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색스 프리랜서 작가 뉴욕타임스·블룸버그·토론토 라이프 등에 기고,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사진 데이비드 색스
데이비드 색스 프리랜서 작가 뉴욕타임스·블룸버그·토론토 라이프 등에 기고,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사진 데이비드 색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준비 대신 노트북 전원을 켜서 기업용 메신저 ‘슬랙(Slack)’에 로그인한다. 그 뒤로 하루 종일 줌(Zoom)을 이용한 화상 회의의 연속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업무 효율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회사에선 옆자리 동료에게 한 마디만 건네면 될 일을 지금은 메신저 앱이나 화상 회의를 이용해야 하니 오히려 번거로워진 측면도 있다. 회식이 줄어든 것은 반갑지만, 때로는 동료들과의 잡담이나 퇴근길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립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A씨 외에도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을 쓴 작가 데이비드 색스(David Sax)는 4월 8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의 감성이 묻어나는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1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기작 ‘미래는 아날로그: 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법(The Future is Analog: How to Create a More Human World)’을 출간할 예정이다. 전작인 ‘아날로그의 반격’은 2016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은 그와 아날로그 및 인간다움의 필요성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


이토록 디지털화된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왜 아날로그적인 것을 버리지 못하나.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니까. 우리는 아날로그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가 보고, 먹고, 듣고, 감촉을 느끼는 것들은 대부분이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 살고 있는 집, 자주 얼굴을 보는 이웃들이 모든 것이 다 아날로그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다시 말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대부분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2017년에 나는 콘퍼런스 참석차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 며칠간 서울에 머물렀던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산과 숲, 사람들의 환대, 갈비 요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건 서울의 와이파이(WiFi) 시그널이나 브로드밴드 보급 같은 게 아니라, 아날로그와 관련한 경험이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재택근무와 줌 등 온라인 앱을 이용한 회의가 활성화됐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관계를 약화시키지는 않을까.
“약 20년 전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가 발명됐고, 야후나 IBM 같은 기업들은 그때부터도 재택근무를 시도했었다. 과거에 비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느슨해진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캐나다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는 팬데믹 격리 기간에 크고 아름다운 회사 건물을 닫으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아마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옥을 없애지 않았다. 아직도 쇼피파이 사옥은 직원이나 외부인들의 미팅 장소로 활용된다. 당신이 무슨 직종에 근무하건,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건 단순히 일만 하기 위해 회사에 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 마감 후 커피 한잔, 누가 오늘 기분이 안 좋고 이유가 뭔지 따위의 사소한 잡담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직원들이 동료나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 집에서 주야장천 화상 회의만 계속한다면 결국엔 소외감을 느끼고 지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도 직장에서 인간적인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로 바꿨다. 이건 일시적인 현상일까.
“그저께 2년 만에 처음으로 콘서트에 갔다.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온라인으로 숱하게 많은 콘서트와 스탠딩 코미디를 봤지만, 실제 현장에서 본 것과 같을 수는 없었다. 현장의 생생한 느낌, 감동, 관객들의 웃음소리 등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 물론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꿨다. 예를 들어 배달 음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레스토랑에 가지 못하는 대신,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때문에 레스토랑이 전부 문을 닫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배달 음식에만 의존할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적인 측면, 인간적인 측면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회사나 최첨단 테크놀로지 회사는 어떻게 인간적인 부분을 비즈니스에 접목할 수 있을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카카오 매장을 방문했다. 귀여운 캐릭터 상품과 인형들이 잔뜩 진열된 매장을 구경한 후 카카오가 IT 회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왜 IT 회사가 그런 상품을 파는 걸까? 고객들과 감정적인 유대를 맺기 위해서다. IT 회사가 개발하는 앱은 우리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없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 존재한다. 고객과의 유대감, 애착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앱에서 쓰는 귀여운 이모지(emoji) 같은 걸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카카오 같은 회사는 매장에서 사람들이 껴안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갈색곰 같은 캐릭터 상품을 파는 것이다. 애플이 매장에서 자신의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들은 애플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하면서 애플을 육체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물리적이고, 본능적인 경험을 통해 애플의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SNS)나 메신저 앱 등 가상 세계에서의 대화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실제 세계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SNS로 수다를 떠는 건 좋다. 하지만 거기에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친구들과 한두 시간 비디오 게임을 했으니 나머지 저녁 시간은 가족들과 대화하거나,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식으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새 책의 제목이 ‘미래는 아날로그: 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법’이다. 어째서 미래가 아날로그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나.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디지털 기술의 측면만 너무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격리돼 있는 동안 우리는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아날로그의 중요성에 새롭게 눈을 떴다. 지난 몇 년간의 교훈을 통해 디지털만으로는 인간인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는 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삶을 더 의미 있고, 즐겁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날로그적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해도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어머니의 운동 부족이 걱정돼 디지털 홈트레이닝 자전거인 ‘펠로톤’을 사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플러그도 연결하지 않았다. 이유가 뭔지 아나? 테니스에 (새롭게) 푹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이 최첨단 가상 세계를 만들어 내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느끼고 물리적으로 체험하는 실제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가상현실은 실제 현실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한 것 아닌가. 결코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가상현실의 가치는 너무 부풀려 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의 필요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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