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잭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 연구센터 창립 이사 겸 사회과학대 심리·경영학 교수
폴 잭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 연구센터 창립 이사 겸 사회과학대 심리·경영학 교수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제학·수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현 이머전 CEO,‘트러스트 팩터’ ‘도덕적 분자’ 등 저술

“효과적인 내러티브 스토리(이야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내러티브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 외로움을 완화해 주기도 합니다. 봉쇄조치가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내러티브 효과가 더 커진 이유죠.”

신경경제학자인 폴 잭(Paul J. Zak)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 연구센터 창립 이사이자 사회과학대 심리·경영학 교수는 1월 11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고립되고 외로울 때 사회적 소통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광고가 하나의 영상물로서 이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각 기업의 마케터들은 봉쇄조치를 소재로 다양한 내러티브 마케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잭 교수는 제대로 된 내러티브 광고만이 소비자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내러티브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 광고를) 15초 이내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브랜드 스토리는 ‘슬픔’을 담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소비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제품을 통해 해당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잭 교수는 마지막으로 제품과 스토리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28_20_01.jpg

잭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타격을 입은 우버가 내보낸 ‘타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 you for not riding with Uber)’라는 역설적인 광고를 앞서 언급한 3가지에 충실한 좋은 내러티브 광고로 평가했다. 해당 광고는 봉쇄조치라는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집에서 생일을 축하하고,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일하면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결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는 “우버의 광고는 회사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 고객을 생각한다는 점을 잘 표현했다”며 “이런 사회적 목표를 강조한 광고는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몰입감과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잭 교수는 최근 신경과학을 서비스로 연결한 플랫폼 회사 ‘이머전(immersion)’을 창업했다. 이머전은 신경과학 측면에서 고객의 마케팅, 소비자 경험, 조직원의 업무성과, 교육 등을 개선해주고 있다. 잭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04년에는 호르몬의 일종인 옥시토신과 신뢰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다. 인간의 뇌는 신뢰를 얻으면 신경 화학적으로 옥시토신을 합성하는데, 옥시토신 분비가 늘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말도 쉽게 믿는다는 연구다. 그는 자신의 책 ‘트러스트 팩터’에서 옥시토신 증가는 효율적인 팀워크와 내재적 동기부여를 자극해 조직 성과를 크게 향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효과적인 내러티브 전략 구사법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에 내러티브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
“2020년 진행한 연구는 내러티브 구조를 지닌 스토리가 사람들이 정보를 기억하고 이들의 행동 변화를 야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보여줬다. 특히 가장 효과적인 내러티브 전략은 ‘기업의 창립 신화’다. 창립 배경에는 창립자가 한 회사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걸고 기존의 일을 그만둘 정도의 열정을 쏟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러티브 전략이 소비자에게 주는 영향은.
“스토리는 몇 초 혹은 몇 시간에 걸쳐 전달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알아야 하는 것은 모든 스토리는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두뇌를 지닌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료된다. 어떠한 위기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이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로 해결하면, 정서적 애착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이된다. 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면 이들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더 경쟁력 있다고 느끼며, 브랜드를 마치 사랑하는 것처럼 대한다.”

내러티브, 스토리텔링, 팩트의 관계는.
“스토리는 허구일 수도 팩트를 기반으로 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은 내러티브가 소통되는 방식이다. 이때 로봇의 목소리로 단조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감정과 에너지를 더한 이야기보다 신경의 몰입도가 약할 것이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계속 듣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감성’이 더해져야 한다. 신경의 몰입도는 이야기의 긴장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긴장감이 고조되면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스토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428_20_02.jpg

우버 광고 외 내러티브가 잘 구현됐다고 생각하는 광고는.
“기네스의 ‘빈 의자’ 광고다. 바 종업원이 기네스 생맥주를 기계에서 따라 빈 식탁에 가져다 놓는다. 가게 문을 열 때도, 닫을 때도,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도 늘 맥주를 따라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다른 손님이 빈자리라 생각해 식탁과 함께 놓인 빈 의자를 가져가려 하자 종업원은 안 된다는 눈짓을 준다. 광고 후반부에 한 군인이 바에 들어와 종업원 등과 눈을 마주치고 빈자리에 놓여있던 맥주를 들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일단 종업원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또 제품을 광고 이야기에 완전히 녹였다. 군인이 바에 입장했을 때 긴장감도 고조된다. 힘든 직업을 가진 군인과 바 종업원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목표도 포함됐다. 또 종업원과 군인의 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몰입감을 선사한다.”

기업이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방지하려면.
“기업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정직하고 투명하게 이를 마주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불성실한 사과는 사람들의 뇌에 분노 반응을 일으켜 이들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얻은 바 있다. 기업은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언어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소통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소비자나 투자자가 내러티브의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방법은 없을까.
“신경과학적으로 사람의 뇌는 필터링된 정상적인 자각(consciousness)을 할 때 무의식 과정을 거친다. 이런 무의식 과정은 수면 중에 혹은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등 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새로운 정보를 마주했을 때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보다 뇌가 이를 분류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 또 타인으로부터 진실된 조언을 구하라.”


내러티브 전략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투자할 때 이 전략과 함께 보면 좋은 지표는.
“투자 결정은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잉여현금흐름 등을 참고해라. 내러티브를 통해 투자할 기업을 선별할 수는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