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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터 교육·정부기관까지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빅데이터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안드레아스 카플란 ESCP 유럽 경영대학원 학장과 마이클 헨라인 ESCP 유럽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마크 반리즈메넘 데이터 플로크 창업자와는 서면 인터뷰를, 필 사이먼 전 애리조나주립대 경영대학원 교수와는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드레아스 카플란은 ESCP 유럽 경영대학원 파리의 학장을 맡고 있으며, 유럽 디지털 경쟁력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마이클 헨라인은 ESCP 유럽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ESCP 산하 빅데이터 연구센터의 과학 수석도 맡고 있다. 마크 반 리즈메넘은 빅데이터 기업 데이터플로크 창업자이자, 빅데이터를 다룬 책 ‘더 크게 생각하라(Think Bigger)’로 주목받았다. 필 사이먼은 ‘기술의 다음 물결’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다: 빅데이터 비즈니스’ 등 11권의 책을 저술한 테크 전문가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기업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며 “누구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기술에 얼마를 투자할지 고민하기보다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숙고하는 게 먼저”라고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카풀란·헨라인 “많은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온라인 활동은 오프라인보다 추적하기 쉬워 더 많은 데이터가 생긴다. 여기에 AI의 발전이 빅데이터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 빅데이터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마크 반 리즈메넘 “빅데이터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많은 이에게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형·비정형 데이터는 불확실한 시대 기업과 개인이 위기와 기회를 더 잘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많은 기업은 경험, 지식에 따른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바꾸고 있으며, 동시에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빅데이터 활용 영역은.

필 사이먼 “무궁무진하다. 미국에서는 교회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의 종교를 파악하고, 종교 활동 참여 의향이 어느 정도인지 데이터화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운동선수들의 체력 단련이나 근력 강화에 활용하기 위해 신체 데이터를 모으는 식이다.”

카풀란·헨라인 “빅데이터는 지금도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중 빅데이터에 더 많이 영향받을 산업을 예측해보면,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일 것이다. 패션이나 게임 기업 등은 좀 더 개인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수익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빅테크나 대기업 정도가 돼야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필 사이먼 “대기업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값비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한 뒤 분석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의 발전이 상황을 바꿨다. 빅테크가 아니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빅데이터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카풀란·헨라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인프라에 먼저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건 기업들의 착각이다. 요즘에는 요식업자들도 미국 최대 지역 리뷰 사이트 ‘옐프(YELP)’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가 많아져 직접 텍스트 마이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은 빅데이터 인프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지를 고민하지 말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을 활용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기술로 무엇을 할지 모른다면 기술에 투자하는 건 의미 없다. 먼저 망치를 든 후 박아야 할 벽과 못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데이터 활용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최대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질로(Zillow)는 지난해 4분기 빅데이터를 활용한 집값 예측에 실패하면서 직원 4분의 1가량인 1600명을 해고해야 했다.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으로 주택을 선매수하고 수리한 뒤 더 비싼 값에 매도하려고 했으나 예측에 실패했다. 일부 주택은 구매 가격의 60% 이상 낮은 가격에 매도했고, 수익성 악화로 직원을 대량 해고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카풀란·헨라인 “호주의 한 수영장 건설 기업 나렐란 풀스(Narellan Pools)는 빅데이터를 통해 6년간의 수익 감소세를 딛고 실적을 개선시켰다. 마케팅 기업 어피니티(Affinity)와 협업해 고객이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 사이트 방문 횟수, 날씨, 소비자 신뢰도, 인플레이션, 이자율 등 데이터를 분석해 온라인 마케팅을 했고, 방문 고객을 늘렸다. 빅데이터 마케팅을 진행한 해에 광고비는 전년도의 70%만 사용했지만, 연 매출은 20% 넘게 증가했다.”

마크 반 리즈메넘 “1919년 설립된 독일 공기압축기 회사 카이저콤프레셔스(카이저)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했다. 전통 제조 업체인 카이저는 2015년부터 센서와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판매하며 서비스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이후 AI, 머신러닝 등의 기능을 활용해 데이터를 쌓고 구독, 유지 관리 프로그램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이저는 이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기술까지 활용한다.”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이 유의할 점은.

필 사이먼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엔 책임감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알고리즘과 AI, 빅데이터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팔로우하고, 선호하는 소식만 찾는 걸 돕기 쉽다. 이는 사용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진실을 믿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인터넷이 등장하기도 전에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고 말했지 않나.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할 거다.”


빅데이터 산업 성장을 위해 국가에서도 할 일이 있을까.

필 사이먼 “정치인들이 기술을 더 잘 알아야 한다. 미국 의회를 예로 들면, 기술 공학 관련 배경지식을 보유한 의원이 3~5%에 불과하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원 의원들이 코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은 최소한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적절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카풀란·헨라인 “AI, 빅데이터 등은 정부의 많은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무수히 많다. 기업은 어떤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을까, 다른 두 회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데이터를 합치는 것도 가능할까, 기업은 데이터를 어떻게 익명화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해야 할까 등이다. 전 세계 정치인들은 기술 발전으로 맞닥뜨린 도전에 앞장서야 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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