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IMF 수석정책자문위원, 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자문위원 사진 UC 버클리
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IMF 수석정책자문위원, 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자문위원 사진 UC 버클리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항만 물류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상품의 운송비도 내리고 있다. 트럭 기사도 차츰 늘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처럼 심각한 공급 병목 현상은 두 달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국제 금융·통화 권위자인 미국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11월 6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과 물류 대란, 인플레이션은 오래가지 않아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 속도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했다.

1997~99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을 지낸 아이켄그린 교수는 금융 시스템을 살피는 연구를 해 왔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저서로는 ‘달러 제국의 몰락’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황금 족쇄’ 등이 있으며, 특히 ‘황금 족쇄’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통화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목해야 할 글로벌 경제 리스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에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도시 봉쇄, 항구 폐쇄, 국경 폐쇄를 겪었다. 이는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경제 회복) 희망이 보인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저소득 국가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여전히 위험 요소다. 중국 리스크도 향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리스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이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이 얼마나 극적으로 둔화할 것이냐’다. 다만 나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그룹 문제에 대응하고 경기 침체 정도를 줄일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11월 8일 미국 텍사스 시브룩에 있는 휴스턴항의 컨테이너. 사진 블룸버그
11월 8일 미국 텍사스 시브룩에 있는 휴스턴항의 컨테이너. 사진 블룸버그

공급망 부족과 인플레이션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공급 병목 현상은 일시적인 문제라고 본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일시적일 것이다. 아시아로부터 수입해오는 물건을 캘리포니아주에서 많이 하역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앞바다에 규제 등으로 항만 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수입해온 물건을 나를 수 있는 트럭 기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미 행정부는 항만 병목 해소를 위해 11월 1일(현지시각)부터 LA항과 롱비치항 선착장에 쌓여 있는 화물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해결책을 속속 내고 있다. 물론 트럭 기사는 갑자기 늘기 어렵지만 트럭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과 면허를 갖추는 데 7주 정도가 소요된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심각한 공급 병목 현상은 두 달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비용도 약간 내렸다. 공급 병목 현상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내년 초부터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연준이 11월 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한다.
“연준은 앞으로 매달 150억달러(국채 100억달러·주택저당증권 50억달러)씩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다. 연준은 매달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씩을 매입해 왔다. 연준이 밝힌 규모로 테이퍼링한다면 총 8개월이 소요돼, 2022년 6월에 테이퍼링이 종료된다. 이는 점진적인 속도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치다. 연준은 향후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해 매입 속도를 언제든지 조정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는가.
“테이퍼링은 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위한 연준의 ‘논리적인 서곡’이다. 연준이 2022년에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라앉을 거라고 믿는다. 따라서 2022년에 연준이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 의회예산국 예상에 따르면, 2022년에 미 정부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3%에서 4%로 줄어든다. 이때는 재정 정책이 수요에 덜 기여하게 된다. 재정 부양책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완화된다. 이것이 내가 연준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미국에서 고용 문제가 크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은퇴 또는 퇴직하는 근로자가 이례적으로 많아졌다. 그 와중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면서 (노동력) 공급은 부족해졌다. 이런 이유로 근로자의 영향력은 최근 더 커졌다. 특히 미국 내에서 임금이 낮았던 직업군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될까. 이는 일을 그만둔 근로자가 다시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마음먹는지 여부와 향후 노동력 수요가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는 ‘프랑스 혁명 영향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상황을 봐야 한다.”

최근 미국 내 가파른 임금 상승으로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으로 분류됐던 저임금 근로자 인력이 모자란 실정이다. 가령, 트럭 운송은 미국 내 상품 유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현재 미국 전역에서 트럭 기사는 8만여 명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원금을 받거나, 고령자들이 이른 은퇴를 결심하면서 구인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을 꼭 구해야 하는 기업들은 근로자의 임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원래 소비자가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가격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고 있는 임금이 훨씬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근로자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임금 인상과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세계 경제를 흔들까.
“우리는 이미 중국에서 부동산 문제(헝다그룹 사태)가 현실이 되는 걸 봤다. 다른 나라의 경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게 더 큰 금융·재정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 대응하면서 각국 은행과 금융 시장은 규제를 강화했다. 이전처럼 금융 시스템과 기관들이 금리와 집값 조정으로 인해 불안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탈(脫)탄소화는 곧 에너지 가격 상승을 뜻한다. 특정 물품의 가격을 높이면 그 물품의 소비가 줄어든다. 가격을 인상해 소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탄소에도 적용된다. 앞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등 제품 생산에 많은 탄소가 쓰이는 상품 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다. 이는 시장 경제 체제 아래서 우리가 지구 온난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런 일이 탄소 관련 상품을 생산하는 쪽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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