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 보기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br>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br>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 고려대 법학 석사, 브라질 상파울루대 법학 박사, 전 브라질 상프란시스코대 법대 교수, 전 데마레스트 로펌 아시아 책임변호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실직자가 넘쳐난다. 가정부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웃집 부부는 이미 해고당했다. 그들은 구호단체가 지급하는 쌀, 파스타면, 팥, 설탕 등으로 구성된 기초생필품 세트로 생활하고 있지만, 팬데믹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벌써부터 빈민 지역은 먹을 게 없는 사람들의 식당, 슈퍼마켓 약탈이 우려된다. 최근 브라질 로펌 동료에게 전해 들은 팬데믹 이후 브라질의 현실이다.


보우소나루 연임 ‘먹구름’

코로나19 사태는 보건뿐만 아니라 실업과 빈곤 등 경제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브라질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61만6000명 이상으로 미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고, 병원 시스템은 거의 붕괴 상태다. 브라질 가정의 60%가 식량 부족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마다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이 올 10월로 다가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을 못 한 이유가 코로나19 대응 실패라는 지적이 있듯,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임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브라질은 1985년 민주 회복 이후 지금까지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주(1994, 1998년 대선) 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2002, 2006년) 전 대통령 그리고 지우마 호세프(2010, 2014년) 전 대통령까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10여 명이 2022년 대선 출마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 중 우파 후보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그리고 룰라를 구속시켜 반부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법원 판사, 좌파 후보로는 룰라 전 대통령과 시루 고미스 전 세아라 주지사가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다. 2021년 12월 초 브라질 컨설팅 회사 제니알 퀘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예상 득표율로 룰라가 48%, 보우소나루 26% 그리고 모루가 10%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 여기엔 1988년 브라질의 현행 헌법이 도입한 대통령 직선제와 부통령제 그리고 결선 투표제가 있다. 대선에서 유효표의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 1, 2위가 결선투표를 한다. 대통령은 과반수로 당선되니 자연스럽게 대권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또 현재 33개 정당이 등록돼 있는데 부통령은 다른 당이 맡을 수 있다. 대권을 잡으려면 정당 간 합종연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대선의 핵심 이슈를 보면 된다. 2018년 대선 이슈는 치안 불안과 부패였고, 경제, 교육, 보건의 순이었다. 15년에 달하는 노동자당의 장기 집권에 따르는 피로도까지 더해져 보우소나루와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가 대선을 거머쥘 수 있었다. 2022년 대선은 코로나19 방역과 일자리가 가장 큰 이슈고, 치안 불안과 부패, 교육의 순이 될 것이다. 제니알 퀘스트의 최근 조사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가 가장 큰 문제고, 구체적으로 실업과 인플레이션(41%)이 팬데믹(19%)과 치안 등 사회 문제(14%)와 부패(10%)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물가 억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올해 중반이 되면 후보자들은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취약층을 겨냥한 퍼주기 정책을 선보일 것이다. 2018년 대선 당시 브라질 실업률은 11.6%였으나 2020년 14.6%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래 실업률이 14%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시장에서 일하는 3400만 명의 일자리는 더 큰 문제다.


룰라가 돌아왔다

룰라는 지금 추세로라면 1차 투표에서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룰라의 장점은 높은 대중적 인기도와 30%가 넘는 지지층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부패 혐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유럽을 순방하며 정치 복귀의 간을 봤다. 유럽에서 국빈급 환대를 받으며 국제 사회에 대선 출마 눈도장을 찍었다. 1차 투표 과반수 득표를 위해 거물급 정치인들과 협상도 전망된다. 룰라는 중도보수뿐만 아니라 재계와도 사이가 좋아 경제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른 모루 전 판사는 보우소나루뿐만 아니라 룰라의 가장 큰 경계 대상이다. 모루는 유권자층이 보우소나루와 겹친다. 반부패의 아이콘으로 삼척동자도 아는 전국구 인물이 됐기 때문에 정치 협상 능력을 입증하면 지지층 확장성이 가장 높다. 모루 전 판사의 과제는 보우소나루를 누르고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좌우 이념뿐만 아니라 아킬레스건인 부패 문제를 건드릴 것이기 때문에 룰라한테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다. 요즘은 경제를 ̒열공̓하면서 민심 파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대선 쟁점이 부패였다면 2022년은 경제다. 그런데 표심을 움직이는 경제 문제는 성장이라는 거시지표가 아니라, 당장 장을 볼 돈이 있는가, 예전과 같은 금액으로 현재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는가 하는 미시 문제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유권자들은 소소하지만 사이다 같은 시원한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이런 점에서는 룰라의 인간 중심적 연설이 호소력 있다. 브라질의 2022년은 정치 9단과 정치 초년생의 대결 그리고 보우소나루의 대선 불복으로 점철될 전망이다. 보우소나루는 현행 전자투표에 불신을 표하면서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plus point

5월 필리핀 대선
손잡은 독재자 2세와 대통령의 딸…복싱 영웅 파키아오 출마

박용선 기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전 상원의원과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사진 EPA·AFP연합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전 상원의원과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사진 EPA·AFP연합

필리핀에선 과거 독재자의 아들과 현직 대통령 딸이 손을 잡고 5월 대권에 도전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6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2021년 11월 9일 마닐라타임스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의 지지율은 68%로 압도적이다. 그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대권을 위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과 손을 잡았다. 사라는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지만, 마르코스 주니어와 전략적 통합을 이루며 부통령 후보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5월 대통령과 부통령은 물론 1만8000명 규모의 상·하원 의원과 관료를 선거를 통해 뽑는다.

정치 전문가들은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 가문의 독재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6년 대통령 임기 중 각각 3년씩 집권하는 방안을 협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두 독재자 가문의 ‘권력 나눠 먹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은 각각 필리핀 북부와 남부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도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는 2010년 하원의원,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복싱 선수 시절부터 빈곤층에 많은 돈을 기부했던 파키아오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대통령의 주요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한 경찰청장 출신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 배우 출신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도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