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햄을 사용한 먹거리.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햄을 사용한 먹거리. 사진 신세계푸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11월 2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 “자연보호와 식량 시스템 개선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식품 가치사슬이 환경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타이타닉’으로 잘 알려진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지난 9월, “기후 위기와 싸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식량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라며 대체육 스타트업인 알레프 팜스와 모사 미트에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인 빌 게이츠 등 세계 ‘큰손’들은 임파서블 푸드 등 다양한 대체육 업체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한 스웨덴 기업 오틀리는 귀리로 우유를 만든다. 미국 기업 잇 저스트는 동물성 달걀이나 유제품 없이 녹두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 달걀을 SPC그룹과 손잡고 지난 9월 한국에도 공식 출시했다. 네덜란드 기업 프로티팜은 딱정벌레류의 곤충 단백질 식품을 내놨고, 싱가포르 기업 시옥미트는 새우의 세포를 떼어내 배양육을 만들었다.

나아가 유통·배송 등 식품 전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이력 추적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의 식료품 공유 기업인 올리오는 개인과 기업이 처분하기 어려운, 낭비되는 식료품을 주변인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고, 미국의 배달 기업 도어대시는 식품이 발 빠르게 소비자에게 배송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농작물 재배부터 음식 배달까지 식품의 생산·제조·유통·배송 등 식품사슬 전반을 혁신하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와 고령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등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흔들면서 푸드테크가 이런 문제의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식탁 물가 급등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은 전통 식품사슬이 야기한 환경문제를 부각시켰다. 채식주의에 관심을 가지는 MZ 세대를 필두로 개인의 건강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과 동물권을 생각하며 건강에도 좋은 식품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이미 약 200조원에 달한다. 실험실 배양육과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고기를 포함한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18년 45억달러(약 5조3730억원)에서 2027년 88억달러(약 10조50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가 전망했다. 푸드테크로 몰리는 자금도 불어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11년 1억달러(약 1194억원)에 머물렀던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2020년 173억달러(약 20조6562억원)로 급증했다. 푸드테크 산업은 네슬레·켈로그 등 글로벌 식품 제조 대기업과 맥도널드·버거킹 같은 외식 대기업들도 뛰어들면서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K푸드테크, 배달에서 대체 식품까지

국내 푸드테크는 배달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달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020년 매출액은 2019년보다 94.4% 증가한 1조99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대체 식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동원F&B는 2018년 미국 ‘비욘드미트’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부터 관련 제품을 판매중이다. 롯데푸드는 이미 2019년 자체 개발, 생산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선보였으며, 신세계푸드도 올해 7월 자체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내놨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싱가포르의 갑각류 배양육 전문 기업 ‘시오크미트’와 이스라엘 배양육 전문 기업 ‘알레프 팜스’에 잇따라 투자했다.

그러나 푸드테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각종 규제, 대체 식품 개발에 반발하는 기존 축산·낙농·수산 업계와 갈등,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일례로 세포 배양육의 경우 높은 가격 장벽과 유전자변형(GMO) 기술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코노미조선’은 ‘푸드테크’ 기획을 통해 국내외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봤다. 특히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대체 식품과 식품 생산 분야의 국내외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푸드테크 투자사의 입장과 전문가의 진단도 담았다.


plus point

[Interview] 민중식 신세계푸드 R&D센터장
“대체육 개발은 환경 보호와 미래 세대 위한 의무”

이선목 기자

민중식 신세계푸드 R&D센터장 서울대 식품공학과 학사·석사·박사 / 사진 신세계푸드
민중식 신세계푸드 R&D센터장
서울대 식품공학과 학사·석사·박사 /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독자 기술로 개발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이며 국내 대체육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베러미트 개발을 총괄해 온 민중식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센터장은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대체육 개발은 종합식품 기업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개발을 시작한 계기는.
“신세계푸드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자체 대체육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좋은 대체육으로 인류 건강,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기여하자’는 신세계푸드의 의지를 담은 브랜드다.”

베러미트 개발 기술이 궁금하다.
“고기 맛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완두, 녹두, 대두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와 비율을 5년간 연구했다. 붉은 고기 색은 파프리카, 비트 등을 활용해 인공 색소 없이 식물성 원료 100%로 구현했다. 특히 고기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재현하기 위해 해조류 추출 다당류를 사용했다.”

시장의 반응은.
“베러미트를 활용한 첫 제품인 ‘플랜트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스타벅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약 20만 개가 판매됐다. 협업 브랜드도 늘었다. 지난 10월부터 조선호텔에서 베러미트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며,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는 최근 새 전기차 ‘이트론’ 시승 행사에서 베러미트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추가 협업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베러미트 사업 확장 계획은.
“2022년까지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대체육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쌓는 것을 목표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만간 유명 레스토랑이나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베러미트를 활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식품 시장에 대한 전망은.
“베러미트를 사용한 샌드위치를 재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대다수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미닝 아웃(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소비 행위)’ 소비가 확산하면서 대체 식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선목·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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