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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16일 멘사브랜드(Mensa Bran-ds)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의 스타트업 업계가 들썩였다. 인도 스타트업도 창업 6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 올해 5월 설립된 멘사브랜드는 패션, 퍼스널케어, 가정용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몸값을 12억달러(약 1조4400억원)로 평가받았다. 창업자는 과거 월마트에서 인도 지역을 맡았던 아난스 나라야난이다. 그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에서 창업하고 이미 시야를 세계로 넓혔다.

‘달리는 코끼리’ 인도가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부터 배송, 클라우드, 빅데이터, 교육, 헬스케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첨단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이 탄생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인도의 유니콘은 2021년 12월 초 기준 51개 사에 달한다.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다. 인도의 유니콘 증가세는 올 들어 두드러졌다. 올 초부터 12월 초까지 인도에서 유니콘으로 등극한 스타트업의 수는 31개다. 올해 탄생한 유니콘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할 정도다. 유니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中 규제 풍선효과로 인도에 자금 몰려

회계·재무·자문 전문 기업 KPMG에 따르면, 올해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털(VC) 자금은 1분기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2분기 68억달러(약 8조1000억원), 3분기 144억달러(약 17조3000억원)로 늘었다. 2분기 연속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1~3분기 투자금이 지난해 투자금의 2배 수준에 달했다. 니티쉬 파다르 KPMG 인도 파트너는 “이미 올해 탄생한 유니콘이 지난 7~8년간 생겨난 유니콘보다 많다”며 “대규모 IPO(기업공개)가 잘 진행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도의 각종 규제 때문에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투자처다. 인도는 13억 명의 거대 인구, 높은 경제성장률, 인구 절반 이상이 18~35세인 젊은 인구구조 등의 장점이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 중산층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중산층 소비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에 그쳤으나, 2030년에는 17%(10조70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의 저렴한 통신 비용과 인터넷 사용자 급증도 스타트업 성장을 이끄는 요소다. 영국의 ‘케이블닷코’에 따르면, 인도의 데이터(1GB) 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0.09달러(약 108원)였다. 매니시 새브하왈 팀리스 창업자는 “인도의 데이터 요금은 미국의 3%에도 미치지 않아 대부분의 인도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한다”며 “스마트폰이 신산업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만 해도 인도의 인터넷 보급률은 5%를 약간 밑돌았는데, 현재는 50%를 웃돌고 있다.

인도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2016년부터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정책을 펼쳐왔다.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는 “기업 애로를 단칼에 해결하는 친기업 정책이 모디 총리의 경제 리더십을 떠받치고 있다”고 했다. 모디 총리는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을 통해 인도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며,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아 제조업 일자리도 많지 않다.

뛰어난 인재들도 인도 유니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들은 뛰어난 영어 실력과 대인관계,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껏 실리콘밸리에서도 요직을 차지해왔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에서 인도계 직원 비중은 30%에 가깝다. 구글·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CEO까지 실리콘밸리는 인도계 수장이 주름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디 총리의 스타트업 창업 촉진 정책 덕에 인도로 돌아와 창업하는 인재가 늘고 있다.

물론 인도 경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인프라 부족, 성차별 문제 등은 약점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국내 총생산(GDP) 기여도는 18%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코로나19로 빈부격차와 정보의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특성은 기업의 높은 영업이익 창출을 막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토종 기업 위주로 이뤄져 현지 네트워킹이 어렵다는 점은 외국인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양질의 인력과 거대 내수 시장 등 수많은 장점에 국내 기업들도 인도에서 기회를 보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1인용 피자 기업 ‘고피자’, 핀테크 업체 ‘밸런스 히어로’ 등 20개 넘는 한국 스타트업이 인도에 진출해있다.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급성장은 인도에서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코노미조선’이 인도 유니콘의 질주를 기획한 배경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2월 10일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와 만나 “한·인도 스타트업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plus point

인도 스타트업 ‘남성 중심 문화’ 바뀌나
인도 자수성가 여성 1위 부자 등극 나야르 CEO

안상희 기자

팔구니 나야르(Falguni Nayar) 나이카(Nykaa) 창업자·최고경영자(CEO). 사진 나이카
팔구니 나야르(Falguni Nayar) 나이카(Nykaa) 창업자·최고경영자(CEO). 사진 나이카

지난 11월 인도 최대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 업체 나이카(Nykaa) 모회사 FSN이커머스벤처스의 상장으로 창업자 팔구니 나야르(Falguni Nayar)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부호 20위 내 진입했다. 인도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부호 1위이기도 하다. 나야르의 성공신화는 남성 중심적인 인도 문화의 지배를 받던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낳는다.

나야르 CEO는 투자은행(IB) 코탁마힌드라에 다닌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49세이던 2012년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나이카를 세울 때만 해도 인도인은 동네 가게에서 화장품을 샀다. 신뢰도가 낮은 인도의 전자상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나야르는 제품을 직매입하고, 온라인상에서 화장품 사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나이카는 현재 인도 전역 40개 도시에서 8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1년 3월 기준 최근 1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이상 증가한 244억890만루피(약 3813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억6120만루피(약 103억원)로 흑자 전환했다.

FSN이커머스벤처스는 상장하면서 7억2200만달러(약 8671억원)를 조달했고, 시가 총액이 12월 13일 기준, 9566억루피(약 14조9200억원)에 달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나야르의 순자산 규모는 12월 14일 기준 64억달러(약 7조8640억원)에 달한다. 인도에서 여성이 이끄는 첫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지 2년도 되지 않아 거둔 성과다.

나이카는 고대 인도어로 ‘여자 주인공’을 뜻한다. 나야르 CEO는 “여성이 삶을 다르게 살 이유는 없다”며 “아버지는 ‘여자애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남녀) 평등한 교육 방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기업가정신 플랫폼 ‘그로스토리’의 미나 가네시 파트너는 “나야르 CEO 같은 성공한 여성 기업가는 롤모델로, 인도가 훨씬 더 많이 필요로 하는 희귀종”이라고 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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