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 아주대 산업공학과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 전 현대모비스 연구소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팀장,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및 정책위원, 전 코드42 정책 총괄, ‘이동의 미래’ 저자 / 모빌리티연구소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 아주대 산업공학과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 전 현대모비스 연구소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팀장,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및 정책위원, 전 코드42 정책 총괄, ‘이동의 미래’ 저자 / 사진 모빌리티연구소

모빌리티 산업의 가장 커다란 숙제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유엔(UN) 경제사회국에서 발간한 ‘2018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도시화율은 68.4%로, 100년 전인 1950년(29.6%)과 비교해 2.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메가시티’도 2018년 전 세계 31개에서 2030년 43개 도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도시화는 큰 흐름이다.

도시 집중화는 교육과 의료·복지·주거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구성원들은 비대해지고 복잡한 도시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모빌리티 업계의 과제다. 환경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여러 나라가 2030년 전후로 기존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단과 퇴출을 계획하면서 모빌리티 업계에 관심이 쏠린다.

모빌리티 산업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과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어느 산업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이동통신,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등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됐다.

기존 교통수단과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장치), 기업 간 경쟁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두 바퀴 퍼스널 모빌리티, 네 바퀴로 달리는 자동차, 대중교통인 버스와 지하철·택시, 운전자의 기능을 대신하는 자율주행 셔틀까지, 여기에 최근에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등장했다.

라이드셰어링(승차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듯, 이미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복잡한 도심에서 라이드셰어링,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1마일) 모빌리티로 부각되면서 택시를 위협하는 디바이스가 됐다. 온디맨드(주문형) 서비스는 기존 대중교통 수단을, 자율주행차와 UAM은 도심 이동을 위한 버스와 헬기, 단거리 항공 노선 등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통합교통서비스(MaaS) 시장 석권을 위해 가능한 한 거의 모든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모빌리티 주도권 잡아라, 치열한 합종연횡

최근 애플이 전기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한 것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애플뿐 아니라 소니도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1을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주행하는 전기차를 소개했고, LG전자도 차량 부품 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과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했다. 기업들의 치열한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것이다.

2020년 중국 최대 라이드셰어링 업체 디디추싱은 ‘D1’이라는 전기차를 출시해 완성차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D1은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와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승차 공유 전용 전기차다. 디디추싱은 5억5000만 명의 가입자와 3100만 명의 운전자, 매년 100억 회 이상의 서비스로 획득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기차를 설계했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도 전동킥보드 혹은 전기자전거를 선보였으며, 현대차는 로봇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UAM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 플레이어들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기존 업종 간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IT 회사, 라이드셰어링 업체가 기존 완성차 브랜드의 아성과 독점을 위협하며 모빌리티 업계가 형성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도 신규 주자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빌리티 트랜스포메이션(근본적 변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의 핵심인 AI와 라이다(LiDAR·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저 기반 센서), 라이드셰어링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내세웠던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은 막대한 투자와 기술적 한계로 성공하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기술 개발과 시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막대한 투자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 간의 동맹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혼다, 소프트뱅크와 동맹을 만들어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도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인 레벨 4 특수목적 자율주행차 ‘오리진’을 2020년 공개했다.

100년이 넘는 라이벌 관계인 독일 BMW와 다임러는 자율주행 플랫폼 통합에는 실패했지만, 모빌리티 서비스 합작사를 설립했다. 포드와 폴크스바겐도 협력 관계를 맺었고, 일본 도요타는 소프트뱅크와 자율주행 개발사 모네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완성차 업체들과 주요 협력 업체들이 통합교통서비스 협력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라이드셰어링 대표 주자 격인 우버와 자율주행 선두 기업인 구글 웨이모의 위협을 극복하고 미래 시장을 지키려는 자동차 업계의 대응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로봇 딜리버리·UAM으로 경쟁 확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빌리티 시장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로봇 딜리버리 기술의 빠른 발전과 상용화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뉴로와 아마존, 중국의 네오릭스로 대표되는 딜리버리 로봇들은 비대면 배송뿐 아니라 배송 수요 급증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부각됐다. UAM에도 수많은 스타트업과 항공기 제조사, 완성차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모빌리티 경쟁이 땅에서 하늘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통합교통서비스 시장을 놓고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우버와 티맵의 합작 회사 우티가 앞으로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엔 미국 전동킥보드 업체인 라임과 싱가포르 업체인 빔, 뉴런 모빌리티가 진출하는 등 국내 업체들과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자율주행차 130여 대가 국토교통부 임시운행 면허를 받는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혁신 사업도 시작됐다. 2025년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범정부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가 출범하는 등 정부에서도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며, 도시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빌리티 환경도 급변하고 있어서다. 모빌리티에 뛰어든 기업들도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미래 먹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인간의 이동에 미치는 대부분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주도권은 과연 어떤 기업이 잡게 될까.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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