’s Letter)에서는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사람에게 지식, 건강, 행복, 성공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글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구글은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2019년 ‘구글 헬스’ 산하로 모아 건강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웨어러블 업체인 핏빗을 21억달러(약 2조7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2021년에는 애플리케이션(앱) ‘구글 핏(Google Fit)’을 출시해 스마트폰 카메라 하나만으로도 건강 수준을 판단하는 데이터를 측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소프트웨어(데이터)를 확보한 구글은 이제 하드웨어 영역으로 제품군을 확장 중이다. 5월 11일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유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워치인 ‘픽셀워치’를 선보이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이클 하우웰 구글 최고임상책임자(CCO)는 5월 1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의료 서비스에 맞춘 삶이 아닌, 개인의 삶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구글의 기존 서비스를 활용해 사용자가 위치한 곳에서 원격의료의 접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격의료는 얼마나 현실에 가까워졌나.
“우리 가족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처음 경험했다. 이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길 희망한다. 의료 서비스에 맞춘 삶이 아니라 ‘삶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구글 역시 기회를 찾은 것 같다.
“구글은 ‘건강’이라는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본다. 건강은 우리 삶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생활하고 일하고 배우고 즐기는 장소 등 모든 사회적 결정 요소가 오히려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기존 구글 제품 및 서비스를 활용해 사용자가 있는 곳에서 접점을 찾았다. 구글의 건강 관련 업무는 ‘구글 헬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사(全社)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크게 소비자, 의료진, 지역사회 등 세 가지 영역에서 미래를 보고 있다.” 

세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나.
“의료진에게는 의료 기술을 혁신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질병 진단을 위한 AI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 관리를 위한 고품질 정보와 방법(도구)을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공공보건 커뮤니티에 데이터 및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건강 정보를 찾는데.
“유튜브는 건강에 관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콘텐츠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국립 의학 아카데미,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미국 외에도 브라질,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글이 꿈꾸는 원격의료의 미래는 무엇인가.
“소비자의 건강 관리 여정을 지원하면서도 간병인의 입장에서 필요한 도구(tool)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병원, 약국 등 의료 서비스 업체는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에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링크를 추가할 수 있다. 링크는 검색 결과와 구글 지도에 모두 표시되며 링크를 클릭하면 이용자는 원격 진료 웹사이트로 이동, 진료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구글 클라우드(데이터 저장소)’ ‘구글 미트(화상회의 솔루션)’ 같은 도구를 활용해 원격의료가 보다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했던 2020년 여름,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부 주체로 미국 원격의료업체 암웰(Amwell)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원격의료의 핵심 기능인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다. 암웰은 앞으로 구글의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AI는 어떤 역할을 할까.
“환자를 돌볼 때 AI, 더 나아가 머신러닝(ML) 기술은 임상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고 지원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자연어처리(NLP) 기술의 경우 번역·자막·해설 제공 등으로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구글 클라우드의 ‘의료 관련 자연어 API(Healthcare Natural Language API)’는 예방접종이나 약물 등 중요한 의학 정보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중복된 검사를 막아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다.” 

원격의료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이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며, 핵심은 개인 정보를 전 과정에서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다. 구글은 건강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광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오랜 정책을 가지고 있다. 민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이용자 대상 광고나 제품 서비스 홍보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5월 11일 열린 연례 I/O 행사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주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건강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원격의료 혁신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글이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이나 ‘네이처’ 등 최고 수준의 의학 저널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이유다. 피어리뷰(peer review·동료 평가)가 더 나은 과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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