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전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전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전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전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전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전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세계경제연구원

“‘E⋅S⋅G’가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S⋅G는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 공급망 병목 현상(Supply chain bottleneck),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의 앞글자를 딴 단어입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패러다임과는 구분되는 또다른 E·S·G입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1월 5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전 이사장은 초대 금융위원장(2008~2009년)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2009~2013년)을 지낸 글로벌 금융 전문가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직 당시 국내 최초로 ESG 경영팀을 만들어 ESG 전도사로 불렸다. 또 그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인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2008~2009년)을 역임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 전 이사장은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유명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가 터지자 세계은행을 퇴사하고 국내로 돌아온 그는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로 임명돼 국내 경제 재건에 힘썼다. 이후 세 명의 재정경제부 장관(강봉균·이헌재·진념)의 특보를 지내며 경제 회복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 이사장이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당시 그는 신속한 초기 대응을 펼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서 한국이 빠른 회복을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이사장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는 실물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를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며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 ‘E·S·G’를 낳은 원인이 됐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이후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 종식을 통해서 본격적인 세계 경제 회복을 기대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 요인을 키웠다.”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을 꼽는다면.
“에너지 위기, 공급망 병목 현상, 그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원인이 기후 변화와 같은 생태 환경 파괴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친환경 위주의 에너지로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탈탄소화’가 강조되면서 전력난 문제와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키는 파급 효과가 발생했다. 또 팬데믹 여파로 원자재나 부품 등의 원활한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전 세계로 번졌다. 이는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그린 에너지(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급격히 빨라진 점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이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을 제품에 포함시켜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탈탄소 에너지가 좋은 건 맞지만 급격하게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고 하면 경제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밖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 문제도 향후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원인이 복합적으로 보인다.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실물 경제 관점에서 보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일어나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를 상승시켰다. 물류 허브인 항만이나 공항이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화물 작업장이 일정 기간 폐쇄되거나 근로자들이 격리되면서 일손 부족으로 하역 작업 등이 중단되고 지연되면서 공급망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 팬데믹으로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공장 라인 가동이 멈췄고, 중국의 경우, 심지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면서 원자재나 부품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문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 소비가 강해지면서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막히자 물가는 크게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 경제 측면에서도 통화 공급 확대는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각국이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시중에 통화량을 늘렸는데,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많아지면서 물가 상승을 촉발시켰다.”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대처 방안으로 떠오르는데.
“금리 인상이 대응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금리 인상은 금융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해결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결국에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서 물류 비용을 안정화해야 한다. 해운 물류 비용 폭등 문제를 진정시켜야 실물 경제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 인상이 현시점에서 경제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는 하다. 금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돈을 빌릴 요인이 떨어지고, 초과 수요(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한 상황)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11월 말에 미국이 테이퍼링에 들어가는데.
“미국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테이퍼링(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를 안정화 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 시기로 2022년 말 또는 2023년을 이야기해 왔다. 테이퍼링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가 안정화한다면 실제 금리 인상 시기는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 6월까지 물가 상승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를 잡지 못하면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띠게 되는데, 미국 달러화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반면 각국의 환율은 약세로 돌아선다. 달러화를 산 후 자국 통화로 바꾸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달러화 채권으로의 자금 흐름이 집중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만든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도 외국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는 경기에 부담이 된다. 빚이 있는 기업이나 국가, 개인은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경기 냉각 가능성을 키운다.”

중국도 여러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중국은 세계 제2대 경제 대국이고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가 가장 큰 곳이다. 중국 경제가 무너질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은 부채다. 중국은 전 세계 최고 부채국이다. 중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가 넘는 규모다. 전 세계 국가들 중 부채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채가 과도하게 많으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팬데믹 사태를 지나면서 중국 주요 기업들의 파산 빈도가 점차 늘었고, 규모 역시 커졌다. 헝다(恒大)그룹 사건은 이러한 현상이 더 크게 표출된 셈이다. 중국 GDP의 30% 가까운 비중을 부동산이나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 대비 비중이 가장 크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리게 되는 거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심의 민간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중국 경제에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적극적으로 중국 투자를 하던 투자자들의 탈중국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야후가 최근 중국을 떠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G20(주요 20개국) 체제로 공동 대응을 했다. 세계화가 된 지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원활한 글로벌 공급망 체제를 만들려면 국가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미·중 간 협력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도한 부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아진 상황이다. 경제 체질을 강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각국이 과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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