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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예정된 프랑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여성·우파 유력 후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제로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에서 다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4월 10일(이하 현지시각)로 예정돼 있다. 결선투표는 그로부터 2주 후 열린다.

이번 프랑스 대선의 특징은 유력 후보들이 우파 성향이라는 점이다. 엘라브, 입소스, 이포프, 오독사, BVA 등 총 5개 업체가 2021년 12월 4일부터 9일 사이에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23~25%)이 1위를 달리는 가운데 공화당(LR) 소속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가 17~20% 지지율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마린 르 펜(15~ 17%) 국민연합(RN) 대표와 에리크 제무르(12~14%) 프랑스회복운동(Reconquête) 후보가 뒤를 잇는다. 이 중 마크롱 대통령과 페크레스 주지사는 중도 우파로, 르 펜 대표와 제무르 후보는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다.

우파의 득세 이유로는 좌파를 대표할 인물이 없다는 점, 프랑스 사회 내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 증폭 등이 꼽힌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2020년 10월 중학교 교사가 길거리에서 무슬림에 의해 목이 잘린 사건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잇따르며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사는 나라로, 전체 인구 6700만 명 중 무슬림이 6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우향우’ 행보도 이와 맞닿는다. 그는 2021년 10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해산 작업에 이어 알제리 등 전통 우호국인 북아프리카 3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유럽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1년 12월 9일 연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완전히 자주적이며, 선택에서 자유롭고,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는 유럽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프랑스는 올해 상반기(1~6월) EU(유럽연합) 순회 의장국을 맡는다. 대선 기간과 EU 의장국 임기가 겹치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EU 의장국은 (대선) 선거운동 막판 자신을 ‘유럽 지도자’로 피력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도와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뒤쫓는 빅3…‘反이민·강한 佛’ 쟁점

마크롱 대통령과 맞서는 나머지 후보 중 에리크 제무르는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21년 11월 3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지금은 프랑스를 개혁할 때가 아니다. 프랑스를 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무르는 알제리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일간 르피가로 논설위원을 거쳐 시사방송 진행자로 활동할 당시 TV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반이민, 반이슬람, 반EU 등을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제무르는 프랑스 내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5일 파리에서 연 첫 유세에서 ‘프랑스회복운동당’ 창당을 선언하고,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제 빼앗긴 프랑스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며 “프랑스의 경제, 프랑스의 안보, 프랑스의 주권, 프랑스의 정체성, 무엇보다 프랑스라는 국가를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Reconquête’라는 단어는 8∼15세기 이베리아반도의 가톨릭 왕국 연합이 이슬람 세력을 축출한 ‘레콩키스타(Reconquista)’에서 유래했다. 즉, 반무슬림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무르는 ‘이민자 제로(0)’를 실현하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강도 높은 반이민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프랑스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 후보의 약진이다. 그간 프랑스 정계는 여성 최고 권력자가 나온 적이 없었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프랑스에 대통령 직선제가 재도입된 1965년 이후 여성 대권 후보는 총 12명이었다. 이 중 결선투표에 진출한 여성은 단 2명.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르 펜이다. 르 펜은 당시 결선투표에서 33.9% 득표율을 기록했다. 66.1%를 얻은 마크롱 대통령과는 큰 차이였다.

르 펜은 유럽 극우세력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는 국민연합의 전신 ‘국민전선’을 창당한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 펜의 딸이다. 2000년 정계에 입문해 국민전선 부대표를 거쳐 2011년 대표 자리에 올랐고, 2018년 당명을 국민연합으로 바꿨다. 일찌감치 이번 대선 출마를 선언한 르 펜은 EU와 유로존 탈퇴, 이민자 대폭 축소 또는 잠정 수용 중단, 보호무역 장벽 건설, 반이슬람,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내걸었다.

사상 첫 공화당 여성 대선 후보인 페크레스는 마크롱 대통령을 위협할 경쟁자로 급부상 중이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가 2021년 12월 6~7일 실시한 조사에서 2차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1 대 1로 맞붙을 경우 페크레스가 52%로 마크롱(48%)을 이길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1998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니콜라 사르코지 행정부 당시 대변인과 예산담당 장관을 지냈다. 2015년 일드프랑스 주지사로 선출됐고, 2021년 12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페크레스는 자신을 “3분의 2는 앙겔라 메르켈, 3분의 1은 마거릿 대처”라고 표현하며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11일 파리에서 연 대선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나와 마크롱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프랑스를 미국의 예속국이나 중국의 호구가 아닌,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다만 페크레스는 급진 우파 성향의 제무르와 르 펜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적 포퓰리스트”라며 선을 그었다. 주요 공약으로는 퇴직 연령 상향, 예산 삭감, 공공 분야 일자리 감축 등이 있다.


plus point

1월 이탈리아 대선 ‘슈퍼 마리오’의 선택은

박용선 기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사진 블룸버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진 블룸버그

1월 말 열리는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인물은 마리오 드라기 총리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지, 아니면 현 총리 자리를 지킬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각책임제인 이탈리아는 의회에서 선출하는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에 머물고, 실권은 총리가 갖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탈리아인은 드라기 총리가 현 총리직에 그대로 남길 바란다. 현재 이탈리아는 2000억유로(약 272조원) 이상의 유럽연합(EU) 코로나19 복구 기금을 바탕으로 경제·사회 구조개혁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 자금을 가장 현명하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쓸 수 있는 인물이 드라기 총리라는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2011년부터 8년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통화 정책을 이끄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맡았다. 과감한 경기 부양으로 유로존 재정 위기를 극복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12월 23일까지도 드라기 총리는 대선 출마와 관련 의사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마르타 카르타비아 법무부 장관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이탈리아 정계 거물이다.

하지만 여러 비리와 성 추문에 연루돼 대통령직의 명예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도 나온다. 카르타비아 법무부 장관은 이탈리아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으로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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