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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을 시험대에 올릴 중간선거가 올해 11월 8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질 예정이다. 미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4년 임기 중간에 시행되는 상·하원 및 주지사·주의원 선거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2년의 미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체와 6년 임기인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36개 주지사를 뽑게 된다. 현재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220석, 공화당이 212석, 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불안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야당인 공화당이 50석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 48석에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2석) 의석까지 합쳐 50석씩 양분됐다. 여기에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포함해야 민주당이 겨우 다수석 지위를 점한다.

중간선거는 현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띤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만큼 그간 국정에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고,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미 중간선거를 보면 집권당은 주로 패배했다. 미 브라운대 연구에 따르면, 1846년 이래 전국적으로 치러진 44번의 중간선거 중 집권당이 승리한 적은 단 3번뿐이었다. 1934년 대공황(프랭클린 루스벨트)과 1998년 최대 경제호황기(빌 클린턴), 2002년 9·11테러 직후(조지 W. 부시)다. 나머지 41번은 모두 야당이 승리했다. 직전 정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에도 임기 초반 상·하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트럼프 전 대통령 소속)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 절반인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버지니아주지사 선거 敗, 바이든 지지율 바닥 ‘빨간불’

그렇다면 이번 중간선거는 어떨까. 현재로서는 이번 선거 역시 과거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중간선거의 예비 평가 격인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면서다.

2021년 11월 2일 치러진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는 50.7% 득표율로 전 주지사 테리 매컬리프(48.4%)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버지니아주는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공화당 후보가 버지니아주 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1년 전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도 버지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에서 54.1%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0%)에게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21년 12월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41%에 그쳤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7%로 나타났다. ‘미국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63%에 달해 ‘그렇다’고 응답한 27%와 큰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같은 조사에서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4%(오차범위 ±2.5%)가 공화당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이라는 응답은 41%에 불과했다. 이에 WSJ은 “(이번 조사 결과가) 만약 2022 중간선거 직전인 노동절에 나온 수치라면, 바이든 정부의 국정 운영에 확실한 ‘빨간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물 정부 우려도⋯美 국민 66% “바이든 리더십 의구심”

일각에서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식물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인플레이션 책임론 등 영향으로 이미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에 잇달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2월 13일 자신의 주요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한 약 2조달러(약 2364조원) 규모의 사회복지예산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맨친 의원은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오히려 법안 반대 입장을 공식화해 사실상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앞서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확대안도 상원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런 상황에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NN이 2021년 12월 8~12일 유권자 1256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6%가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 중 72%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2021년 11월 미 소비자물가(CPI)가 40년 만에 최고치인 6.8%까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 밖에 응답자 중 63%는 미국의 경제가 좋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미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답변은 30%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으로 경제가 악화했다는 답변은 45%를 기록했다.


plus point

[Interview]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부교수
트럼프 영향력 확대·‘게리맨더링’이 관전 포인트

박용선 기자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부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정치학과 석사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야당(공화당) 내 영향력 확대, 공화당의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2021년 12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올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이같이 짚었다. 그는 “중간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실질적 역할과 무관하게 그를 중심으로 한 ‘포퓰리스트 보수’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공화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게리맨더링’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전망하면.
“연방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이 야당인 공화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위 여대야소인데도 많은 입법 과제가 상원에서 지연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의석이 많이 줄고, 특히 상·하원 중 하나라도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넘어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험 개혁, 인종 불평등 개선 등의 이슈는 시도하지도 못할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영향력을 관찰해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가 얼마나 승리하는지가 관건이다. 공화당의 미래가 ‘전통적 보수’ 또는 ‘포퓰리스트 보수’의 길로 나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고, 2024년 대선에 트럼프가 출마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중간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실질적 역할과는 무관하게 그를 중심으로 한 포퓰리스트 보수의 공화당 내부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 새로운 대권 주자가 부상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2004년 일리노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고, 이후 4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새해 초 마무리되는 ‘선거구 획정’의 영향력은 어떨까.
“미국은 10년마다 한 번씩 인구총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종류의 (연방과 주의 모든 선거의) 선거구를 다시 획정한다. 현재 공화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게리맨더링’이 일어나고 있다. 2022년 초 선거구 획정이 끝나고 11월에 선거를 하면 실제로 공화당에 얼마만큼 유리하게 선거구 획정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선거구가 2030년까지 쭉 가기 때문에, 큰 틀에서 향후 10년 동안의 정당별 선거 판세를 정하게 된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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